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지 못했었던 주말...
저는 제 차로 큰 애 병원검사랑 이종사촌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하루종일 밖에 있었고,
마눌님은 세컨카로 막내아들놈과 아들놈 친구, 친구 엄마와 함께 고령 산림녹화숲인지
깨몽둥인(?)지에 바람쐬러 갔다왔었습니다.
원래 주말이나 일이 없으면 저는 덩치 큰 제 차보다는 자그마하고 경쾌하게 움직이고
주차하기 편한 세컨카를 자주 쓰는 편입니다. 오늘 세컨카를 쓴다고 하니 마눌님께서
자기도 오늘 스케쥴이 있으셔서 안된다네요...
병원에 가는길... 오늘따라 유달리 신호마다 걸리고,병원 주차장도 큰차를 대기가
쉽지 않아 병원에 예약시간보다 늦게 도착해서 제 시간에 검사 못받고 맨 뒤로 순위가
튕겨서 열받아 있었는데...
마눌님한테 전화가 옵니다.
운전하다가 기둥에 사이드미러 긁어 먹었다네요...
운전중에 딴 짓 하지 말고 한눈팔지 말라고 잔소리 좀하고 전화 끊으려는데...
'여보야, 차가 좀 이상하다... 브레이크가 좀 밀린다...'라고 하네요...
예전에도 브레이크 패드 다닳아 디스크 갉아먹기 일보 직전까지 타고 다니다가
나한테 잔소리 우리~하게 들은적이 있는지라.
'사람 많이 태우고 짐실으면 브레이크 좀 밀린다. 미리미리 여유있게 밟아라.'
라고 잔소리하고 전화를 끊었죠.
병원 일 보고 결혼식장 갔다가 집에 가보니 마눌님은 막내아들놈이랑 쿨~하게
밥 잘 처먹는 예쁜누난지 깨몽둥인지를 보면서 TV와 하나가 되어 계시고...
마눌님은 집에 들어오는 나를 힐끔 보면서 또 차 브레이크가 밀린다고 좀 확인해 달라네요.
궁시렁거리면서 긁어먹었다는 사이드 미러 확인도 할 겸 지하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에 가서 보니 사이드미러는 멀쩡합니다...
'생각보다 괜찮네...'라고 생각하고 운전석에 앉아 브레이크를 밟아보니...
'쑤~욱'밟히네요... 원래 시동이 꺼지면 부스터가 먹통이 되어 딱딱해져야 하는데...
'얼라리요...?'...(ㅡ.,ㅡ;)a
다시 반복해서 여러번 밟아 봅니다.
그러나 역시 '푸~욱'밟히는 브레이크 페달...
'어쭈구리? 이건 좀 아닌데...'(ㅡ.,ㅡ;;)a
시동을 걸고 다시 브레이크를 밟아보니 역시나
똑같이 '푸~욱' 밟히는 페달...
잽싸게 엔진 후드를 열고 브레이크 부스터 쪽을 확인해보니
지하주차장이라 어두컴컴해서 확인이 안되고...
혹시나 해서 주차브레이크를 풀어서 경고등을 확인해보니
낭창~하게 들어와 있는 브레이크 경고등...
순간 띵~해지는 머리를 추스리고 밖으로 차를 빼서 확인해봐야겠다고
차를 슬금슬금 움직이면서 브레이크를 밟아보니...
오마이 갓!!!... 브레이크가 듣지 않습니다...(ㅡ,.ㅡ;;;)a
엉덩이를 시트에서 살짝 떼는 수준으로 꽈~악 밟으니 마지 못해 겨우 서는 정도... ?
밖으로 차를 빼서 비상등 켜고 후드 열어 브레이크 액 수준을 확인해보니...
'리저버 탱크에 브레이크 액이 없네요...!'...ㄷㄷㄷ
잽싸게 인근 쉐보레 정비소로 경고등 켜고 설설 기어서 이동 합니다.
브레이크는 거의 바보가 다 되어서 꽉 밟아서 속도 줄이고 최종 제동은 주차 브레이크로
하는 식으로 정비소에 설설 기어서 도착해서 리프트에 올려보니...
브레이크 호스가 터져서 액이 다 빠져 나가고 휠 하우스 안쪽은 새어나온 브레이크 액으로
범벅이 되어 난리가 났네요...ㄷ ㄷ ㄷ
저도 정비소 사장님도 브레이크가 바보가 된 이 꼬라지인 차를 몰고
고령 산림녹화 기념숲에서 대구까지 4차선 시속 80키로 제한속도인 국도를
왕복 60km나 몰고 온 마눌님의 운전스킬에 뒤통수 맞은 심정으로 어안이 벙벙해서
'사라미 아니므니다...'라면서 추천 꾸~욱 도장쾅쾅하고...
닥치고 수리 할려니 이노무 똥차의 브레이크 호스 부품 재고가 없어서
담주 화요일까지 기다려 달라네요...(ㅡ,.ㅡ;;;)a
다른 정비소로 옮길려고 해도 브레이크가 메롱된 차를 섣불리 옮길 수도 없는 일...
집에가서 여전히 TV와 하나되어 계신 마눌님께 차마 잔소리는 못하고
큰일날 뻔 했다고 말했더니 마눌님 말씀이...
'죽을 뻔하다 살아돌아온 마누라 너무 갈구지 말고...
홀애비 안 만들어 줬으니 나한테 고맙다고 해.'... 켁...(ㅜ.,ㅠ;;;)a
'글고 사이드 미러 긁어 먹은거는 브레이크가 안들어서 그런거니
그걸로 퉁치자.'... 깨갱...(ㅠ,.ㅠ;;;)a
순간 마눌님이 기계를 마음먹은 대로 조종할 수 있는
'터미네이터 44호'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운전하면서 느낌이 이상하면 무조건 안전하게 길 옆에 차를 세우고 계기판 경고등을 확인하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나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잔소리로 마감했습니다만...
왠지 인터넷에 호랑이 올라타고 V자 포즈 취하는 뽀글이머리 사진의 아줌마보다
지금 마눌님이 더 대단하고 무서워 보이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그리고 차라는 놈이 아무리 정비 잘 하고 멀쩡해도...
한 순간에 고장나서 한방에 훅~갈 수도 있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브레이크 안드는 차 60km 주행한.
브레이크 안드는 차 60km 주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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