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편.

김정일은 이들이 자기 때문에 고생한다고 가끔 동구권 여행을 시켜줬다. 특히 중주단 여자들이 이런 특혜를 받았는데， 단체로 모스크바와체코， 헝가리， 폴란드등 동구권을 관광시켰다. 물론 인솔자가 붙는， 엄격한 감시하의 여행이다. 그래도 그 여자들은 ‘친해하는 지도자 동지의 크나큰 배려와 사랑 속에서 부러울 게 없는’ 생활을 한다. 최소한 북한에서는 정말 부러울 게 없는 사람들이다. 그 여자들도 몸이 아프면 차관급이 치료받는 남산병원에서 치료받는다. 중주조와 공연조 여자들은 25세가 되면그만두는데 대개 김정일 주변의 호위군관과 결혼시키는 등 될 수 있는 대로 밖으로 내보내 지 않는다. 

질병이 있어 가까이에 있는 사람과 결혼시키지 못할 경우에는 고향에 돌려보내는데， 엄중한 교육을 시키고 비밀을 지킨다는 각서를 받고 보낸다. 가서는 해당 지역 정치보위부의 통제를 받게된다. 특이한 것은 간호원이나 지도자 주변의 접대원들의 신분이 호위 군관이라는 사실이다. 지도자 동지를 위해 근무하는 여성들은 여러 갈래가 있다. 쉽게 임무로 나누면， 우선 집무실의 타자수와, 차를 나르는 등의 일을 하는 접대원이 있다. 

관저에는 안마사와 간호원이 있다. 그리고 공관의 측근자 파티에 동원되는 공연조와 중주조가 있다. 이들의 선발은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서 시작된다. 충원 대상은 각 도의 예술전문학교와 평양의 예술전문학교 학생들이다. 이 학교들은 중고등학교 과정이다. 예술전문학교 졸업반이면 나이 18세 정도인데， 고등학교 졸업반 쯤 된다. 해마다 뽑는 것은 아니다. 김정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서기실에 지시를 내린다. 그 지시는 평양시와 도당 간부로 내려간다. 지도자 동지 집무실 요원을 뽑으라고 지시가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1 호 대상자를 뽑으라고 한다. 숫자 암호를 붙이면 관계자 이외의 사람은 알기가 어렵다. 1호 대상자면 예쁘고 용모 단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건강해야 한다.

각 도에서는 그런 걸 쉽게 하기 위해 예쁘고 용모 단정하고 건강한 애들을 선발， 예술적 소질이 있든 없든 모두 예술전문학교로 뽑아 놓는다. 이미 모아 놓았으니 지시가 내려오면 이들 학생 중에서 골라 위로 올린다. 그 숫자가 2백~3백 명 정도 된다. 그 학생들 중에서 1백 명 정도를 먼저 추린다. 1차로 고른 여학생들을 평양으로 불러 올려서 남산병원에서 정밀 신체검사를 한다. 김정일 주위에서 일할 여성들이니까 조그마한 질병도 있어서는 안 된다. 남산병원에서는 산부인과 검사도 한다. 숫처녀라야 뽑힐 수 있다. 

신체검사에서 반수가 탈락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신체적으로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 50명 정도가 선발된다. 그 이후에 임무가 부여된다. 너는 타자수， 너는 간호원， 너는 접대원， 너는 안마사， 이런 식이다. 직무교육이 시작된다. 안마사로 뽑힌 여자는 안마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홍콩이나 대만에 가서 3~6개월간 연수를 받는다. 

정식으로 배우는 것이다. 간호원으로 배정된 여자들은 1년 과정의 간호학교로 간다. 주사 놓는 법， 투약하는 법 등 간호원으로서의 직무교육을 받는다. 접대원으로 뽑힌 여자는 식탁 차리기 음식 서브하는 법 등을 배운다. 제일중요한게 김정일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지도자 동지’ 가 좋아하는 담배는 어떤 것이고， 어떤 위치에 놔야 하는가 등을 배운다. 중주조나 공연조(무용조)는 평양음악무용종합대학에서도 선발하지만， 나이가 스무살이 넘어가기 때문에 더 어린 아이를 뽑을때는 평양예술종합학교에서 음악이나 무용에 소질있는 애들 중 신체 건강하고 용모 단정한 아이를 뽑는다.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선발되고， 직무 교육을 받지만 여성들이 모두 김정일의 지근 거리에 배치되는것은 아니다. 제일 괜찮은 아이는 집무실이나 관저로 가고 그 다음에 주석궁이나 전국 방방 곡곡의 특각에 관리요원으로도 배치된다. 간호원도 특각마다 한사람씩 배치된다. 교육은 함께 받지만 흩어지게 된다. 

지도자 집무실에 들어가면 타자수들이 타자를 치고 있는데 들어가변 한마디로 눈이 부시다. 타자수들은 화장도 별로 하지 않지만， 나는 남한에 와서 아직까지 그렇게 예쁜 여자들이 단체로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김정일에게도 고정 파트너가 없었다고 한다. 두세 명 정도가 김정일의 파트너로 옆자리에 앉았는데， 75년부터는 한명이 고정적으로 앉기 시작했다. 무용수 고영희가 바로 그 여자다. 일본 공연 때 각광 받았던 무용수다. 고영희는 북송 재일교포 출신인데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북으로 왔다고 한다. 나는 고영희가 53년생으로 알고 있는데， 75년부터 김정일의 파트너가 됐으면 22세 때다. 

김정일은 76년부터 고영희를 들어 앉혔다고 한다. 77년부터는 아예 파티에도 참석을 시키지 않았는데 당시 어디에다 살림을 차렸는지는 모른다. 나중에 창광산 관저를 고영희에게 주었는데， 그 때 고영희가 임신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고영희는 81년에 아들 정철을 낳는다. 당시 쉬쉬하면서 최준덕이 내게 “고영희가 아들 낳았다"고 말했다. 당시 이모는 고영희의 득남 소식을 몰랐다. 주위 사람들이 알려 주지 않았는데 알게 되면 더욱 충격을 받을까 해서였다. 김정철과 관련해 할 얘기가 있다. 

어느 날 김정일이 할머니에게 정남이 이름을 새롭게 하나 지어보라고 했다고 한다. 할머니가 이것저것 따져 보고 사전도 찾아보고 해서 이름을 만들어 드렸는데， 정철이라는 이름이었다. 고영희의 별명이 방치코인데， 다른 사람들은 쓰지 않고， 우리 가족들만 쓰는 은어 비슷한 것이다. 고영희의 코가 망치 닮았다고 해서 붙인 별명이다. 그 별명은 어머니가 지으셨다.

    ●  측근자 파티

김정일이 측근챔을 불러서 여는 파티를 ‘연회’ 라고 한다. 파티에 참석하는 측근들은 대개 부부장들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들 이다. 중앙당의 측근 부부장들은 주로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그리고 연락부와 국제부의 심복들이다. 

참석자들의 면면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바뀌게 마련이다. 측근자 파티를 시작할 때는 당시 인민무력부 총정치국장 이용무， 호위사령부 2국장 김성윤을 위시해서 측근 부부장들 20명 미만이 참석했다. 그런데 77년 이용무 총정치국장이 자기 세력을 형성하려 한다고 해서 목이 달아났다. 

인민무력부에서는 오진우가 이용무 대신 참석 하기 시작했는데， 오진우가 측근이 된 것이다. 김성윤 2국장이 김평일의 편의를 봐췄다가 날아갔다는 것은 이미 이야기했다. 77년부터는 측근자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의 수가 40명 정도로 늘어났다. 

연형묵 당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중공업비서도 참석 하기 시작했고， 김영남 당시 중앙당 국제부장과 허담 외교부장의 얼굴도 보였다. 김영남 부장은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노처녀인 정경희 중앙당 연락부장도 참석했는데 김정일을 기쁘게 하려고 술도 많이 마시고， 우스갯소리를 많이 했다고 한다. 측근자 파티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사람이 김용순 당시 중앙당 국제부 부부장이었다. 김용순 부부장은 키도 크고 잘 생겼다. 김용순 부부장 등 몇몇 부부장들은 측근자 파티에서 ‘지도자 동지에게 기쁨을 드리기 위해’ 춤추는 것도 연습했다고 한다. 

디스코나 탱고 를 많이 연습했다는 것이다. 항간에는 김경희가 김용순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최근 김일성 장례식 때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김경희를 김용순이 거의 껴안다시피 부축하는 사진이 그 증거로 들어지는데， 남편 놔두고 외간 남자에게 기대는 것부터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당시 김정일이 총애했던 부부장들 중 기억에 남아있는 사람들로 는 김용순 부부장을 비롯해서 선전선동부의 만수대예술단 담당이 명재 부부장과 영화담당 최익규 부부장 조직지도부의 최영철 부부 장과 최철용 부부장， 이재강 부부장 등이다. 

최준덕 부부장도 평양에 나오면 파티에 참석했다. 독일 담당 권 형록 부부장이나 스위스의 이수용(이철) 부부장도 평양에 오면 초청을 받았다. 이들이 측근자 파티에 대해 나에게 이야기해준 사람 들이기도 하다. 연회는 집무실 옆의 공관에서 열리는데 파티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저녁 8시쯤에서 시작된다. 공관을 ‘불고기집’ 이라고 부른다. 1층 현관에 들어서면 높이 3m, 길이 8m 정도의 대형 수족관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수족관에는 굉장히 큰 바다생선들이 헤엄치고 있다. 수족관 옆에 먹이 어항이 있는데 미꾸라지 같은 조그만 생선들을 뜰채로건져서 집어 넣어준다. 

연락은 본관 1층 서기실의 김효신 과장이 한다. 김정일이 오늘 누구누구를 부르라고 명단을 내려보낸다. 명단에 빠진 사람은 상당히 불안해한다고 한다. 김정일이 자신을 더 이상 총애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나에 대해 뭔가 섭섭해 하는 게 있나보다 생각하고 고민을 한다고한다. 공관지하에는 수영장이 있다. 레인이 굉장히 길다. 그리고 1층에 는 각종 게임 기구들이 있다. 마작방도 있고 룰렛이 설치돼 있는 방 도있다. 놀이방 건너편에는 식당이 있다.20평 정도 되는 방인데， 원탁테 이블이 놓여 있다. 김정일이 외부 손님이나 당 간부 등을 불러서 식사하는 곳이다. 식당 벽에는 각 나라의 술이 붙박이장에 진열되어 있다. 나도 정남이와 함께 그 방에서 김정일과 중국음식으로 점심을 먹은 적이 있다.

2층이 측근자들과 파티하는 연회장이다. 150평 정도 되는 것 같은데， 한쪽에는 주방이 설치돼 있다. 연회장 한쪽에 스테이지가 있고， 원탁테이블이 여러 개 놓여있다. 스테이지에서 제일 가까운 한복판에 있는 테이블이 김정일이 앉는 헤드테이블이고， 그 테이블을 중심으로 테이블들이 배치돼 있다. 

80~90명이 앉을 수 있는데 한 테이블에는 보통 남자 5명씩 앉고 남자들 사이사이에 공연조 무용수들이 앉는다. 헤드테이블에는 김정일과 오진우 인민무력부장， 김영남 당 국제 부장， 연형묵 당비서， 정경희 연락부장 정도가 함께 앉는다. 누가 참석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바뀌기도 하지만 헤드테이블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부부장들은 대개 서열순으로 앉는다. 사람들은 대개 7시 반이면 모두 도착한다. 참석자들이 모두 모이면 2층으로 올라간다. 연회장 입구에는 그날의 당번이 서있다. 오 늘은 김용순 부부장， 다음 번은 최익규 부부장 하는 식으로 돌아가면서 당번이 된다. 당번은 먼저 와서 들어오는 사람틀에게 양주를 물 컵으로한 컵씩 준다. 그걸 마셔야 입장할 수 있다. 지도자 앞이라고 주녹들지 말고， 파티하는 순간만큼은 가벼운 실수를 해도 좋다는 의미다. 시작 전에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것이다. 참석자들이 먼저 들어가 의자에 앉는다. 김정일은 8시쯤 돼서 다른 문으로 들어온다. 김정일이 헤드테이블에 앉으면 요리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다양한 요리가 나온다. 요리를 들면서 김정일이 건배 제의를 한다. 김정일이 안 할 경우 는 오진우나 김영남이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그때부터는 작은 양주잔으로 마신다. 이때부터 백두산 7중주단이 스테이지에서 은은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러시아와 서방의 경음악이나 세계 명곡을 연주한다. 연주와 함께 파티가 시작되는 것이다. 마실 때는 자기 자리에서 웅직이지 않고 마시는데， 중간에 헤드 테이블로 가서 “지도자 동지. 제가 한잔 따라 올리겠습니다" 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 김정일이 받아 마시는 경우도 있고， “아니야" 하면 “알겠습니다" 하고 도로 자기 자리로 간다. 

10시쯤 되면 거나해진다. 그때까지 끼리끼리 잡담도 한다.10시 쯤 되면 노래시간이 시작된다. 파티가 한창 무르익으면 김정일이 노래를 시킨다. “김용순이 노래하라" 하는 식이다. 참석자들 중에 는 ‘가수’ 들이 많다. 김용순도 그렇고 장성택도 일류 가수다. 지명을 받으면 알고 있는 남조선 노래를 부른다. 단골메뉴가 〈이 별>， <하숙생>， <찔레꽃>， <경상도아가씨>，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 어 있는 길>， <나는 열일곱 살이에요>，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 생님〉 등이다. 이미자의 노래가 많고 패티 김의 노래도 많이 부른다.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도 단골 메뉴였다.

 김정일도 노래를 부른다. 18번은 〈찔레꽃>， <섬마을 선생님>， <이 별>. 그 파티에서만큼은 재미없다고 공화국 노래를 안 부른다. 러시아 노래도 부른다. 유명한 민요 〈삼두 역마차〉는 김정일이 좋아하는 노래다. “백설이 덮인 볼가강으로 달리는 삼두 역마 차" 하는 노래다. 〈마시자 우리의 스탈린을 위하여〉라는 노래도 애창되는 노래고， 〈모스크바 교외의 밤〉도 자주 부르는 노래다. “정원에는 어둠이 깃 들고， 별빛마저 잠들었네" 하는 노래는 남한에서도 잘 알려진~~   이상.

 27편에서 계속~~

195 ㄲ ㅣ?ㅈ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