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상용 항공기들에 장착된 CVR과 FDR이 모두 꺼지는 사례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습니다.
아니 왠만해서는 잘 안꺼집니다.
그리고 비행중에 CVR을 끄는 유일한 방법은 엔진을 끄고 배터리 전원이 차단될때까지 기다리거나,
회로 차단기를 뽑는것 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당연하게도 조종석에 경고등이 표시됩니다.
제주항공 2216편 사고 4분 전에 CVR 기록이 사라졌다면서 그 원인을 엔진 정지로 인한 전원 상실에 있고
CVR 보조 전원장치인 RIPS가 의무화되기 전에(대략 2009년)제작된 구형 비행기라서
어쩔 수 없는것처럼 설명하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에 발생했던 사고에서 두 엔진이 나간 상태에서도 멀쩡히 잘 동작한 사례가 있습니다.
- TACA 항공 110편: 양쪽 엔진이 모두 꺼진 상태에서도 내부 배터리로 CVR과 FDR이 모두 정상 작동하였음.
무사히 착륙해서 CVR이 확보되었으나 조사위원의 부주의로 항공기에 AC전원을 넣으면서 일부 데이터가 삭제됨.
-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 421편: 양쪽 엔진이 모두 꺼지고 배터리 불량으로 APU 스타트 실패, 모든 AC전원 상실하였으나
엔진 정지 후 약 1분30초 가량의 CVR이 녹음됨 (아래 조사 보고서 참조)
가루다 421편의 경우 항공기 자체 배터리가 불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분30초 가량 더 녹음이 지속되었습니다.
그것도 FDR과 CVR은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꺼졌습니다.
그래서 FDR 기록을 통해 양쪽 엔진이 모두 정지된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항공의 경우 버드스트라이크 선언 직후 바로 CVR과 FDR 데이터가 사라졌다고 하죠?
이상하게 CVR데이터가 감쪽같이 사라진 케이스가 있는데
1997년에 실크에어 185편 737-300 기종의 추락사고였습니다.
순항고도에서 정상적으로 비행중에 갑자기 수직으로 곤두박질쳐서 승객 전원이 사망한 사고였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SilkAir_Flight_185
이 사고 직후 발견된 CVR과 FDR에서 사고 직전 약 6분가량의 기록이 사라진것을 발견하였죠.
그리고 이 사고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CVR 자체의 고장으로 인한 Burnout현상이나 AC전원 surge로 인해 기록이 중단되는 경우 "클릭" 하는 소리가 남는 반면
조종사가 의도적으로 회로 차단기 (Circuit breaker)를 뽑는 경우 아무런 소리가 남지 않고 기록이 중단된다는 것이었죠.
이 사고의 경우에 CVR에 아무런 클릭 소리도 없이 녹음이 중단되었습니다. 그 원인은
97년 아시아 경제위기로 인해 큰 돈이 물린 기장의 고의적인 자살 비행이었음이 밝혀졌지요.
아래는 해당 사고를 재현한 드라마 입니다.
위 사례는 모두 2009년 이전에 만들어진 심지어 더 구형의 737 여객기들에서 발생한 사고입니다. (RIPS 존재 유무와 관계없다는 소리)
그럼 제주항공 2216편 CVR은 어떻게 녹음이 중단되었을까요.
심지어 나중에 추가로 밝혀진 영상에 보면 엔진은 멀쩡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관제사 교신기록도 이악물고 공개하지 않는 사조위에서 이걸 과연 공개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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