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 냄새가 일상이던 우리의 스무살 시절..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전혀 찬란하지 못한 청춘이 그저 덧 없이 흘러가기만 한다고 절망하던 시기에..
우리는 그렇게 만났고 어떻게든 쓰러지면 안된다고 서로를 격려하며 기쁨도 슬픔도 함께한 세월이 40년이 되었네요.
작년이 결혼 35주년이었고..
회사생활 할 때 중동으로 유럽으로 출장을 다녔던 나와는 달리 제주도 갈 때 말고는 비행기도 제대로 타보지 못한
아내와 35주년 기념으로 2주일 동안 남미 여행을 가기로 했다가 원수같은 코로나 때문에 진행하지 못했네요..
큰 놈 결혼 시키고 함께 찍은 가족사진에서 잔잔하게 웃고있는 아내의 눈가에 잡힌 주름이 훈장처럼 보입니다..
돌이켜 보니 참으로 모진 세월을 견디며 살아왔네요..
아내가 없었다면 과연 지금까지 견뎌낼 수 있었을까? 아마 견뎌내지 못했을 겁니다..
며느리에게 부모의 정표로 작은 패물 몇 가지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아내에게 금반지를 선물했습니다..
쓸데없는 돈 왜 쓰냐고...언제 내가 반지 목걸이 같은 거 하더냐고..
당신 첫 해외출장에서 사온 목걸이도 이제껏 한 번도 안 걸어 봤다고..ㅜ.ㅜ..
그러면서도 손가락에 끼우고 아이고 잘맞네..디자인이 고급지네..이러면서 웃는데 저는 마음 속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외환위기로 회사 퇴직하고 자영업 한다고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종일 일만하며 보내온 세월이 너무나 미안합니다..
그래도 전세나 매매나 별 차이 없어서 우리가 모자라는 돈 좀 보태서 아들놈 회사 있는 도시에 아파트 하나 마련해 주고
이사한 날 저녁에 아내와 둘이 곱창전골에 소주 한 잔 하면서 손 꼭 잡으며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 했습니다..
주책없이 눈물이 자꾸만 나오는 저를 보며 당신도 늙었네 눈물이 흔한거 보니..이러면서 자신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아내..
참으로 고맙기만 합니다..
삶을 포기하고 싶었을 상황에서도 부족한 저 하나 믿으며 자식들 똑바로 성장시킨 아내가 참으로 고맙기만 합니다..
그래서 오늘...
비록 해외는 아니지만 평소 아내가 자주 이야기 하던 곳으로 여행을 가보려고 숙소를 예약해 놓았습니다.
3박4일..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오직 아내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아내는 쓸데없이 돈 쓴다고 뭐라하겠지만 말이죠...
40년을 함께한 의리에 대한 보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저는 앞으로 꾸준히 연구하며 살려고 합니다..^^
문득 센치해 져서 주저리주저리 늘어봤네요..
우리 보배님들 모두 좋은 저녁 되세요..
티파뉘짝퉁 반지팔찌 맞춰줌 ㅎ
저도 본받아서 와이프와 이 힘든 시기 이겨보겠습니다!!!
지금처럼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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