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 시장이 사망한 뒤 41일간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이용한 유족이 약 900만원을 사용료로 내게 됐다. 민선 이후 서울시장 공관 사용료를 시장 가족이 지불하는 것은 처음이다.
26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전날 이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총 사용료는 9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가 될 것으로 파악됐다. 공관 보증금 28억원에 대해 약 연 1.8%의 환산임대료를 적용한 금액과 월세 208만원을 유가족이 공관에 머문 기간(41일)으로 계산한 수치다.
박 전 시장의 유가족은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지난해 7월 9일 이후 41일동안 공관에 머물다 지난해 8월20일 공관을 비웠다.
법률상 공무원은 사망한 다음날 면직된다. 시장의 사망으로 인한 궐위시에 유족의 공관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박 전 시장 사망에 따라 유족의 공관 사용권도 소멸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가운데 유족은 당시 장례식 등으로 경황이 없어 한동안 공관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 전 시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만큼 유족이 공관에 머물며 상황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공사를 구분해 빠르게 퇴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교차했다.
이에 유족 측도 "박 전 시장 사망 이튿날부터 퇴거일까지 사용료를 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유족들에게 부과할 공관 사용료 산정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오갔다. 서울시 측은 유족이 공관에 머물렀던 기간 정부 공식 전월세전환율이 4%였다는 점을 감안해 보증금에 적용되는 환산임대료로 4%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유족은 이에 대해 "4%는 과중하다"고 이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서울시는 고심 끝에 '임대차에 보증금이 있는 경우, 보증금에 대한 정기예금 이자율에 의해 이자를 산정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라 약 1.8%를 적용하는 쪽으로 최종 의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 측이 박 전 시장 사망 후 집 일부만을 사용했기 때문에 보증금 일부에 대해서만 임대료를 매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에 해당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은 지난 2015년 2월 아파트형인 은평구 관사를 떠나 종로구 가회동 소재 단독주택으로 관사를 이전했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방 5개, 회의실 1개, 화장실 4개가 있으며 보증금은 28억원이었다.
가회동 공관은 박 전 시장 유족이 떠난 뒤 약 5개월간 비어있는 상태다. 공관 계약기간은 지난 6일까지였지만 서울시는 연장계약을 하지 않았다.
한편 박 전 시장의 자녀와 부인은 지난해 10월 각각 상속 포기와 한정승인을 신청했다. 이는 박 전 시장이 남긴 약 7억원의 빚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2020년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이 신고한 재산액은 -6억9091만원이었다. 고향 창녕의 토지(7500만원)와 예금(3700만원)이 있었으나, 이보다 훨씬 많은 부채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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