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에 놀라고, 빨간색 차체의 화려한 디자인에 흥분되고, 매력적인 주행 실력에 감동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던 시승은 짜릿한 눈길 주행 에피소드로 막을 내렸다. 대중 브랜드의 모델이거나 소형 세단이라면 4,780만 원을 주고도 스마트 키와 썬루프가 없는 것은 아쉽겠지만 그 대상이 유러피안 스타일의 프리미엄 중형 세단이라면 평가는 정 반대로 달라진다.
신형 V6 3.0 엔진은 이미 적용되어 있던 V6 3.6 직분사 엔진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다. 배기량 2,994cc DOHC VVT 직분사 엔진으로 최고출력 275마력/7,000rpm과 최대토크 31.0kg.m를 발휘한다. 직분사가 아닌 기존 V6 3.0 엔진에 비하면 출력과 토크가 엄청나게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230마력 대 V6 3.0 엔진이 이 급의 주력 엔진이었으며, 275마력이면 고성능 버전에 해당하는 성능이었다. 그랬는데, 지금은 이 엔진이 럭셔리 중형 세단 CTS의 엔트리 엔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이 착한 가격에 말이다.
주행성능에선 부족한 게 없다. 다만, 파워에 대한 기대치에 상대적으로 살짝 못 미치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출력이 275마력이나 되는 것을 감안하면 좀 더 경쾌하게 가속해 줄 것을 기대했는데, 그 기대에는 살짝 못 미쳤다. 하지만, 기존 2.8 모델이나 동급 일반 3.0 엔진 모델과 비교하면 월등히 파워풀하다. 엑셀은 살짝 무거운 편이다. 지긋이 눌러 주듯 엑셀을 밟아야 한다. 엑셀 느낌은 BMW보다는 벤츠 쪽에 더 가깝다. 하지만, 가속에 대한 반응은 정확히 BMW와 벤츠의 중간 정도 느낌이다. 흔히 BMW와 벤츠를 반반씩 썩어 놓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바로 그런 느낌이다. 가속은 중후하게 시작해서 꾸준하게 속도를 올려 준다. 시승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승에 끌려 나온 차량이라서 그런지 초반에는 200km/h에 근접하면서 가속이 수그러드는 느낌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고속 가속력이 살아났다.
변속기는 자동 6단이다. 사실 자동 6단이면 최고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워낙 다양한 형태에다 고단 변속기들이 등장하고 있고, 국산 중형모델에도 자동 6단이 사용되다 보니 좀 부족한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최고 주력 변속기임에 틀림없다.
아이들 상태에서 회전수는 불과 600rpm, 100km/h로 주행할 때 회전수는 1,700rpm이다. 각 단에서의 변속 속도는 60, 115, 180km/h 부근이다. 좀 의아한 것은 최고출력이 7,000rpm에서 발휘되는데, 실제 주행에서는 6,500rpm에서 변속이 이루어져 버린다.
이번 시승을 통해서 CTS에 아주 만족하게 된 또 하나의 요인은 바로 매력적인 하체다. 물론 꿀벅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이 잘 조율된 세팅을 통해 안락한 승차감과 탁월한 주행 안정성을 동시에 잘 잡았기 때문이다. 시내 주행에서는 살짝 튀는 느낌이 전해지긴 하지만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 BMW, 벤츠와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서도 CTS는 BMW와 벤츠의 중간 정도 승차감을 가진다. 초기 CTS가 유럽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면서 좀 심하게 단단한 승차감을 가졌었는데, 그에 비하면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고속 안정성은 탁월했다. 특히 CTS 시승 바로 전에 기아 K7을 시승하면서 고속 안정성에서 크게 부족했던 것을 경험했던 터라 CTS의 뛰어난 직진 안정성이 더 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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