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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652] 등록일 : 21.02.24 (수) 19:54 | 조회:123,121 | 추천:2,178
닉네임 : 곰퓨터
가입일 : 2014/09/23
최종방문 : 2021/03/28
작성글 : 371
댓글수 : 3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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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이가 희귀난치병 진단을 받아 투병중에
보배에서 많은 응원과 희망을 얻었던 세아이를 둔 가장입니다.



이 글을 올리던 날에 병원다녀오며 첫눈을 보았는데..
이제 어느덧 겨울이 다 지나가고 따스한 봄날이 되었네요.

아참, 작가님과는 연락이 닿아 흔쾌히 그려주겠노라며 빨리 사진 달라 닥달하셨는데..
집에서 찍은사진보다는 스튜디오에서 찍는 예쁜성장사진을 준비하려했는데
매일매일이 사투이고 입원 반복하다보니 사진관 예약잡은것도 계속 미루고있네요..
이젠 그나마도 어렵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아무도 관심없어할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넉두리도 해보고 다시 기운도 내보고
조금 근황을 전해보려 술기운을 빌어 이렇게 글을 적어 봅니다.
글재주가 없어서..
그냥 이사람이 하소연할곳없어서 속에있는 말 생각나는데로 꺼내는구나..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저와 저희 가족들은 여전히 오늘 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아픈 막내딸을 위해 있는 힘껏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날 이후로도 유전자검사도 타겟잡고 재진행해보고 여러 검사를 병행하였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저희아이는 전세계에 발병 사례가 19건밖에 되지않는..
그래서 질병분류기호조차 없는 dnm1l 미토콘드리아 근병증을 확진받았습니다.
그날은 국내 발병 환아 세번째이며,
생존해 있는 두명의 아이중에 하나가 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는 그마저도 다른 아이들은 세포중 일부분이 소실된것에 반해
저희 딸은 세포 자체가 붕괴된 상태며 이런케이스는 없었다고 합니다.
회복은 당연히 불가능하고 현상 유지도 어려우며, 조금씩 조금씩 나빠지다가 끝날거라고..
재활치료도 열심히 하지말고 희망을 버리라 합니다.
아이를 포기하란 말에
화도 참 많이 났지만, 고마운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누구보다 솔직히 이야기해줘서 고마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더해주고 다해줘도 후회만 남을 그날에
수백 수천가지 후회중에 하나정도는 덜어낼 수 있을만큼 더 열심히 사랑해주게 될테니까요.

이 이야기를 가장 전하기 힘들었던
언니, 오빠에게도 거짓하나 보태지않고 진실하나 빼지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두려웠지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올 이별에 혹시나 큰상처로 남지않을까..
아이들도 나처럼 더많은 후회로 죄책감을 갖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용기내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어린 나이인 큰딸은 그날 밤새도록 울다가 잠들었고,
그보다 어린 아들 녀석은 누나가 우니까 같이 울다가 잠들었습니다.

지난 명절에는 큰아이들만 데리고 부모님 계시는 고향집에 다녀왔습니다.
육십이 넘어서도 자식들에게 뭐하나로 더남겨주려
추운 날씨에도 밭에 계시는 어머니가 막내손녀의 안좋은 소식에 그간 얼굴이 더 상해보여서
너무죄송스럽고 마음이 아팟습니다.
와이프가 함께오지 못해서 혹시나 재수씨가 힘들까봐 전도 부치고 설거지도 열심히 했네요.

늦은저녁먹고나서
아버지,어머니께 조심스레 막내손녀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나아주고 길러주는것도 부모의 도리이지만
일찍 떠나보낼수밖에 없는 아이를
서운하지 않게 잘 보내주는것도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하여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저는 우리 노을이 가고나서도 매일매일 보고 싶습니다.
보고싶을때면 보러오고 기억나면 생각하고 애써지우지않고 그렇게 웃어주고 울어주며 살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마음이 무뎌지고 기억에서도 바래지겠지만
참고견디기 보다는 우리 가족이 예뻣던 노을이 모습 함께 기억하고 그렇게 잊어가고싶습니다.

어떻게 말을꺼내야할지몰라 수백번씩 마음속으로 되뇌이던말을
부모의 입으로 자식의 죽음을 입에담는다는게 너무힘겨워 울었고
자식이 힘든 이야기 꺼내는 모습이 안쓰러워 부모님도 울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릴적 사고로 죽은 누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되었습니다.
제 위로 누나가 있었고 제가 5살, 누나7살이던 해에
집앞에서 사고로 누나를 잃었습니다.
아주 어릴때이고 오래된 기억이라 강렬했던 기억들만 남아있지만
처음 쓰러져있는 누나를 발견하고 어머니께 달려가며 누나죽었어 라고 울며 외치던게 생각납니다.

그렇게 누나를 보내고 기억에는 없지만
그날이후로 누나얘기만 꺼내면 호되게 혼내시던 부모님 기억에
커서는 누나는 무덤도없고, 그냥 그렇게 보냈구나..
하고있었는데 아버지께서 누나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어떻게 30년넘게 숨겨오셨는지..
매년 명절이면 성묘끝나고 어머니한테만 들릴까말까한 목소리로 "갔다올게" 하시던 아버지가 말씀하시네요.
죽은 자식은 마음에 묻고 꺼내지말아야 한다.
마음에도 묻고 땅에도 묻으니 생각 않나는날 없이 눈에 않보이는 날 없이 괴롭고 미안하더라..
하셨습니다.

다음날 할아버지,할머니 산소에 갔다가
보낸날 이후 평생 한번도 와본적 없다..
마음에 묻고 너만보고 네동생만 보고 살았다고 우시며 않간다던 어머니를 모시고
31년만에 처음으로 누나의 무덤에 갔습니다.
집에서 그리 멀지않던 무덤앞에서 죽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늦게와서 미안하다.. 그렇게 통곡했습니다.
어릴땐 어린맘에 자주생각나 울었지만
세월이 약인지 그저 문득문득 기억날때는 있었는데..
하필이면 왜 그날 그리도 누나에게 못되게 굴었는지..
그게 마지막일줄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평생 울것 다 울고 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차안에서 어머니께서 숨긴다고숨겨지는것도 묻는다고묻어지는것도아니더라. 눈에닿는곳에 두라고 하시네요.

지난주말에도 혼자서 누나한테갔다왔습니다.
그 지난주에가서 실컷 울고왔던건지 눈물은 안나고 넉두리만 하다 돌아왔습니다.
지난 11월 할아버지 제삿상에서는 우리 딸 살려달라고 빌었는데..
안된다는걸 깨달은 올해 할아버지,할머니,누나의 산소에서는 우리가족 행복하게 해달라 빌고왔습니다.
가는사람도 남는사람도요.

저희 딸 이름은
명하늘빛노을 입니다.
밝을 명 자에 하늘에 빛나는 노을,
하늘빛이 나는 노을 이라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이제는 저녁 노을만보면 울음부터 터져서 요즘은 하늘도 잘 안봅니다.

아이가 어떤상황인지 처음 전해들었던 어머니가
이름이 노을이라서 일찍 지려나보다..
하셨었는데..
이름이라도 더 예쁘게 지어줄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틀전에 아이가 다시 입원했습니다.
1~2주정도 간격으로 위기가 찾아오네요.
입원해서 약물 늘리고 영양제도 맞고 하면
체력이 조금 올라와서 퇴원하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약을 두배로 올렸는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있습니다..
약이 늘어나면 기운이 떨어져서 먹지도못하고
호흡도 약해지고있어서 무한정 늘릴수도없는 상황입니다..

증상이 악화되기 시작하면 시력,청력도 잃는다고 합니다.
큰 바다도 보여주고 파도소리도 들려주고
서운하고 미련남지 않도록 다보여주고 싶은데
마음대로 외출조차 할수없고 맛있는것도 먹을수 없고..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조금이라도 더 함께하고싶은데
집에남겨진 아이들도 챙겨야하고 병원비라도 벌려면 일을 안할수도없고..
안그래도 어려운시기에 문닫는 시간이 늘어나니 점점 힘에 부치네요.

무엇보다 오늘이 마지막인것처럼 살자. 했는데..
오늘이 그 마지막일까봐 하루하루가 두렵습니다..

일기처럼 적어놓은 글자들이라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우리 딸도 저도 애기엄마도 우리가족모두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긴 넉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 폰에는 아이들 사진조차없네요..
아이와함께 찍은 사진도요.. 하하..
뭔 컴퓨터,노트북 배 갈라놓은 사진만 잔뜩있고..;;

아이엄마 폰에는 꽉차있는데..
왜 자기폰에는 애들사진없냐는 말에
집에오면 매일보는데 뭐하러 사진찍냐며 투덜거렸는데..
이번에 퇴원하면 사진 많이 찍어둬야겠네요.
아이엄마 카톡에서 살짝 훔쳐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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