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외할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십니다.
할머니 연세는 올해로 83세, 뇌경색을 앓고 계신지 좀 되셔서 예전부터 약을 복용하셨는데, 약을 드시면서 증상이 조금씩 호전되는 게 느껴지니까 이제 다 나았나 보다 하고 당신께서 판단하시면서 어느 날부터인가 약을 안 드시더라구요.
현재 외삼촌네 식구들이 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데, 제발 약 좀 드시라고 말씀 드리고 해봐도 고집이 있으신 분이라 그런지 쉽게 안 드신다고 하더라구요...ㅜ
약을 드시는 동안에는 상태가 괜찮으시더니, 약을 안 드시기 시작한 뒤로부터는 조금씩 총기도 떨어지시는 게 보여지더라구요.
그런데 음식 드시는 건 무난하게 잘 드셔서 그나마 식사라도 잘 하시니 다행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름전쯤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강원도에 있는 시골에서 일손이 좀 필요하다고 해서 시골에 내려가 1달동안 지내고 있다가 중간에 올라와서 2주 전 일요일에 할머니를 모시고 저녁식사를 하러 갔는데, 저녁메뉴로 삼겹살에 냉면을 먹었습니다.
식사 후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팔다리에 힘이 없으셔서 자리에서 일어나시질 못하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때 저는 식당 주차장에서 차를 출차하기 위해 차에 타고 있는 상태여서 기다리는 중이였고, 시간이 지나도 안 나오시길래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가게 직원분께서 부축하면서 할머니를 모시고 나오시더라구요(진짜로 너무 감사했습니다)
바로 외삼촌께 전화를 드려서 할머니 좀 모시러 와서 병원 좀 가보자고 말씀드리고 삼촌을 통해 할머니를 보내드렸는데, 마음이 영 불안하고 찜찜해서 다시 전화해보니 할머니가 고함을 치시면서 병원 가는 걸 거부하셔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모시고 와서 팔다리 찜질을 해드렸다고 하더라구요.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괜찮아지실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어머니 연락을 통해 이틀 뒤에 구리 한양대병원으로 구급차 타고 가셨다고 하네요(어떤 증상을 보이셔서 갔는지 자세한 과정은 잘 모릅니다)
처음에 며칠동안은 사람도 못 알아보시고 콧줄을 통해 음식을 식도로 넘겨서 간신히 영양공급 받으시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안있어서 간병인도 구하고, 할머니도 점차 상태가 호전되면서 며칠 전에는 콧줄 떼고 음식을 딱 한번 섭취하시면서 어느정도 대화는 할 수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이제 조금 있으면 재활치료 하시겠구나 생각하면서 마음이 조금은 놓였는데............
8월28일 수요일 저녁, 할머니가 수면제를 강한 걸로 놔달라고 했는데 한개도 아니고 한꺼번에 두개를 투약했다고 들었습니다.
8월 마지막 주는, 저희 학교 개강 첫주여서 시골에서 학교까지 왔다갔다 통학을 하기 때문에 수업 끝나고 시골로 다시 내려가는 중에 병원에 두번 정도 들렀었는데 수면제 2개 투약했다는 얘기를 수면제 투약한 바로 다음날인 엊그제 목요일 저녁에 간호사실에서 간호사랑 이야기 중인 어머니를 통해 듣게 되었고요.
어머니를 집에 모셔다 드리면서 얘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보니까 병원에 오시고 나서 간간히 수면제를 하나씩 투약했는데 그날(28일 수요일)에는 할머니가 평소보다 수면제 강하게 좀 놔달라고 말씀하셔서 수면제 2개를 투약했다고 하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되어서 못 일어나는 것 같다면서, 거기다가 병실에 들어가니까 간병인은 코 골면서 자고 있더라 하시면서 심란해 하시더라구요....
흔들어 깨워도 미동도 안하고 계속 잠만 주무신다면서 계속 걱정하시고 있던 찰나
저희 시골에 어느정도 일이 마무리 되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깨어나시질 않는다는 소식을 들은 다음날인지 아니면 어제인지 간병인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 바뀌었더라구요
오늘 자세하게 얘기 들어보니까 전에 계시던 간병인 분께서는 할머니가 차고 계신 기저귀도 제때 갈아주지 않고 기저귀에 변이 가득 찰때까지 놔뒀다가 갈아주고 하면서, 자기 할 얘기는 주저리주저리 하시는 분이셨다고 하면서 고개를 저으셨어요
오늘 가보니까 증상은 더 심해지셔서 이제는 호흡을 하면서 입에서는 거품이 나오고, 장의 기능도 어느 정도 죽어있는지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난 이후에도 얼마 가지 않아 대변이 찔끔찔끔 나오는 데다가, 왼발은 마비가 오는지 차디 차더라구요, 동공도 풀려서 거의 흰자밖에 안보이시는 상태입니다
그러다가 어제(토요일) 오후 3시 경에 간호사실 바로 옆에 있는 1인실에 자리가 생겨서 1인실로 옮기셨는데, 옮기신 이후부터 혈액순환이 좀 되는지 왼발에 다시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더라구요(그나마 이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며칠 째 의식없이 잠만 주무시면서 깨어나시질 못하시니까 저도 눈물을 흘리면서 할머니를 지켜만 보고, 나중에 어머니께서 계속 나오시질 않으시길래 병실을 들어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머니의 오열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사실 병실에서도 우리 엄마 어떡해 어떡해 하면서 눈가가 촉촉해져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계속 봤었는데, 중간에 심란해서 잠시 생각을 정리할 겸 근처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고 다시 들어갔었거든요.
카페에 계신 동안에도 계속 한숨을 푹푹 쉬시고 생전 처음으로 손가락까지 정신없이 움직이시면서 불안하고 초조해하셨어요
그렇게 한 1시간 조금 안되게 있었나????
카페에서 나와 다시 올라갔는데 할머니 좀 보고 올테니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시며 병실로 들어가신지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안나오셔서 무슨 일이 생겼나 불안한 마음에 병실 문을 열었더니 생전 처음 보는 어머니의 모습에 많이 놀랐습니다.
평소에는 힘든 와중에도 아들딸 앞에서는 투닥투닥 거리며 장난치고 하던 모습을 보이면서 아주 가끔씩 힘들게 살아왔던 과거를 회상하다가 살짝 눈물을 보이시는 모습을 봤지만, 그동안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누워계신 할머니의 얼굴을 어루만지시면서 꼭 끌어안은 채로 소리내서 오열하시더라구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그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어머니의 또 다른 모습이였고, 제가 어머니의 자식인 것처럼 저희 어머니도 외할머니의 자식이기 때문에 똑같은 자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해가 됬기 때문이겠죠.........
그렇게 시간이 다시 지나고 어머니가 나오셔서 감정을 좀 추스리고 할머니의 생존 확률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시는지,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외삼촌 식구들한테 '할머니가 예전에 가입해 놓은 상조 있나 알아봐라', '영정사진으로 쓸 수있는 적절한 사진 있나 찾아봐라', '돌아가셨을 경우에 연락드릴 수 있는 주변 지인들이나 친척 분들 전화번호 적어놓은 수첩 찾아봐라' 등등 돌아가셨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하나하나 준비하시더라구요.
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외삼촌네 식구들이 알아서 하면 되고 그게 맞는 거 아닌가 생각하실 수 있는데, 식구들 모두가 바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저희 어머니가 성격이 꼼꼼하시고 비리나 하자 이런 거 격하게 싫어하시는 분이라 때때로 저희 식구들도 피곤해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이런 일들은 저희 어머니께서 누가 말하기도 전에 직접 나서서 먼저 해결하시려고 하시는 편이에요
또 이 글을 읽으시면서도, 내용이 너무 길고 이얘기 저얘기 왔다갔다 해서 읽기 불편하실 거라는 거 잘 압니다.
그런데 제가 시골에 한달동안 내려가있던 중에 일어났던 일이라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몰라서 그랬기 때문에 염치없지만 이 부분은 양해 부탁 드립니다!!!
*혹시 주변에 뇌경색 환자분이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몇가지 질문 좀 드리고 싶은데요
Q1. 뇌경색 환자가 삼겹살 같은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병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나요???
Q2. 아무리 환자의 요구라고 하지만 뇌경색 환자에게 수면제를 한꺼번에 2개를 투약한다는 게 적절한 처방인가요???
Q3. 지금 현재까지의 상태로 봤을 때 저희 할머니 깨어나실 희망이 있을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답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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