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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형님들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있었던 일인데 당시에 너무 화가 나서 하소연 할 곳을 찾다가 평소 눈팅만 하던 보배에 올려서 의견을 구해보자 싶어서 가입만 해두고 이제서야 글을 올리게 되네요. 지나고 생각해보니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개운하게 정리되지 않아 의견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퇴근 후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2층 식당에서 밥을 먹고 휴대폰을 보면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중간쯤 내려왔을까, 뒤에서 으어어어어~ 하는 소리와 쿠당탕 소리가 들렸는데 휴대폰을 보고 있던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진 못하고 제 바로 뒤에서 저를 덮치려던 찰나에 심상치 않은 상황을 눈치채고 굴러떨어지는 두 사람을 피해 본능적으로 계단을 후다닥 내려와 가까스로 몸을 피하게 됩니다.
두 명의 중년 아저씨들이 바닥에 쓰러져서 한 명은 움직이지도 않고 신음소리만 뱉고 있고 한 명은 쓰러진 상태에서 신음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쓰시더라구요.
두 분이 거의 거동을 못하시길래 많이 다치신 줄 알았습니다. 바로 119에 전화를 해서 두 명이 계단에서 굴렀고 쓰러져있다고 신고를 했고 구급차가 출동하겠다는 말을 듣고 아저씨들을 불러보았습니다. 괜히 부축하거나 깨우려했다가 부상을 입은 경우라면 악화될 수 있겠다 싶어 손은 일절 대지 않고 부르기만 했습니다.
한 분이 자리에 앉으셔서 정신을 차리는 걸 자세히 보니 코피가 났고, 술에 많이 취하신 상황이더라구요. 괜찮으시냐고, 119 불렀으니까 조금만 기다리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지켜보며 119쪽과 통화하며 중간 중간 계속 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퇴근 시간 차가 많고 구급차가 가까운곳에 없어서 즉각 도착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한 분은 일어나시고 한 분은 정신차리고 앉게 됩니다. 일어난 아저씨가 저에게 피 묻은 손을 내밀며 "여기 피 좀 닦아봐라" 라고 하길래 말투는 거슬렸지만;;; 걱정되는 마음이 그때는 더 컸으므로 가방의 휴지를 꺼내서 닦아줬습니다.
이 때 근처 직장인으로 보이는 두 분이 같이 그 아저씨들을 걱정해주고 계셨는데요, 아저씨 한 명이 그 분들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잠시 후 그 분들은 자리를 피하게 되고 이번에는 제게 오더니 집에가게 택시를 잡아달랍니다. 그래서 많이 다치신 것 같고 곧 구급차가 오니까 상태라도 보시고 집에 가시라고 얘길 하니 술에 많이 취하셔서 횡설수설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듣다보니 제게 뭔가를 요구하는 거였습니다;
명확히 기억 나는 대화가 딱 이랬네요. 글로 표현을 했지만 굉장히 알아듣기 힘든 술 취한 말투였습니다;; - 아저씨(A): 지금 내가 피도 나고 그랬는데 어떻게 할꺼야? - 저: 구급차 오고 있으니까 상태 확인하고 집에가세요. (아직 상황 파악 못함) - 아저씨(A): 아니, 지금 이거 어떻게 할거냐고 - 저: (이상함을 눈치챔) 어떻게 해드릴까요? - 아저씨(A): 뭐 니가 그냥 간다고 하면 소송가야지.
아, 이 사람들이 자기들이 계단에서 구른 걸 나한테 덤탱이를 씌우려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번뜩 들고 계단을 둘러보니 가게 앞 입구에서 계단쪽을 촬영하고 있는 CCTV를 발견했습니다.
가게로 뛰어들어가니 홀에 사람이 없길래 주방으로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CCTV가 지금 녹화되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매장에서는 확인할 수 없고 본사쪽에 확인을 해봐야된다고 하네요. 그러면 본사쪽에 어떻게 확인을 하냐고 물으니 사장님한테 물어봐야 하는데 사장님은 매장에 안계신답니다. 그러면 사장님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하니 지금 바쁘니 홀에 물어보라고 합니다. 홀에 있는 직원에게 사장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니 모른다고 합니다. 주방에 다시 가서 사장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니 저 들으라는 식으로 홀 직원 뭐하고 있는거냐고 혼잣말로 짜증을 냅니다. 가게에도 빡이 치려는 찰나에 119 대원에게 연락이 옵니다. 어디시냐고.
전화를 받으면서 나가보니 119 대원이 도착해 있었고 주변을 어슬렁 거리고 있던 두 아저씨들을 가리켜 굴러 떨어진 사람들이라고 알려드렸습니다.
119 대원이 (A) 아저씨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 (A) 아저씨는 저를 가리키며 계속 뭐라뭐라 합니다. 그러자 119 대원이 달래듯 말씀하십니다. - 구급대원 : 아저씨, 저 분은 아저씨가 다치신 줄 알고 걱정되서 신고하신 분이예요. 그런 분한테 뭐라고 하면 안되죠 - 아저씨(A): 아니 지금 기분이 나쁘잖아~~ 횡설수설~~
이 말까지 들으니 살짝 눈이 돌려고 하더라구요; 그 순간 제 삶의 일부를 희생해서라도 어떻게 이 아저씨를 엿먹일까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근데 잠깐 생각을 해보니 제가 직접적으로 이 아저씨에게 피해를 입었다거나 폭행을 당했다거나 하는 게 없어서 경찰서를 가거나 뭘 해도 사소한 시비거리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고 더 있어봐야 시간이 아까울 것 같아서 119 대원들에게 저는 먼저 가도 되냐 물었고 가셔도 된다고 하시길래 자리를 뜨고 집으로 오게 되었는데요.
글이 길어서 세 줄 요약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1. 식당 계단에서 취객 두 명이 제 뒤로 굴러 떨어짐 2. 119 신고하고 상태를 지켜봐줌 3. 정신차린 취객이 저보고 덤탱이를 씌우려고 함
가장 찜찜한 건 이건데요. 만약 CCTV가 녹화되지 않았고 목격자도 없는 상황에서 그 아저씨 두 명이 제게 계단에서 구른 것을 덤탱이 씌웠다면 어떻게 됐을것이며 저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 것일까요?
시원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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