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자동차 뉴스를 접하다 보면 '어떤 차량이 최고속을 달성했다' 같은 뉴스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자주 보이는 지명이 하나 있지요.

바로 보네빌(Bonneville) 입니다.

이곳은 대체 어떤 곳이길래 세계 최고속 기록이 이렇게 많을까요?

오늘 보배드림 이야기에서는 세계 최대 자연 트랙 보네빌 스피드웨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보네빌 소금 평원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끝이 안 보일정도로 길고 평평한 곳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몇km에 달하는 평평한 직선도로를 만들려면 산을 깎고 강을 메워서 도로를 깔아야 하죠.

미국에서는 평평한 직선 도로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몇km에서 몇십km까지 코너가 전혀 없이 뻗어있는 도로를 보면

최고속도까지 달려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되죠.

하지만 공공도로 위를 그렇게 빨리 달리는 것은 법을 위반하는 행위.

그렇다고 도로가 없는 곳을 달리자니 제아무리 평평해도 100km/h이상 달리기 힘듭니다.

그런데 도로를 깔지도 않고 수백km/h의 고속으로 주행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미국 유타 주 서북부에 있는 '보네빌 소금 평원'.

보네빌 소금 평원은 104제곱킬로미터(3146만 평)에 달하는 광대한 평지에

단단히 굳어진 소금결정이 깔려 있는 독특한 곳입니다.

보네빌 소금 평원은 눈이 쌓인 것처럼 하얗게 깔려있는 소금으로 독특한 풍경을 자랑합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풍경으로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곳이죠.

제아무리 황량한 황무지라고 하더라도 포장을 하지 않으면 땅이 단단하지 않고,

간간히 자라난 선인장 같은 식물 때문에 고속 주행이 어렵지만,

보네빌 소금 평원은 단단히 굳어진 소금 결정이 도로 포장과 비슷한 효과를 내고

평원 전체에 펼쳐져 있는 소금기 때문에 식물이 전혀 자랄 수가 없어 마음껏 속도를 내어 달릴 수 있습니다.

보네빌 소금 평원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고 누구나 차를 타고 달릴 수 있습니다.

보네빌 스피드웨이

넒디넒은 보네빌 소금 평원의 서쪽, 자동차가 달리기 가장 좋은 곳에

보네빌 스피드웨이가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소금이 단단히 마르는 매년 여름 최고속을 겨루는 이벤트들이 벌어집니다.

이 이벤트에는 10마일(16km)길이의 직선 코스나

10~12마일(16~19km)길이의 원형 혹은 타원형의 트랙이 준비됩니다. 

트랙이라곤 하지만 출발지와 도착지를 선정하고 주행라인을 그어 놓은 것 뿐입니다.

끝없이 이어진 검정색 주행 라인.

주행 라인의 길이가 너무 길어 매년 주행라인을 그리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2010년부터는 주행라인 대신 깃발과 트랙 마커로 대체되었다고 합니다.

- 8월, 스피드 위크 (Speed Week)

SCTA, Bonneville Nationals Inc.가 주최하는 이벤트

보네빌에서 열리는 가장 큰 행사로 수백명의 드라이버들이

각자 카테고리에서 최고속을 수립하기 위해 모여듭니다.

- 8월, BUB 모터사이클 스피드 트라이얼

모터사이클을 대상으로 최고속을 겨루는 이벤트.

- 9월, 월드 오브 스피드(World of Speed)

스피드위크와 비슷한 이벤트. USFRA(Utah Salt Flats Racing Association)에서 주최합니다.

- 10월, 월드 파이널(World Finals)

SCTA가 주최하는 이벤트. 스피드위크보다는 규모가 작은 행사입니다.

이외에도 매년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보네빌 스피드웨이를 질주하고 있는 디젤 트럭.

보네빌은 어떠한 제약 없이 모든 차량이 최고속을 목표로 달릴 수 있습니다.

보네빌 스피드웨이에서 주의할 점

보네빌 스피드웨이에 방문할 예정이 있다면 몇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 지정된 길이나 주행 가능 지역을 벗어나지 마세요.

보기에는 딱딱해 보일수도 있지만, 부드러운 진흙 위에 소금이 깔려있는 지역도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차 무게 때문에 쉽게 빠질 수 있습니다.

- 만약 물이 차올라 있으면 차로 들어가지 마세요.

소금이 젖으면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쉽게 빠질 수 있습니다.

또, 소금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차에 쉽게 부식이 생깁니다.

- 사막에 갈 때 처럼 단단히 준비하세요.

여름 보네빌 소금 평원의 대낮 온도는 40도 가깝게 올라가고 겨울에는 -20도 가까이 내려갑니다.

- 소금 평원에는 아무런 서비스 시설도 없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레이싱 이벤트가 열리면 간이 시설이 갖춰질 때도 있습니다.

- 소금 평원 내에서 밤을 보내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소금 평원에서 16k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웬도버에 사설 캠핑장과 숙박 시설, 서비스 시설이 있습니다.

빠진 트럭을 꺼내기 위해 견인차가 몇대나 들어갔지만 같이 빠져버린 모습.

단단한 소금으로 가려져 있지만 부드러운 진흙이 있는 곳이 많아 주의해야 합니다.

보네빌 스피드웨이의 특징

뭐니뭐니해도 보네빌 스피드웨이의 특징은 소금으로 이루어진 표면.

아주 넒은 평원 전체가 단단히 굳은 소금으로 덮여 있습니다.

그래서 포장도로, 비포장도로도 아닌 독특한 조건을 만들어내는데,

기후에 따라 표면 상태가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비가 와서 물이 차면 거울처럼 잔잔한 호수같은 풍경을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오히려 이런 날씨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매년 주행으로 인해 훼손된 소금 표면은

비가 오면 한번 녹았다가 맑고 건조한 날에는 다시 하얗게 굳습니다.

날짜를 잘못 잡으면 온통 물바다만 보게 됩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바싹 마르지 않은 날에는

일부분이 진창이 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보네빌 소금 평원의 마찰력을 다른 도로와 비교하자면 젖은 아스팔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또 날씨에 따라 눈길 수준까지 마찰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보네빌에서 주행할 때 가장 신경써야 하는 것은 바로 표면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싹 마른 표면은 딱딱하고 거칠어서 겉보기에는 달리기에 최적인 상태로 보입니다.

하지만 모든 소금이 표면에 붙어있는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포장도로 위에 모래를 흩뿌린 것과 같은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포장도로 위에서 달리는 것처럼 스로틀을 마구 밟아대면

타이어가 헛돌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이곳을 달리는 머신들의 스타트 장면을 처음 보면,

생각보다 느린 속도로 출발하는 모습에 맥이 빠질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착 지점에서 속도는 상상도 못할만큼 빠르죠.

가속할 수 있는 공간이 끝없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굳이 빠르게 가속할 필요가 없습니다.

천천히 가속을 해도 언젠가는 그 차가 가진 최고속까지 가속할 수 있습니다.

보네빌의 강점은 바로 '엄청나게 넒은 공간'입니다.

(좌)보네빌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타이어, (우)포장도로용 타이어.

보네빌의 소금 표면에서는 타이어 컴파운드에 따른 트랙션 변화가 의미가 없기 때문에

타이어의 재질보다는 구름저항을 줄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 - 버트 먼로

보네빌 스피드웨이를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이름.

허버트 제임스 "버트" 먼로는 뉴질랜드 출생의 레이서로,

1967년 보네빌에서 1,000cc 이하급 모터사이클 세계 최고속 기록을 세워 유명해졌습니다.

당시 68세였던 먼로가 세운 이 기록은 무려 47년이나 된 낡은 머신으로 세운 기록이었죠.

버트 먼로

먼로의 1920년식 인디언 모델은 최고속도가 55마일(약 88km/h)에 불과했지만

엔진 부품 전체를 다시 만들고 물고기를 닮은 스트림라인 디자인을 적용해

무려 190.07마일(305.89km/h)을 기록합니다.

이 기록은 인디언 모델중 최고속 기록으로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또한 끝까지 완주하지는 못한 비공식 기록이지만, 205.67마일(331km/h)의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버트 먼로의 '1920 인디언 먼로 스페셜' 레플리카.

1967년 최고속 기록을 수립했을 때 사용된 머신을 그대로 본따 만들었습니다. 

버트 먼로의 일대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The World's Fastest Indian)'

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앤소니 홉킨스 주연의 영화로,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잔잔한 분위기의 감동적인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강력 추천하는 영화.

가슴이 탁 트이는 새하얀 소금 벌판, 보네빌 소금 평원에서 원없이 달려보고 싶은 느낌이 드셨나요?

지구 반대편의 먼 곳에 있어 쉽게 갈 수는 없는 곳이지만,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번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보배드림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com/

유타 주 홈페이지 http://www.utah.com/

USFRA http://www.saltflats.com/

SCTA http://www.scta-bni.org/

BUB 모터사이클 스피드 트라이얼 http://www.speedtrialsbybu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