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선배 결혼식이 상암동에서 있어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동에서 올림픽대로타고 상암동을 갔습니다.
미세먼지가 걷혀서 서울이 오랫만에 맑고 화창한 게 기분이 좋더군요.
늦지않게 도착해서 축하해주고 친구만나 담소도 나누고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집으로 가려고 나온 3시쯤.
기름이 없어 가까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나가려는데
나가는 곳이 심상찮습니다. 차도로 나가는 게 아니라 교차로로 나갑니다.
저는 유턴을 할 계획이었는데 입구 다시 나가자니 불안하고
일단 출구로 나가서 우회전 우회전 우회전 후 자회전으로 가자!!!
라고 맘을 먹고 우회전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우회전 각이 꽤 큽니다. 90도가 넘습니다...
도대체 왜 주유소가 이렇게 길을 내놨을까.....
푸념하며 그래도 무사히 우회전 우회전 우회전 잘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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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좌회전 할 차례 입니다.
정지선에도 이쁘게 서고, 음악도 93.1 mHz 에서 나오는 잔잔한 클래식이고
날씨고 좋고
다 좋습니다.
보배에서 여태껏 배운대로 운전도 참 이쁘게 잘하고 있다 싶고 모든게 좋은 일요일이네요.
근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주유소는 왜 길을 그렇게 만들어 놨을까?'
'주유소 기름값이 얼마였더라?'
'이게 도로점용허가랑 뭐랑 뭐랑 관계가 있나?'
'다른 차들은 어떻게 나갔지? 끼어들어서 직진하나? 교차로에서?'
'보배분들은 어떻게 했을까?'
'어라? 파란불이네 가자~'
아까있었던 주유소상황을 혼자 생각하며 잡념에 빠져있다가
옆차가 꿈틀대는 걸 보고 출발했습니다.
(가끔 정차중에 계속 빨간불 보고 있기 귀찮을 때에는 멍하니 있다
옆차가 출발할때 따라가곤 했던 습관이 발동한 거죠)
전 좌회전해야 되니까 핸들도 왼쪽으로 꺾었지요.
그때!!
제가 직진신호인데 좌회전 하고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직진후 좌회전인데 직진신호에 좌회전을 해버린겁니다 ㅎㄷㄷ)
그냥 깨달은 게 아니라 마주오던 모닝 차주분이 다급히 하이빔을 쏴주셨죠.
그런데 전 이미 너무 멀리 왔더군요.
왜그랬을까요.. 왜그랬을까요.. 수없이 되뇌이면서 일단 황급히 빠져줬습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좌회전을 하고 있으니 모닝분도 멈추시고 옆에 차선을 살짝 막아주며
사고를 방지해 주더군요. (아이 고맙기까지..ㅠ ㅠㅠ)
모닝분은 정말 미친놈 봤다며 욕을 많이 하셨을 텝니다.
죄송합니다. 운전하면서 때로는 사정상 과속운전도 하고,
때로는 이유없이 얄미운 끼어들기차량들 길막도 하고
그러다가도 참 양보운전도 많이 하면서
보배에 계신 분들 생각하며 배운대로 방향지시등도 열심히 넣고,
운전습관이 바뀌어가는 제 모습을 칭찬하며 재밌게 살고 있었는데
왜그랬을까요... 왜그랬을까요... 수없이 되뇌이면서
문득 , 보배에
"대놓고 신호위반하는 김여사"
ㄴ 김여사가 아니라 남자네요
ㄴ 미쳤네요
ㄴ 상품권 ㄱㄱ싱
ㄴ 저런놈은 감방가야됨
이런 글이 올라올까봐 소름!이 끼치진 않았고 살짝!쿵! 찾아봐야 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글 올라오면 꼭 찾아가서 죄송하다고 해야지'
그런데 글이 올라오질 않아 슬퍼서 이렇게 자진납세를 했습니다.
날좋은 어느날 미친 척 좌회전 하는 검정색 아우디 때문에 급브레이크 밟으셨던 흰색 모닝 차주분
언젠가 이글 보시면 전 정말 죄송했노라며 반성하였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운전이란, 아무리 내가 잘하는 것 같아도 뜻하지 않은 가해자가 되곤 하는 것이
운전 같습니다.
언젠가는 내가 가해자가 되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
또 한번 마음에 새기면서
다시는 옆차 보고 따라가지 않을 것이며
넋놓고 운전하지 않을 것이며
어제보다 더 착하게 사는 오늘의 주인공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추신- 그와중에도 깜빡이는 넣었습니다.
우회전 우회전 우회전을 해서 유턴을 하기로 했습니다.
일기를 쓰게 됐습니다. ㅋㅋㅋ
그 모닝 차주분이 읽으실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이곳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니까요.
근데 그분도 제가 일부러 그러진 않았다는 걸 알고 계셨으니까 클락션 한번 안울리고
하이빔 쏴주며 다른 차들 막아줬겠죠?
농담이구여 안운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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