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산수유마을 실개천에 핀 버들강아지.
[아시아투데이=양승진 기자] 봄꽃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 먹거리가 빠지다면 섭섭하기 마련이다.
그것도 그 지역에서 난 것을 사용했으니 먹어보지 않고도 입맛을 다시기에 충분하다.
“신선한 재료 하나면 충분하다”는 미국의 전설적 셰프인 줄리아 차일드가 와도 울고 갈만한 남도의 진면목이 상 위를 수놓는다.
노란 꽃이 왕관처럼 빛나는 구례 산수유에는 푸짐한 반찬이 한 상인 한정식이 어울리고, 섬진강과 야생차의 본고장인 하동에서는 참게탕과 재첩국이 제격이고, 매화향이 그윽한 광양에선 불고기가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여수엑스포를 앞두고 ‘월드 엑스포 푸드-2012 여수세계박람회 지정업소’로 명명된 그곳으로 찾아가 본다.
/섬진강=글.사진 양승진기자 ysyang@asiatoday.co.kr
구례 백화회관의 35가지 반찬이 나오는 한정식.
◇구례-백화회관 한정식
백화회관 주인인 이은순씨.
이곳 안주인인 이은순씨(63)는 시어머니가 하던 상차림을 물려받아 올해로 42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씨는 “우리 어머니가 음식 하는 걸 한참 보고 계시다가 이래 가지고 짜서 손님상에 내놓겠냐며 음식을 집어 던졌어. 얼마나 엄격하셨는지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고 말했다.
이 집에서 내놓는 한정식은 반찬이 35가지다.
죽순나물에 머웃대, 두릅, 박, 가죽나물, 취나물, 모기버섯, 전어창자젓, 어리굴젓, 도라지, 깻잎, 삼합, 갈비 등이 푸짐하게 나온다.
원래는 국립공원에서 군 지정 백화회관(여관, 음식점)을 하다 20년 전에 이곳으로 왔다는 이씨는 “식재료를 지리산에서 나는 것으로 해서 그런지 일본인 손님들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엑스포 지정식당 간판이 내걸린 백화회관.
이 집의 김치는 담근 지 3-4년, 고추장, 된장은 4년쯤 됐단다.
이씨는 “남도에 꽃이 필 때 손님이 제일 많은데 좀 있으면 미어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회관(061-782-4033) 한정식은 특(1인분) 1만8000원, 보통이 9000원이다.
이밖에 예원(061-782-9917), 지리산식당(061-782-4054), 지리산회관(061-782-3124) 등도 이름난 엑스포 지정업소다.
하동 대표음식 참게탕. 걸쭉한 국물맛이 진국이다.
◇하동-참게탕, 재첩국
동백식당 외관.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조영남의 화개장터답게 맛 하나는 끝내주는 집들이 즐비하다. 이곳의 3대 맛은 참게탕, 재첩국, 은어회지만 지금 계절엔 은어회를 맛볼 순 없다.
참게장 판매 하동군 허가 213호라고 붙여진 동백식당은 50년 전통으로 ‘식객’ 허영만씨와 백파 홍성유씨의 맛 있는 집 777의 한 집이다.
이 집 주인인 이기영씨도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아 어릴 때부터 섬진강에서 참게를 잡으며 컸다고 한다.
요즘 참게 한 마리 값은 큰 놈으로 대략 1만원쯤 한다. 큰 놈 이래봤자 어른 주먹만한 것이 전부지만 가까이서 보면 흠칫 놀라게 된다.
섬진강의 전설인 참게. 큰 놈은 한 마리에 1만원 정도 한다.
이 집의 참게탕은 걸쭉한 참게 국물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일품이다. 작은 참게는 껍질째 으깨먹어도 고소함이 입안에 감돈다.
육수를 쓰지 않고 미나리와 묵은지를 쓰는 이 집은 다른 집과 달리 고추장으로 맛을 내 더 담백한 게 특징이다.
밑반찬은 장아찌 류가 많고 취나물, 콩나물, 고사리 등 6가지나물 모듬도 운치 있다.
참게는 사람과 좀 닮은 구석이 있다.
대부분 털이 있지만 유독 숫게가 암게 보다 털이 많다. 집게다리 부분에 해초가 들러붙은 것처럼 유난히 많은 게 숫게다. 맛은 암게가 낫다는 게 동백식당(055-883-2439) 주인의 말이다.
참게탕은 4인분 5만원, 3인분 4만원, 2인분 3만원이다.
섬진강의 진미 재첩국.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일품이다.
청송식당 외관.
주인인 박삼석씨(53)는 “재첩이야 다 같지만 중국산을 쓰느냐 아니냐 차이고 또 섞어 파는 집이 종종 있는데 우리는 군에서 지정한 모범업소라 하동산만 고집 한다”고 말했다.
재첩은 벚꽃이 필 때쯤 잡기 시작하는데 지금은 지난해 가을에 잡은 놈들을 냉동시켰다가 내놓는다.
지금의 자리에서만 30년이 넘었다는 이 집은 밑반찬을 안주인이 일일이 만들어 내놓는 데 그 또한 정갈하다. 청송식당(055-883-2485)의 재첩국 백반은 7000원이다.
이밖에 부흥재첩식당(055-884-3903), 하옹촌(055-883-8261), 금양가든(055-884-1580), 섬마을(055-882-3580) 등도 엑스포 지정식당이다.
광양을 대표하는 석쇠불고기. 보기만해도 군침이 돈다.
◇광양-석쇠불고기
고기를 먹고나면 김치찌개로 입가심을 한다.
1930년 이래 3대째 광양 불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삼대불고기’ 식당은 주인인 이형중씨가 좀 독특하다.
이 집은 한우를 쓰지 않고 호주산 갈비살과 등심을 고집하면서 숯불과 석쇠로 고기를 굽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배즙과 간장, 소금, 참기름, 마늘 등의 소스를 발라 바로 내놓는데 익으면서 간이 배어드는 게 특징이다.
불고기를 먹고 나면 남겨진 고기를 김치찌개에 넣어 화로에 올려진 채 먹는데 그 맛 또한 깔끔하다. 삼대불고기(061-762-9250)는 불고기 200g에 1만5000원, 갈비살 2만원이다.
이밖에 금목서회관(061-761-3300), 금정광양불고기(061-792-3000), 대호불고기(061-762-5678) 등도 이름난 엑스포 지정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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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기자 ysyang@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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