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제 나이 이제 25일때 저의 첫 차로 칼로스V 1500cc A/T를 장만 했습니다.
그 동안 이 귀여운 흰둥이는 저의 충실한 발이 되어 주었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온갖 추억을 안겨 주었지요. 저의 운전 경험과 함께 같이 성장하면서 말이지요.
제가 좋아하는 차는 작고 가볍고, 힘이 좋은 차입니다. 처음 차를 고를때 현대의 클릭과 비교해가면서 많은 고민을 하였지만, 클릭의 약간 비싼 가격과 칼로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정숙성과 연비 그리고 약간 좁은 실내 공간 때문에 칼로스로 결정을 한 것이지요.
게다가 그 당시에 현대차가 파업 중이라서 신차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고요.
아무튼, 차를 처음 받을때 흥분된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네요. ^^
출고부터 지금까지 기계세차는 절대로 하지 않았고 손세차만 했으며 엔진 오일도 모빌원이나 캐스트롤의 100% 합성유로만 넣어 주었으며 언더 코팅도 했습니다. 자동차가 비록 기계 덩어리이긴 하지만 공들인만큼 보답을 해 준다는 것도 알았지요.
제가 칼로스에게서 느낀 몇가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점
1. 경쾌한 가속 능력
: 칼로스는 중저속에서의 가속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1500cc엔진이 얼마나 힘이 있겠습니까만 1톤을 간신히 넘을락말락한 칼로스의 공차중량(1,030kg)을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1200cc칼로스의 경우, 공차중량이 980kg입니다.)
아반떼XD나 스펙트라 같은 준중형급은 초기 가속에서 상대가 되지 않고 싼타페 같은 디젤RV나 쏘나타 같은 2000cc 중형 세단에게도 절대로 지지 않습니다.
물론 이건 초기 가속에서 그런 것이고 고속도로 같은데서 달려보면 좀 밀리긴 하지요^^;
하지만 3000RPM이하의 저속 주행이 많은 시내에서 사용하기엔 정말로 적합합니다.
변속 충격이 거의 없는 아이신제 미션과 가벼운 핸들링이 어울어져 운전이 정말로 편합니다.
2. 뛰어난 정숙성, 넓은 실내공간
: SOHC엔진이라서 그런지 아이들링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가속 해봐도 마찬가지고요. 승차감도 매우 우수한 편입니다. 게다가 실내 공간은 엑센트나 베르나등의 동급 차량과 비교하면 훨씬 넓고 아반떼 같은 준중형 정도의 실내공간을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글로브 박스가 위 아래에 2개나 있고, 뒷좌석에 접이식 테이블이 있는 등, 실내에 수납공간이 풍부해서 실용성이 뛰어납니다. 또한 해치백 모델인 칼로스V의 경우, 뒷좌석이 더블 폴딩으로 접히기 때문에 작은 냉장고나 36인치 정도 되는 대형 TV도 가뿐히 들어가더군요.
시트도 제법 푹신하기 때문에 타 본 사람들은 전부 좌석이 편하다고 하더군요.
3. 괜찮은 연비
: 주유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에서 만땅을 넣으면 35 내지 40리터 정도(5만 몇천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일반적인 시내 주행만을 하면 300몇십 킬로미터 정도를 주행할 수 있고 고속도로 주행시 430킬로미터 정도를 달릴 수 있지요. 물론 이건 정속 주행시이고 교통 정체가 극심하고 과격한 운전을 했을 경우 겨우 250킬로미터까지 떨어진 적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연비는 리터당 10km정도 되는 것 같네요.
오토매틱이고, 공인 연비와 실연비가 한참 차이가 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정도는 괜찮은 연비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역시 모든 물건에 단점은 있는 법, 제가 느낀 칼로스의 단점도 몇가지 있습니다.
단점
1. 코너링, 고속 주행시의 불안함
: 무게가 워낙 가벼워서 그런지 시속 130km이상의 고속주행시 좀 불안감이 느껴집니다. 옆에 트럭 한대라도 지나가면 차가 꿈틀 합니다.
그리고 서스펜션이 좀 물렁하고 차고가 높아서 코너링시에 안정적으로 차를 잡아주는 능력이 좀 부족하더군요. 특히 뒤가 가벼운 해치백 모델의 경우 더한것 같습니다. 그리고 왠지 시속 170km 이상의 속도를 내려고 하면 RPM에 좀 여유가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170km에 속도계 바늘이 닿는 순간 갑자기 RPM이 급격히 떨어지더군요. 아무래도 170km이상의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리미트가 걸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2. 다소 허접한 실내 인테리어
: 싼차라서 그려러니 싶습니다만 인테리어가 너무 싼 티가 납니다. 그냥 시커먼 플라스틱 쪼가리의 조합입니다. 물론 사용하는데 지장은 없고 수납공간도 풍부합니다만 그래도 아쉬운건 어쩔 수가 없군요. 요즘 나오는 신형 칼로스는 실내에 대대적으로 실버 패널을 도입해서 좀 나아지긴 한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한 등급 아래의 차량인 마티즈보다 인테리어가 허접해 보이는 것은 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3. 결함인가? 아니면 싼 차의 한계?
: 처음 차를 받았을때 뒤쪽 브레이크에서 끼익~끼익~ 하는 소리가 계속 발생했고 주행시 가끔 RPM만 치솟고 차가 잘 안나가는 현상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한 보름 정도 주행하니 이런 현상은 거의 없어졌습니다만 그래도 좀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수 없었지요.
그리고 과속 방지턱을 넘을때 하체에서 삐걱~ 하는 소리가 나고 글로브 박스 앞쪽에서 가끔 찌르르하는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나는 것도 좀 거슬립니다. 저희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하나도 신경이 안 쓰인다고 합니다만 전 조금 예민한가봅니다. (접촉 사고가 한 번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또 한가지, 2002년 후반기 이전에 출고된 칼로스 들은 주유구에 좀 결함이 있어서 주유구 커버가 잘 안열리는 현상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 나온 차량들은 문제가 없고 이상이 있는 차량들은 정비센터에 가면 고쳐줍니다만 그래도 참고해 두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아무튼 제가 칼로스를 2년 동안 몰면서 느낀 점은 이정도 입니다. 몇가지 단점이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칼로스는 정말 괜찮은 차량입니다. 솔직이 그다지 잘 팔리는 차가 아니라서 길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차는 아닙니다만, 이 차를 타 본 사람들은 다들,
'차가 너무 잘 나간다'
'실내가 생각보다 무지 넓네?'
요 2가지는 꼭 말하더군요.
저와 가장 친한 한 친구는 제 차를 자주 타다가 자기도 결국 칼로스 1200cc 를 샀습니다. 힘은 좀 없지만 그래도 연비가 좋으니 만족한다고 하네요^^;
헌데 제가 얼마전에 전남 무안 쪽에서 펜션을 경영하시는 친척분의 일을 도와 드리려고 내려갔다가 그쪽 사장님께서 제 차에 반하셔서 자기에게 팔라고 하시더군요. 여러가지 고민을 했습니다만 아버지와 동업을 하시는 그 사장님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그렇게 하는게 이득인 것 같아서 결국 힘든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 정도 그곳에서 일을 도와드리다가 서울로 돌아오게 된 날, 그 곳에 제 하얀 칼로스V를 두고 돌아설때 정말 코가 시큰 하더군요. 정말 열심히 관리했고 저와 함께 성장해 온 친구이자 동반자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 작고 귀여운 차 안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은 것도 여러번 이었고, 보배드림에서 칼로스와 싼타페 중 어느게 빠르냐는 엉뚱한 논쟁이 오갈때, 승부(?)를 가리기 위해 광명역에서 한 싼타페 오너와 800미터 드래그 레이스를 하기도 했지요.(물론 제 칼로스가 이겼습니다. 시작하자마자 풀 악셀을 하니 디젤엔진 싼타페 A/T를 거의 차량 2대 차이로 제끼더군요^^;)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와 달콤한 키스를 나누기도 했고요. 펜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실어나른 손님들도 거의 50명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는 어제 기아차 대리점에 가서 프라이드 디젤 빨간색을 계약했습니다. 지금 글을 쓰는 시각이 4시 40분인데 6시에 대리점에 차가 도착한다고 합니다. 1시간 20분이 지나면 저는 칼로스가 아닌 프라이드의 오너가 될 것입니다. 비록 차는 바뀌지만 앞으로도 저는 저의 충실한 동반자였던 칼로스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전라남도 무안에 있는 모 펜션에 가실 일이 있으시다면 저의 2년간의 진한 추억이 묻어있는 흰색 칼로스V를 보실 수 있을것입니다. 한번 쓰다듬어 주시면 감사하겠네요. 아주 착하고 귀여운 녀석입니다.
남자들에게 자동차란 단순한 교통수단 이상의 큰 의미가 있는 존재인 것 같네요.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안전운행 하시고 즐거운 카 라이프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