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십여년전, 바이크계에서는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친구의 추천이 동기가 되어 이월달 엄동설한에
이스타나 밴을 얻어타곤 양재동에 끌려가서
그친구는 제게 바이크를 추천하고 골라준 죄로 그 추운날 시운전에 점검까지 해주고 자기 차에 싣고 수원까지 내려와 주었습니다.
그게 저와 바이크와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저는 그날을 잊지 못할겁니다.

그렇게 그당시 제가 살던 오피스텔의 지하주차장에 주차 된 하야부사는.
한달여를 지하 일층에서 지하 사층까지 저를 태운 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바이크 경험이 전무한 제게 자신을 다루는 기술을 전수해 주었고 자신있게 이종소형면허시험을 신청하고 첫시험을 멋지게 떨어졌습니다.
출발한지 3초만에.

첫번째 굴절 코스에서 탈락.
어이없어하는 제게 그 당시 시험 감독관께서는
"젊고 운동신경 어느정도만 있고 바보만 아니면 세번이면 붙어요."라고 위안을 해 주셨고,
신기하게도 세번째 시험을 보던 날 아주 자연스럽게 합격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제 운전면허증에는 이종소형이 새겨졌습니다.

오버리터인 하야부사로 입문을 하곤 삼개월만에 보냈습니다.
그리곤 그보다는 조금 다루기 쉽다는 R1을 내렸습니다.
그 당시 치솟은 환율덕에 차 값이 전년대비 말도 못할정도로 올랐던 기억이 있네요.
그렇게 일년을 소유하고 있다가 기변병이 도져서 바꾸려고 판매한 바이크의 구매자가 불과 오일만에 사망사고를 당하셨다는 비보를 접하곤 접었습니다.

그게 벌써 십년전이네요.


최근에,
아내와 취미로 즐기기 위해 투어러 기종 중 골드윙과 GTL 사이에서 갈등하던 중에
시배목 회원님들의 추천으로 GTL을 염두에 두곤
대전 모토라드에서 견적도 내보고 옵션도 알아보며
접근하다가 기회가 생겨타봤습니다.
제가 너무 자신만만했던가 봅니다.
그냥저냥 주행은 가능하지만 자유롭게 사용하기에는 저의 라이딩 실력과 경력이 모자란다는것을 알았습니다.
게다가 혼자 다니는것이 아니라 항상 아내와 동행을 해야 하기때문에 더 부담이 되었나봅니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니까요.

오랫동안 바이크를 끊고 살아오며 감각도 운전기술도 백지상태로 돌아간것을 느끼곤 무리하면 안되겠다 싶더군요.
아쉽지만 일단은 스쿠터로 연습을 좀 해야겠다 싶어서 티맥스를 내렸습니다.
운전하는 저도, 탠덤하는 아내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직 헬멧의 끈도 제대로 못매고 자켓과 팬츠를 입혀놓으면 몸을 못가눠 어기적거리는 아내지만 바람을 맞는게 즐겁다네요.
예전에 SL로 그렇게 쏘다닐때에는 시끄럽다, 춥다, 불편하다 등등의 불평만 늘어놓던 사람이었는데 말이죠.
분명 바이크가 더 시끄럽고 춥고 불편할텐데...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따스한 봄날 오후, 집에 있기 아쉬워 헬멧을 챙겼습니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빈속에 원주의 알탕전문점이 생각나서 떠났습니다.

쉬엄쉬엄 햇살과 바람을 즐기며 가는 도중 뒷좌석에서 아내가 배가 너무 고프다고.

이대로 원주까지 가다가는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답니다.

세나가 참 좋은데...

말이 많네요^^

애초에 경유지였던 충주가 목적지로 바뀌었습니다.

길목이기도 하고 충주사는 동생 얼굴도 볼겸.

예전부터 먹어보고 싶었던 홍익돈까스의 원조돈까스를 먹자고 홍익돈까스 충주점으로 갔는데 글쎄...

브레이크 타임이 무려 두시간이네요?

엄청 크다는 원조돈까스가 먹어보고 싶었는데...

아쉬운대로 근처에 보이는 돈가스클럽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둘이 첫끼라 얼마나 허겁지겁 쑤셔 넣었는지.


여튼 맛있게 먹고 동생 얼굴도 보고 문경새재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충주에서 문경으로 향하는 국도는 정비도 잘 되어있고 경치가 참 좋네요.

다만, 아직 계절이 일러서 녹색을 만끽하진 못했는데

유월달즈음 한번 더 지나가 볼 예정입니다.

문경새재에 막상 도착했는데 제가 몰라서인지 딱히 볼거리는 없네요.

왕복 200km가 약간 넘는 가벼운 투어.

연습삼아 가본건데 꽤나 즐거웠습니다.

혼자였다면 무척 지루했을 길이 아내와 함께하니 흥미롭네요.

역시 자동차와 바이크는 참 많이 다릅니다.

따듯할때 출발해서 추워지기 전에 도착한 시간 안배도 참 좋았고.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쌓이고 또 쌓이면 삶이 즐겁게 느껴질때가 올겁니다 분명히.


오늘도 되내여 봅니다.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