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체의 근로자 불법파견에 사업주의 형사 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의 첫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어제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데이비드 닉 라일리 전 GM대우 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GM대우 협력업체 대표 등 6명에 대해서도 300만-4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라일리 전 사장은 800여명의 근로자를 불법으로 파견받아 생산공정에 투입한 혐의로 2006년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되자 정식 재판을 청구했었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으나 항소심은 도급 계약이 아닌 불법파견이라며 벌금형을 선고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1998년 파견법 시행 이후 사용주가 불법파견으로 형사처벌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행정소송에서는 이미 현대차 사내하도급 근로자로 일하다 해고된 근로자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파견법에 의하면 자동차 생산 등 제조업에서는 근로자 파견 자체가 불법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업체의 불법 파견근로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 사내하도급 계약으로 위장한 불법 파견 행태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근절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일상화되다시피한 불법 파견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2010년에 300인 이상 사업장 1천939곳을 조사해보니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전체의 4분의 1에 육박했다고 한다. 자동차 업계도 16%가 넘는다. 사업주에게 아예 면죄부를 주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곤 한다면 불법파견 원천 차단은 요원하다.
사내하도급이 불법파견임을 인정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현대차 등 다른 제조업체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해소방안으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정규직 신규 채용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전원을 정규직화하는 것도 아니고, 경력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정규직 노조의 반발이 여전하다고 한다. 고용 유연성이 떨어지면 대외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회사 측 주장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장기간의 노사 갈등이 생산성 하락을 부추긴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과연 어떤 방향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상생의 길인지 더욱 깊은 성찰과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어제 이마트에 대한 특별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23개 지점에서 직원 1천978명을 불법으로 파견받아 부려온 사실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불법파견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해고예고수당이나 연장근로가산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도 발견됐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유통업체가 버젓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일벌백계 차원의 단호한 응징이 뒤따라야 한다. 이마트의 사례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 뿐일지도 모른다. 정부는 노동관계법을 나 몰라라 하며 법 위에 군림하려는 이런 후안무치한 행태를 그냥 둬서는 안 된다. 지속적인 감독과 단속,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사내하도급 근로자 등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중대 요인으로 꼽힌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800만명을 웃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과 희망의 시대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가 있다고 하니 기대를 걸만하다. 기업들도 스스로 비정규직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 바란다. 최근 비정규직 2천여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한화 그룹의 사례가 재계 전체로 확산하기를 희구한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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