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생활을 잠시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의 두 얼굴을 잘 알 겁니다.
시키지도 않았고 티도 안 나지만 꼭 필요한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해서 결과가 좋아도 어차피 티가 안 날 것이고, 혹시 조금이라도 결과가 안 좋기라도 하면 시키는 일이나 잘 하지 시키지도 않은 일 한다고 일만 더 만들고 다른 직원들까지 힘들게 한다고 '잔소리만으로' 끝나기만 해도 다행입니다.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의 경우도 서울시나 해당 구청, 주민센터, 관할 경찰서/지구대와 소방서 등등, 이번 참사가 일어났던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유관기관들의 직/간접 업무담당자들이 있겠지요.
공무원들 철밥통에 하는 일도 없다고 하지만, 10여 년 전과만 비교해도 민원업무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고 특히 서울의 경우는 대부분 공공기관의 공무원 1인이 감당해야 할 업무(민원 등)와 시민(민원인)의 숫자가 생각 이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경찰, 소방이든 일반 지자체 기관이든 직원 중 하나가 할로윈 기간 이태원 주변의 "안전"에 대해 의례적이 아닌 제대로 된 대비를 하자고 말을 꺼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그래, 철수씨가 참 생각이 깊어, 현장가서 상인회 임원들 만나서 같이 골목골목 잘 살펴보고 유관기관과 협력이 필요한 내용 포함해서 기안해서 올려 봐요." 라고 할까요?
만에 하나 그렇게 생각해 주는 상사나 기관이 있어서 고생고생해서 준비하고 그 덕분에 별 탈 없이 잘 지나갔다고 합시다.
그러면 "에이, 거 봐 아무 일도 없잖아."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미리 대비해서 어떤 일을 잘 막아도, 대비하지 않았을 때 그 일이 일어났을 거라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일인데도 업무가 잘 이루어지기 힘들다면 매뉴얼로 해당 업무사항을 반드시 정해 두어야 합니다.
국가적으로 큰 재난이 있을 때마다 현실화 하겠다고 그렇게나 떠들어대던 '안전매뉴얼/재난대비매뉴얼', 꼭 한 번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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