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현직 경찰이 한 여성과 말다툼을 하다 망치로 머리를 가격하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여성은 현재 의식 불명 상태이고, 사건 직후 전국 수배령까지 내려진 가해 경찰은 이틀 후 강원도 대관령 전망대 인근에서 자살시도를 하다 실패해 현재 중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민을 지켜줘야 할 경찰이 저지른 끔찍한 폭행에 비판 여론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찰이 피해 여성을 끈질기게 괴롭혔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안양에서 벌이진 ‘망치 경찰 사건’의 전말과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을 들여다봤다.
피해 여성 강 아무개 씨(36)의 이웃 주민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었다. 이날 윤 아무개 경사(44)는 오후 1시 30분쯤 강 씨의 집을 찾았다. 이윽고 강 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강 씨의 휴대폰을 부수고 4시 30분쯤 집을 나왔다. 강 씨는 윤 경사에게 전화를 해 “휴대폰을 고쳐 놓고 가라”고 요구했다.
강 씨의 전화를 받은 윤 경사는 40분쯤 뒤 다시 들어와 또 다시 말다툼을 하기 시작한다. 당시 강 씨 집에 놀러 온 김 아무개 씨(여·40)가 말리려 노력했지만 윤 경사는 점점 더 격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내 신발장에 있는 망치를 들고 강 씨를 방으로 끌고 가 방문을 잠갔다.
“너 같은 건 죽어야 돼.”
방 안에서는 윤 경사의 목소리와 ‘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망치를 들고 유유히 걸어 나온 윤 경사는 곧바로 주택을 빠져나왔다. 김 씨가 방으로 들어가자 강 씨는 머리에 피를 가득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강 씨는 두개골이 함몰되는 치명상을 입은 채로 병원에 실려 갔다.
당시 윤 경사와 강 씨가 어떠한 이유로 다퉜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사건의 핵심인물이 모두 의식불명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 전언에 따르면 그 원인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간 윤 경사가 강 씨에게 무서울 정도로 집착을 했다는 것이다.
윤 경사와 강 씨는 1년여 전에 만나 사귀기 시작했다고 한다. 강 씨는 자신의 언니에게도 “좋은 남자가 있는데 형부랑 한 번 만나줄래”, “경찰이라 든든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며칠이 지나도록 연락이 오지 않자 소식이 궁금했던 강 씨의 언니는 강 씨에게 전화를 먼저 걸었다고 한다. 그때마다 강 씨는 “별로인 것 같아서 조금 더 두고 보려고 한다”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급기야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충격적인 고백을 하게 된다. 강 씨가 윤 경사에게 이별을 고하자 윤 경사가 폭행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강 씨의 언니는 “폭행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왜 사람을 때리느냐’, ‘근무지에 다 얘기하겠다’고 윤 경사에게 문자로 따진 적이 있다. 징계가 두려웠는지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하더니 또 다시 집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동생이 무서웠는지 ‘언니, 경찰에 얘기하지 마. 이 사람 진짜 나 묻어버릴지도 몰라’라고 얘기하더라. 얼마나 무섭게 했으면 그렇게 얘기할까 싶어 정말 기가 막혔다”라고 전했다. ▲ 사건이 발생한 주택(위). 아래는 망치로 폭행하고 도주하는 윤 경사 뒷모습. 사진출처=MBN 뉴스 캡처
이런 윤 경사를 피해 강 씨는 몇 차례 지인의 집으로 피신하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윤 경사는 강 씨의 위치를 파악해 괴롭히곤 했다. 참다못한 강 씨는 결국 언니의 집으로 이사를 가려고 했으나 이사를 앞둔 며칠 전에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사건 당일 강 씨의 집에는 이삿짐이 한켠에 쌓여 있었다고 한다.
사건을 저지르고 이틀 후 윤 경사는 강원도 대관령 인근에서 목을 맨 상태로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윤 경사의 도주로를 파악한 경찰이 윤 경사의 차를 발견하고 인근을 수색한 것이다. 발견 당시 윤 경사는 의식불명 상태로 현재까지 병원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강 씨의 가족들은 윤 경사의 현재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 씨의 언니는 “언제는 혼수상태였다고 했다가 언제는 중태라고 했다가 자꾸 말이 바뀐다. 무엇보다 윤 경사가 어느 병원에 입원했는지 어떤 상태인지 명확히 알려주지 않아 답답하다. 이대로 사건이 묻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라고 전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현재 윤 경사는 뇌사 증세를 보이며 상당히 위독한 상황이다. 설마 그런 것을 거짓말을 하겠느냐. 병원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신변에 위협이 될 수도 있기에 비밀에 부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사건과 관련한 여러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보다 윤 경사가 강 씨의 휴대폰을 일 년 동안 5번이나 부수는 등 유독 휴대폰을 부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사건 당일에도 휴대폰을 부순 윤 경사는 도주할 때 휴대폰을 들고 가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 씨에게 했던 전화나 문자 등을 인멸하려고 한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강 씨의 언니는 “그동안 전화나 문자 등으로 동생에게 겁을 많이 줬다. 통신 기록을 조회해보면 다 나올 것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강 씨와 윤 경사가 의식 불명 상태임에 따라 모든 경찰 조사는 중단된 상황이지만 강 씨의 상태는 점점 심각해져 가고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강 씨의 언니는 “대수술을 한 차례 했으나 또 다시 대수술을 앞두고 있다. 오죽하면 의사들이 어떻게 때렸기에 이렇게 됐느냐고 물어보더라. 경찰이 일반 시민을 그것도 키가 150cm 정도밖에 안 되는 여자를 망치로 때렸다는 게 생각할수록 너무나 기가 막히고 원통하다”라고 전했다.
물론 경찰도 사람이기에 빠굴, 바람 피울 수 있다고 보지만 제발 사람은 죽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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