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신형 이스케이프가 유럽식 스타일링과 다운사이징 엔진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찾았다. 미국차 특유의 넉넉함은 최대한 살리면서 곳곳에 운전자를 배려한 기능을 채워 넣은 게 장점이다. 미국차는 투박하고 기름 많이 먹는다는 인식이 강해서일까?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차 지위는 그리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포드는 디자인 개선과 에코부스트 엔진, 각종 편의품목 강화로 상품성을 높인 신형 이스케이프를 내놨다. 향후 국내에서 미국차의 시장 전망을 가늠케 하는 '첨병' 역할을 이스케이프에 맡겼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포천시 신북면 포천아트밸리까지 왕복 200㎞ 구간에서 올 뉴 이스케이프 1.6ℓ AWD를 시승했다.
▲디자인
선과 도형을 살린 디자인이 눈에 띈다. 형제라 할 수 있는 익스플로러와 마찬가지로 투박한 미국차 외형에서 많이 벗어난 모습이다. 이전 상자를 쌓은 듯한 각진 외형과 비교하면 분명 유럽식 스타일링의 채택이다.
헤드램프와 그릴은 다소 작게 보이지만 묘한 긴장감과 함께 외형이 커보이는 효과를 낸다. 최근 출시된 포드차의 공통점이다. 패밀리룩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후면의 디테일한 디자인은 특히 인상적이다. 후면 유리와 헤드램프, 트렁크 손잡이 부분의 육각형 실루엣은 입체감과 더불어 세련된 공간 분할을 느끼게 한다. 이전 미국차에선 보기 드문 섬세한 디자인이 개성있는 후면을 완성했다.
사이드미러와 리어램프 상단에는 독특한 돌기형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풍절음을 줄이기 위한 윈드윙이다. 커다란 사이드미러를 보면서 풍절음이 다소 크겠구나 생각했던 걱정이 슬며시 가라 앉았다. 정숙성을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실내는 넓다. 모든 것이 큼직큼직하다. 센터페시어 상단부는 특히나 넓어 대형 SUV를 연상시킨다. 2열 시트의 경우 접으면 산악자전거 세 대는 족히 들어가고도 남을 만한 공간이 확보된다. 수납공간도 아낌없이 배치했다. 중앙 콘솔은 1ℓ 물병을 넣기에 충분하다. 앞좌석 측면에는 우산을 둘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뒷좌석 시트 밑에도 별도의 보관함이 자리 잡고 있다.
센터페시어 각종 기기들은 스티어링 휠에 위치한 버튼으로 대부분 조작이 가능하다. 포드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싱크(SYNC)'는 음성, 버튼, 화면 터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작할 수 있다. 다만 음성 인식의 경우 한글 지원이 되지 않아 효율적인 사용은 어렵다. 영어는 몇 가지 형식화 된 명령어를 기억해두면 전화걸기나 온도 조절 등에 응용할 수 있다.
▲ 성능 & 승차감
신형 이스케이프에는 직렬 4기통 2.0ℓ와 1.6ℓ 가솔린 에코부스트 엔진이 탑재됐다. 이 가운데 시승차는 1.6ℓ 가솔린 에코부스트다. 포드 특유의 터보차저 기술과 가솔린 직분사 방식을 조합해 배기량을 줄이면서 성능과 효율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2,000㏄급 디젤 SUV의 크기를 가진 이스케이프에 1.6ℓ 가솔린 엔진은 다소 힘에 부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시승결과는 대체로 만족스럽다. 1.6ℓ 엔진은 최대 180마력, 최고 25.4㎏·m의 성능을 낸다. 시속 100㎞까지 가속은 부드럽게 이뤄졌다. 실내 정숙성도 괜찮은 수준이다.
거친 코너링 시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는 '커브 컨트롤', 회전 시 각 바퀴에 전달되는 동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토크 벡터링 컨트롤' 등은 코너링 때 제 역할을 충분히 발휘한다.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에서도 안정적인 운동성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시속 100㎞까지 가속은 무리가 없지만 그 이상 속도를 내려면 역시 힘이 부족하다. 1,740㎏의 중량이 부담인 것 같다. 오르막길 등판 때 치솟는 엔진회전수만 보더라도 엔진이 차체에 비해 넉넉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족함은 연료소모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실제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으로 ℓ당 10.1㎞로 고속도로 주행에선 유사한 수치가 나왔지만 그 외 구간에선 아쉬움을 남긴다. 힘 좋고 연비 좋은 디젤엔진이 경쟁차종에 다수 포진됐다는 점에서 약점이 될 수도 있다.
▲ 총평
포드 올-뉴 이스케이프는 외형부터 성능까지 일단 진일보했다. 잘 정리된 수험생의 '오답노트'를 받아보는 느낌이다. 다소 애매했던 이스케이프의 포지셔닝이 이번 신차를 통해 상품성 있는 컴팩트 SUV로서 확실히 자리매김 할 것 같다. 최근 해당 세그먼트의 선호도를 고려했을 때 성공적인 변신이라 할 만하다. 3,230만원(1.6ℓ AWD기준)부터 시작하는 가격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회사가 전면에 내세웠던 에코부스트 엔진은 연료 효율 면에서 디젤과의 경쟁은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국내 소비자의 경우 자동차 고르기로는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장단점이 명확한 이스케이프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사뭇 궁금하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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