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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첫 테이프를 끊은 수입 신차는 벤츠 E220 CDI와 ML280 CDI였다. 벤츠가 야심차게 들여온 디젤엔진차다.
OBDⅡ가 올해부터 100% 적용된다는 걸 전제로 하면 벤츠의 디젤엔진 투입은 좀 더 큰 조명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연말 OBDⅡ 적용싯점이 2007년 시행에서 2009년까지 단계적 적용으로 완화되면서 벤츠로서는 조금은 김이 빠진 셈이 됐다. 디젤엔진이 사회적 이목을 확 끄는 연초에 두 종류의 디젤엔진차를 투입하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못해서다.
기자가 디젤승용차를 처음 경험한 건 지난 90년대초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였다. 구형 벤츠 E클래스 택시를 탔는데 디젤엔진이었다. 나름대로 색다른 승차감에 호기심을 갖고 차를 살펴 봤었다. 디젤엔진의 추억 또 하나.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달리는 버스를 따라 뛰면서 뿜어내는 버스의 배기가스를 보약 먹듯 가슴깊이 들이마셨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일이지만 그 때 맡았던 배기가스의 냄새는 아직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벤츠가 만든 디젤엔진차 E220 CDI의 운전석에 앉아 잠깐 사이에 떠올린 디젤엔진에 얽힌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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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E클래스의 디자인이 CDI에서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익스테리어도 그렇다. 익스테리어는 밖에서 차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위한 것이고, 인테리어는 차에 들어와 앉는 고객이 보고 느끼는 것이어서 인테리어가 더 중요하다는 이들이 있다. 일견 맞는 말이다.
벤츠를 타면 차를 만든 사람들의 야무진 손맛을 느낀다. 어느 한 구석 허술하게 만든 곳 없이 감출 것 감추고, 드러낼 것 드러내고, 단정한 매무새로 마무리한다. 이 차도 예외가 아니다.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운 질감은 이 차를 타는 이에게 다른 차와는 다른 만족감을 준다. 말로만 럭셔리를 외치는 브랜드가 아니라, 럭셔리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테리어다. 그렇다고 화려한 건 아니다. 최고급 옵션이 눈에 확 띄게 자리한 것도 아니다. 있어야 할 게 있어야 할 곳에 정확히 자리잡았고, 소재가 고급이고, 손으로 만질 때 느껴지는 감촉, 눈에 보이는 질감 등등이 하나같이 허투루지 않다. 차를 만드는 내공이 꽉 차있음을 벤츠를 타보면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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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cm가 조금 넘는 기자가 앉기에 뒷좌석은 넉넉했다. 센터 터널이 지나는 뒷좌석 가운데가 아니라면 어느 위치에 앉아도 불편하지는 않다. 마음에 드는 건 운전석에서 오른쪽 무릎이 닿는 곳의 소재가 부드러운 플라스틱이라는 것. 운전을 심하게 하다 보면 무릎에 힘을 주며 딱딱한 플라스틱에 닿으면서 약간의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조금 물렁한 소재가 그 곳에 있어 안심됐다.
차를 운전하면서 가끔 시계를 찾는 시선이 헤맬 수 있다. 계기판에 커다랗게 자리잡은 시계를 발견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다. 세단에 장착된 시계 중 가장 큰 게 바로 E클래스의 시계가 아닐까 싶다. 시계는 적당한 곳에 숨기듯 작게 자리잡을 거라는 고정관념의 허를 찌르는 구성이다.
아쉬운 건 내비게이션이다. 기자가 벤츠차를 탈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격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1열 시트를 좌에서 우로 감싸도는 원목 테두리의 고급스러움과 내비게이션의 고급스럽지 못함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성능
굵고 낮은 느낌은 어김없이 디젤차임을 말해준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 가늘고 높은 휘발유엔진 소리에 익숙하다면 중저음이 어색할 수도 있다. 소리만 놓고 본다면 휘발유엔진은 여성이고, 디젤은 남성이다.
토크는 차를 밟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2,000rpm을 넘겼을 뿐인데도 차는 힘있게 노면을 박찬다. 참 편안하게 달리면서 바람소리가 좀 들린다 싶어 계기판을 보니 시속 170km를 넘기고 있다. 기대는 하고 있었으나 다시 한 번 벤츠의 고속주행안정성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빨리 달려도 편안한 것, 바로 고속주행안정성의 핵심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한 박자 쉬었다 탄력이 붙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을 지나면 속도가 급상승함을 느낀다. 이 때부터 휘발유차 못지 않은 가속력을 보인다.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얹었다. 그 중에서도 압전소자를 이용해 짧은 순간에 수 차례 쪼개 연료를 뿜어 폭발이 오랫동안 나눠 진행되는 효과를 보인다. 연소효율이 좋고, 소음과 진동도 훨씬 개선되는 방식이다. 단점이 있다면 비싸다는 것. 그러나 벤츠 정도의 브랜드라면 가격보다 품질을 택하는 데 주저해선 안된다.
하나 더, 7단 변속기도 그런 의미에서 벤츠니까 쓸 수 있는 아이템일 것이다. 렉서스가 7단을 건너뛰고 8단 변속기로 직행한 건 바로 벤츠의 7단 변속기를 의식한 것이 아닐까. 견제와 경쟁이 기술발전을 이끄는 동력임을 보여주는 일이다.
흠잡을 데 없는 성능을 보이지만 굳이 지적하자면 차의 성격이 덜 자극적이라는 점이다. 차의 극적인 성격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자극적이지 않은 이 차가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벤츠를 택하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한국에서 디젤차를 탈 때 감수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주유구의 문제. 특히 지방으로 가면경유를 넣을 때 주유기와 연료주입구의 크기가 맞지 않아 애로를 겪는 경우가 많다. 정책적으로 주유기를 표준화하든지, 연료주입구를 표준화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경제성
경유의 매력은 갈수록 줄어든다. 특히 올해부터는 경유가격 인상폭이 가장 커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유와 디젤엔진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성질이 변하는 건 아니다. 디젤엔진은 열효율이 좋고 경유는 아무리 비싸도 휘발유보다 가격이 높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명제가 참인 한 디젤엔진의 경제성은 휘발유엔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연료에 같은 돈을 들이면 더 멀리 가고, 같은 거리를 가면 비용이 덜 든다. 장거리운행이 많은 운전자에게 궁합이 맞는 게 디젤엔진이다.
E220 CDI의 판매가격은 6,490만원이다. 이 가격에 E클래스의 오너가 된다는 건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