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서 사진관을 하고 있습니다.
왠지 점점 더 먹고살기가 팍팍해지는 듯 싶지만, 그래도 아직은 이따금 친구들과 소주 한 잔도 하고, 다달이 인근 보육원에 후원도 하며 즐겁게 살아가려 애쓰는, 평범한 소시민입니다.
지난 토요일, 손님이 한 분 오셔서 증명사진을 찍고 가셨어요.
결제는 매장에 비치된 제로페이 QR코드를 이용하셨구요. 사실 손님 앞이라 내색은 안했는데 살짝 긴장하긴 했습니다. 예전에 저걸로 결제가 안된 적이 있어서요.
다행히 결제는 잘 진행됐고, 제로페이 앱을 통해 결제 알림도 정상적으로 받아보았습니다.
그렇게 아무일 없이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월요일인 오늘, 문득 정산 문자가 안온 것 같아서 제로페이 앱에 들어가 봤습니다.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부연하자면, 제로페이는 매장에서 결제 후 1~2영업일 뒤에 가맹점주가 등록한 정산계좌로 입금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참고로 원래는 2만원인데, 이벤트한다고 1만 5000원으로 할인하고 있습니다)
결제내역 하단에 빨간 글씨로'본 결제 내역은 서울페이 결제내역 입니다.'라고 쓰여있네요.
사실 이 때까지도 큰 문제를 못느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고 난 뒤, 잘돌아가던 제로페이에서 서울시만 뚝 떨어져나와 서울페이를 만들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서울페이 초기에 잡음이 많았다는 것도 얼핏 듣긴 했어요. 근데 그동안 이상하리만치 서울페이를 이용해 결제하시는 손님이 없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도 않았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제가 서울페이에 가입한 적이 없다는 거죠.
가입한 적이 없으니 정산계좌를 등록한 적이 없고, 정산계좌를 모르면 저 돈을 못받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선 서울페이 홈페이지에 가봅니다.
개업했을 때 워낙 정신없었으니 혹시나 가입해놓고 까먹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녹색창에서 '서울페이'를 검색해서 나오는 사이트에 가봅니다.
아이디를 찾으니 가입내역이 없답니다. 가입을 안한게 맞습니다.
그래서 제로페이 고객센터에 물어봤습니다.
상황이 이러하고 서울페이에 가입한 적이 없는데 정산은 어떻게 받냐고.
"서울페이의 경우 정산이 따로 진행되어 서울페이 1600-6120에 문의 부탁드립니다"라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알려준 번호로 전화해봅니다. 상담원이 모두 통화중이라길래 긴장했는데, 다행히 금방 연결됐습니다.
신분을 확인하고 상황을 설명합니다.
나 : 손님이 매장에 비치된 '제로페이' QR로 결제를 하셨는데, 지금보니 서울페이다.
상담원 : 예전에 서울페이랑 제로페이랑 함께 였을 때의 QR코드라면 결제 연동이 된다. 정상이다.
나 : 그런데 난 서울페이에 가입한 적이 없다. 정산은 어떻게 받는가.
상담원 : (1차 당황) 잠시 확인을 해보겠다. 기다려 달라.
(잠시후 2차 당황)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 전화번호를 알려달라.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오래 걸리나 싶었는데 조금 있다가 콜백이 왔습니다.
다행히 정산계좌도 정상적으로 등록이 되어 있답니다. 계좌번호를 불러주는데 제 것이 맞습니다. 제로페이와 결제 뿐만 아니라 정산계좌도 연동이 되는 모양이었습니다.
이것으로 문제가 마무리되는 줄 알았습니다만,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나 : 그럼 결제나 정산 관련정보를 수정하려면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별도로 해야하는가.
상담원 : 그럴 필요 없다. 앱에서 사업자 인증만 받으면 접근 가능하다(앱 설치방법 설명).
나 : 앱 말고 웹, 홈페이지. 컴퓨터로 작업하는게 편하다. 홈페이지에선 가입해야 하는 것으로 나온다.
상담원 :서울페이는 아직 홈페이지가 없다
나 : 그게 무슨 소린가. 서울페이 홈페이지가 뻔히 있는데.
상담원 : 이전 시행사가 만들어놓은 홈페이지인데, 정리가 안된 것이다. 지금은 바뀌었다. 서울페이는 앱만 있다.
나 : 가입하려 했는데... 서울페이, 참 재미나게 운영되는 것 같다.
네, 저 위 검색창에 '서울페이'라고 쳤을 때 나오는 홈페이지는 서울페이 홈페이지가 아니랍니다.
https://seoulpay.shinhancard.com/gcp/ac/HAC1000N/HAC1000.shc
짜잔! 서울페이 홈페이지가 아닌 서울페이 홈페이지입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서울페이 시행 초기에 신한카드가 독점하다 풀렸다고 하는걸 보니, 그 때 만든게 아직도 정리가 안됐다는 얘기같았습니다.
그런데 좀 더 찾아보니 작년 말 시행사가 비플제로페이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신한카드, 5000억원 규모 서울사랑상품권 사업자 넘긴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310061816001
참고로 비플제로페이는, 당연히 제로페이 기반 결제서비스입니다.
즉 원래 제로페이였던걸, 서울페이로 분리 독립시켰다가, 이번에 다시 같은 시행사로 합쳐지는 겁니다. 물론 아직 서울페이와 제로페이는 별도로 운영 중입니다. 이거 뭐 한지붕 두가족도 아니고..
이와중에 제로페이는 카카오페이와 연동이 되기 시작했구요.
"카카오페이, 삼성페이·제로페이 품는다…연동 개시"
https://www.yna.co.kr/view/AKR20240417099000017
이딴 식으로 운영할 거면 뭐하러 제로페이에서 분리해서 그 삽질을 했나 싶습니다.
진짜로 전임 시장 업적을 지우기 위한 정책이었나 싶을 정도네요.
이상 참 재밌게 운영되고 있는 서울페이 후기였습니다.
이제 막 자리잡고 있는 제로페이였는데, 서울시가 빠져나가면서 타격이 컸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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