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도 차두리도 사랑하는 국민라면 '신라면'
‘사나이 울리는 농심 신라면~’
CM송마저 정겨운, 우리나라 라면업계의 19년 연속 1위에 빛나는 국민라면 신라면이 25년 만에 새 옷을 입고 블랙 라벨을 달았다.
그 옛날 배고픈 시절 끼니를 때우던 한 봉지 라면이 명품을 뜻하는 블랙 라벨을 단다니 조금은 우습기도 하다. ‘신라면 블랙’이 등장하고 생긴 궁금증은 크게 두 가지였다. 가격이 타당하냐, 타당하다면 오리지널 신라면과 얼마나 다르냐는 것.
미디어잇에서 ‘신라면 블랙’을 직접 먹어보고 따져봤다.
가격 - 일반 라면 두 배 훌쩍 넘어
신라면 블랙이 가져온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소비자들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던 라면이 신라면 블랙의 등장으로 우후죽순 비싸지는 게 아닌가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지난 14일 이마트에서는 신라면이 5개입 2,920원으로 개당 580원, 신라면 블랙이 4개입 5,280원으로 개당 1,320원에 판매됐다.
신라면 블랙의 개당 가격은 신라면의 두 배가 훨씬 넘었다.
이것은 신라면이 우리나라 라면 시장 점유율의 1/4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 걱정스러운 행보다. 신라면이 다른 라면의 가격 인상을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면은 한국인의 한 끼 식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에 민감하다.
밀가루 값이 오르고, 기름 값이 오르면서 라면의 가격 인상이 초읽기를 하고 있는 시점이라 더욱 그렇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농심이 신라면에 블랙이라는 라벨을 붙여 결국은 가격을 인상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농심은 기존 신라면과 신라면 블랙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고 브랜드만 차용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가격의 타당성 문제는 직접 먹어 봐야 정확하게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맛이 좋고 영양이 좋다면 소비자도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고 하지는 않을 터.
영양 - ‘우골스프’가 관건
농심 측에 따르면 신라면 블랙은 오리지널 신라면보다 영양 부분을 보강했다고 한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을 조절하고 우골스프를 추가했다.
직접적으로 오리지널 신라면과 신라면 블랙을 비교해봤다.
1회 제공량당 함량
신라면 신라면 블랙 열량 505kcal 545kcal 탄수화물 78g, 24% 84g, 26% 당류 3g 3g 단백질 10g, 17% 14g, 23% 지방 17g, 34% 17g, 34% 포화지방 8g, 53% 8g, 53% 트랜스지방 0g 0g 콜레스테롤 0mg, 0% 0mg, 0% 나트륨 1,930mg, 97% 1,930mg, 97% 칼슘 143mg, 20% 177mg, 25%
신라면 블랙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칼슘의 함량을 조금 더 늘렸다. 전체적인 중량도 신라면 블랙이 10g 더 늘었고 그만큼 열량도 증가했다. 중량은 면발이 아니라 스프에서 차이가 있었다.
우선 육안으로 내용물을 비교해보면 면은 거의 차이를 알 수 없었다. 농심에서는 면 자체도 설렁탕면을 사용해 신라면과 다르다고 했다.
왼쪽 신라면 블랙의 면, 오른쪽 신라면의 면
실제로 끓여봤을 때도 신라면 블랙의 면이 익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고 면발도 더 쫄깃하다는 평이다.
분말스프는 신라면 블랙이 농도가 살짝 진하게 느껴지는 정도였다. 원재료를 살펴보니 신라면 블랙에는 특별히 무국베이스, 콩나물추출물분말 등이 추가됐다.
왼쪽 신라면 블랙의 분말스프, 오른쪽 신라면의 분말스프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우골스프였다. 농심에서는 ‘우골을 듬뿍 함유하고 있어 원기회복에 좋은 우골보양식사’라며 ‘설렁탕 한 그릇의 맛과 영양이 그대로 담겨있다’고 한다.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우골스프’ 때문이라는 것. 흡사 사리곰탕면의 스프를 떠올리게 하는데 맛도 그와 비슷하다.
신라면 블랙의 우골스프
신라면에는 일반 분말스프만 10.5g이 들어가는데 신라면 블랙은 따로 첨가되는 이 우골스프만 해도 10g이다. 분말스프와 합치면 스프만 19g이 들어가는 것. 그렇다면 맛이 더 짜거나 매울 듯 싶지만 직접 끓였을 때의 간은 기존 신라면보다 약한 편이었다.
건더기스프는 확실히 오리지널 신라면보다 풍성하다. 마늘, 우거지, 배추, 표고버섯, 돼지고기가 들어있는데 두툼한 고기가 눈에 띈다.
왼쪽 신라면의 건더기스프, 오른쪽 신라면 블랙의 건더기스프
고기와 마늘 외에는 두툼하게 썰기만 한 정도. 건더기는 일단 크기가 크니 끓였을 때도 씹히는 맛이 더 좋았다.
맛 - 가격차만큼의 차이? ‘글쎄’
포장비닐에 적힌 대로 550ml 물을 끓여 면과 스프를 넣고 4분 30초 간 더 끓였다. 일단 생김새는 일반 라면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다만 우골스프가 들어가 기존 신라면보다는 국물이 멀겋게 보였다.
맛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 있으니 기자들이 직접 맛 본 후 매긴 점수와 한 줄 평으로 대신한다. 점수는 10점 만점.
CHS: 8점. 이름과 매운 맛만 ‘신라면’이고 국물 자체는 완전히 새로운 라면. 사골 스프 때문인지 묵직한 맛이 톡 쏘는 매운 맛이랑 잘 어울림. 기존 신라면과 사리곰탕면의 특징이 다 섞여 있음. 매운 느낌은 톡 쏘는 것처럼 매콤한데 기존 신라면과는 좀 다름. 맛있음. 오래 먹으면 좀 질릴 것 같음. HHJ: 8점. 낯선 라면에게서 부대찌개 맛이 난다. 부대찌개가 먹고플 때 햄 넣고 끓여먹으면 딱 일 듯. LSH: 7점. 국물은 기존 신라면보다 기름지고 볼륨감이 느껴진다. 여기에 매운맛을 느끼게 해주는 캡사이신이 두드러져 식후 혀에 매운 기운이 감돈다. 신라면과의 차액만큼 햄이나 콩나물, 계란을 넣어 먹는 게 건강에 더 좋을 듯. HJW: 7점. 면발이 쫄깃하고 국물에 고소한 맛이 나기는 하지만 신라면 특유의 매운맛이 없어졌고, 높은 가격을 생각하면 구매욕구가 들지 않는다. PCH: 7점. 왜 신라면이라는 이름을 넣었는지 모르겠다. 면발은 전보다 쫄깃해져 좋았고, 향은 고유의 신라면 향이 나는데 맛은 신라면 그 이상이 아니다. 더군다나 700원 정도 비싼데 그 이상의 맛도 아닌데 굳이 사먹기에는 부담된다. YAY: 6점. 입에 넣자마자 얼큰한 신라면과 달리 신라면 블랙은 첫 맛은 부드러우면서 끝 맛이 얼큰했다. 나쁘지 않지만 많이 먹으면 느끼할 듯. 주식보다는 별식으로 알맞다. SY: 4점. 맛 차이를 모르겠다. 그 돈으로 일반 신라면 두 개를 양껏 끓여먹겠다. LJM: 3점. 신라면의 정통성을 잃었다. 차라리 다른 이름으로 나왔다면... 1985년도에 나온 까만소가 그립다. 가격은 2배, 건더기 크기도 2배, 그러나 맛은 0.5배. 신라면과 사리곰탕면을 섞어놓은 느낌.
신라면 블랙의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6.25점. 새로운 맛으로 선전했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역시 아쉬운 맛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리 비싼 것을 좋아한다지만 서민음식의 대표주자인 '라면'마저 프리미엄으로 옮겨가는 것을 고운 시선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프리미엄 라면에 도전장을 내미는 라면은 많았다. 하지만 기존의 잘 나가는 라면의 시리즈로 나오게 된 것은 농심의 '신라면 블랙'이 처음이라 더 주목해야 한다.
기존 신라면이 주식이라면, 신라면 블랙은 외식 쯤이라 생각하자. 한 번쯤 맛 보기엔 나쁘지 않다. 그런데 외식만큼 설레는 마음과 믿음직스러운 맛이 계속 보장될 지는 의문이다.
철저히 서민인 기자는 이러다가 봉지라면 1,000원대 시대가 오고 분식집에서는 자장면보다 더 비싼 값에 라면을 사먹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미디어잇 염아영 기자 yeomah@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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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만하면 좆심은 안먹음~
부대찌개먹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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