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어린이집 사건과 관련하여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담당 법무법인뿐만 아니라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가해측에게 분노하는 것은 백번 공감하고 이해하지만, 이미 가해 부모나 어린이집이 누구이고 어디인지 공개가 되고 특정된 상태라 악플 혹은 비하글을 대놓고 작성하다가는 불필요한 법률다툼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의를 당부했는데 실제 수사기관으로부터 이와 관련하여 연락을 받으신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12월 9일에 가해 측 부모와 해당 어린이집에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언론에 보도가 되었고, 그 후 고소인이 제출한 자료상의 피고소인이 특정되어 이러한 사실이 수사기관으로부터 피고소인에게 통보 된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게 과연 처벌까지 이루어 질 것인지, 궁금해하고 걱정을 하실 것 같습니다. 대법원 판례를 통해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명예훼손죄는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에 관계 없이 적용됩니다. SNS 혹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 온라인 명예훼손은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명예훼손보다 전파속도가 훨씬 더 빠르고 범위도 넓어 실제 피해자에게 발생하는 피해가 더 큽니다. 그래서 따로 정보통신망법에 온라인 명예훼손에 대한 규정이 신설되어 가중처벌 하고 있습니다.
실제 발언이 어떤 내용과 성격을 담고 있냐, 공공의 이익이 큰지 비방할 목적이 큰지(공익성),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인지 고려해야 될 요소들이 많지만 가장 살펴봐야 되는 것은 공통적으로 '특정성'과 '공연성'입니다.
먼저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상대방이 특정 소수라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블로그 비공개 대화방에서 상대방으로부터 비밀을 지키겠다는 말을 듣고 1:1로 대화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는 대화 상대방이 대화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연성이 있다고 인정한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2007도8155)
이러한 문제들이 누구나 글을 열람하고 읽을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발생한다면 '공연성' 충족에는 여지가 없음은 분명해보입니다.
더 주의깊게 살펴봐야 되는 문제는 '특정성'입니다. '특정성'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대상이 무엇인지, 누구인지 특정이 되는가인데 당사자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 않아도 행위자가 표현한 전체적인 내용을 통해 당사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고, 다른 사람도 행위자의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려는 대상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정도에는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반드시 사람의 이름(가해 부모 이름)이나 단체의 명칭(어린이집명)을 명시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서 볼 때 그 표시가 당사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 차릴 수 있으면 특정되었다고 대법원은 보고 있습니다. (이름을 알아야, 나이를 알아야,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를 알아야 성립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어떤 내용의 글에, 어떤 내용의 댓글을 작성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수사를 통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작성경위) 확인과 작성자의 진술을 통해 사건의 방향이 결정 될 것 같습니다. 현재로써는 수사기관이 어떤 입장인지,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판단이 불가능해보입니다. (당사자분이 작성한 글을 읽어보았는데 작성한 댓글의 내용이 단순히 개인의 의견 표현이나 감정 표현, 공공의 이익과는 관련이 없는 반면에 상대를 향한 경멸적 표현 사용, 누군가의 명예를 실추 시킬만한 경우에 해당됨에는 여지가 없을 것 같습니다.)
사건의 본질과는 다르게 불필요한 법률논쟁과 다툼이 발생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피해자 가족분들도 이러한 문제들로 2차피해, 2차 법률다툼이 발생하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당사자분은 발생한 일에 냉정하게 접근하여 신중히 대처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 끝으로 "주어를 생략하지 않으면 고소당하니, 주어를 생략해서 작성해라. 그러면 누구에게 쓴지 몰라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절대 사실이 아니고, 위 대법원 판례처럼 작성한 글의 내용과 주변 사정/상황을 종합해서 볼 때 그 말이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 인지가 가능하면 실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온라인상에서의 분노 표현은 냉정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