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할아버지에게는 남동생, 즉 제게는 작은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대대로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글을 좀 알다 보니 두 분 모두 광복 후 경찰에 입직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다 할아버지는 부모님을 모시고자 중도에 경찰을 그만 두셨고, 작은 할아버지는 계속 경찰 지서장(지금의 파출소장 정도 될까요?)으로 계셨는데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할아버지, 작은 할아버지 모두 참전하여 한 날 한 시에 함께 전사하셨답니다. 그래서 아들이 없었던 작은 할머니는 저의 아버지를 양자로 삼으셨죠...
전직 경찰이셨던 할아버지는 고향 선산에 잠들어 계시고 경찰 간부였던 작은 할아버지는 대전현충원에 계십니다.
그래서 해마다 6월이 되면 현충일 전에 저희 가족과 고모네 가족이 모여 대전현충원에서 작은 할아버지를 기립니다.
저는 할아버지, 작은 할아버지를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참 선비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셨다는 큰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고모의 말을 들으며, ‘큰 사람’이었겠구나 기억에 새기고 있답니다.
어린 나이에 남편을 잃고 평생을 홀로 오남매를 키워 오신 할머니(돌아가셨습니다.). 그렇게 쓰러져가는 집안을 일으키고자 80년대 열사의 땅,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땀 흘러 일하시며 하나하나 장만하시고 철없던 저를 키워주신 아버지와 어머니. 그 와중에서도 틈만 날 때마다 이웃에 대한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나누고 베푸는 삶을 실천하라 가르쳐주셨습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일으켜 세우셨던 그 시절의 모든 대한민국 아버지, 어머님께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너무 큰 비약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제가 지금껏 헌혈을 509번 했는데 이것 또한 할아버지, 그리고 부모님의 가르침 덕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오늘 대전현충원을 다녀오고 나서 괜히 마음이 울적하여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대전현충원 경찰관묘역에 낯선 손님이 오셨습니다.
현충원을 들러싸고 있는 산 속에서 내려온 동물 3마리...저는 사슴처럼 보이는데 야생 사슴? 고라니? 노루?
정체는 모르겠지만 참배객들께 멋진 모습으로 포즈 취해주고 유유히 산 속으로 다시 걸어가더라고요.
할아버지께서 보내주신 행운?
복권 한 번 사 봐도 될까요?
아무튼 보배드림 형님, 누님, 그리고 아우님 모두 즐거운 휴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일부 친일파와 12.12 가담자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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