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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4] 등록일 : 23.10.03 (화) 16:17 | 조회:80 | 추천:2
닉네임 : 검정하늘
가입일 : 2017/07/07
최종방문 : 2023/11/30
작성글 : 140
댓글수 : 1424
드림카는? 미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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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마지막 노숙을 끝으로 오랜만에 밤하늘 담요가 필요해 나서본다.

내가 일반국도를 즐기는 이유를 대라면 수도없이 나오겠지만, 그중 하나가 식물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호빗족을 담당하는 창조자로 환삼과 하수오, 사위질빵등 작은 덩굴이 있고, 오크를 담당하는 창조자로 등나무와 칡, 담쟁이가 있다.

덩굴로 만들어진 크고작은 몬스터들은 때로 거대한 티라노가 생각나고, 놀랄만큼 닮은 유니콘도 있고, 서글픔 가득한 센타우르스의 눈을 마주하기도 한다.

어쩌면 저 정교하고 멋진 작품들은 마지막 사람이 잠들고 나면, 살아나 산을 뛰 다니지는 않을는지 궁금해지곤 한다.

호랑이도, 강아지도, 독수리도 괴수도, 악마도 도깨비도, 밤이되길 기다린다.

 

 

 

정오가 넘어가는 시간에 도착한 청송의 기온은 쌀쌀맞다.

혹시나 해서 전기장판과 발열침낭을 준비하긴 했지만, 가을스런 옷차림에 한기가 부담스럽다.

일단 책이나 좀 보다가, 이른 저녁에 술한잔 삼키고 늦게까지 잠들 계획이다.

내가 노숙을 하는 주된 목적이 잠인듯 하다.

암막 속에서 세상모르게 푹 잠들고 나면, 일주일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에, 주말이면 나돌기를 즐기는 모양이다.

다섯시가 넘어갈 쯤, 맘이 급해진다.

햇님과 같은 시간에 잠들어야 한다.

 

 

 

 

고기팩을 꺼내 그리들에 올리고, 소주를 마시면서 구울지, 다 구워서 마실는지 고민하는 순간 전화가 걸려온다.

“응, 형~

혹시, 아버님?”

“응, 좀전에 가싯다.”

“현서는?

온데요?”

“연락 했는데, 안올거란다.

한잔하로 올래?”

“알았어요. 한시간쯤 걸릴겁니다.”

 

 

 

 

좀 복잡한 삶이 있다.

아들이 모두 여섯이다.

정식으로 인정받는 아들 둘이 있고, 대놓고 만들어둔 아들둘에 몰래 숨겨서 만든 아들이 둘 더있다.

몰론, 많다고 다 좋은건 아니다.

시끄럽고, 큰소리가 많다보면, 결국에는 돌아서 다시는 돌아보지 않는 경우도 생기곤 한다.

지금은 정식 큰아들 하나만 그나마 아버지란 위치를 인정할 뿐, 가족도 친척들도 돌아보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인정받고 함께해야 할 식구들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강압적이고, 나처럼 일년에 한두번 보는 사람들에게는 천사보다 친절하다.

“경호 니 이거 무밧나?

이기 송이라 카는기다!

내니까 이런거 구해오지, 저새끼들은 돈주고도 못구한다!

마시 어떤가 함 무바라!”

송이와 장뇌삼을 아들이 아닌 남에게 배풀곤 하는 성격이다.

 

 

 

 

장례식장 모습은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다.

상조회사 직원 둘, 상주 부부가 전부다.

간혹 마을 사람들이 두셋정도 모여서 잠시 인사하고 돌아가는게 전부다.

“상조는 지랄한다고 들었나 모리것다!

사람도 없는데…..

시발! 죽을라머 울 아부지처럼 죽어야 되는데, 이것도 복이다.

남들눈에 피눈물 나게 만들고, 단 한번도 남 위할줄 모르고, 평생 지 주디만 챙길주 알고 살디마!

단 한번도 어디 아픈적도 없이 살다가, 갑자기 입맛이 없다더마, 가네?”

 

 

 

찾는이 없는 넓은 방 귀퉁이에 술상하나 차려서 밤늦도록 죽음 이야기를 꺼내본다.

“형은 먼저가는 사람들 보면 서글픔 같은거 없어?

표정보면 전혀 그런게 안보여서…..”

“예전에, 그라이 어릴때는 죽는다는게 겁이 나더라고, 남 죽음조차 내 죽음이 생각나서 끔찍하더라.

근데, 지금은 그런 느낌이 없다.

죽는 순간까지, 힘들게 가야하는게 무섭지.

우리 아부지처럼 이렇게 죽는건 하나도 겁 안난다.

요즘 사람들이 죽는걸 소풍간다 카드마?

딱 그런 느낌이다.

다 가야되고, 좀 빠리고 느리고 뿐이지….

어차피 가야한다면 머 가머대지!”

“나두그래, 죽으러 가는 과정중에 힘듬만 없다면, 조금 더 일찍 잊혀질 뿐인걸?

내가 없어진다고 시간이 그걸 알아줄까?

삶은 짝사랑이고, 죽음은 현실 이랄까?”

 

 

 

 

사람없는 넓고 따스한 장판위에서 간혹 내 코골이에 놀라서 몇번 눈을뜬다.

짧은 챙피함에 정신을 차리지만, 또하나의 코골이 소리에 안도하며 스르르 잠들기를 반복한다.

포항으로 돌아가는 내내, 삶과 죽음에 관해 생각해 본다.

국도변 좌우측으로 여전히 수많은 몬스터를 보자니, 도무지 저것들은 삶인지 죽음인지 알수가 없다.

 

 

화려하고 멋진 작품들 부근에서는 차를 새워둘 공간이 없어, 아쉽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 앞에서 멈추고 다가간다.

‘도대체, 인석들은 어떻게 이렇게 멋진 작품들을 만드는 거지?

마삭줄과 하수오, 사위질빵과 환삼이 함께 어우러진 속을 비집어 본다.

놀랍게도 그 속에는 삶이 없다.

죽음과 주검을 감싸고 여리디 여린 삶이 버티고 있다.

오늘 파랗게 자리한 녀석들은 내일의 주검이 되고 그 죽음을 잡고 또다른 삶이 자리하겠지.

 

내 삶도 별 다를바 없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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