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와 같은 중형 취급받는 5시리즈는 억울하다
이완 입력 2017.11.23 08:10 수정 2017.11.23 08:28 댓글 59개
X3가 준중형 CTS는 중형? 차종 분류 제대로 하자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외제차라는 말이 이젠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수입차 시장이 커졌다. 그만큼 한국 땅을 밟은 모델이 많아진 것이다. 다양한 자동차가 쏟아져 들어오는 만큼 자동차 전문지를 비롯한 매체의 정보 전달 역할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예전부터 언론이 소비자들을 혼란하게 만드는,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차종 분류의 모호함이다. ◆ BMW X3는 준중형, 볼보 XC40은 소형? 최근 모 전문지는 BMW 신형 X3를 소개하며 ‘프리미엄 준중형 SUV’라는 표현을 썼다. 볼보 XC60과 메르세데스 GLC 등, 언급된 동급 모델 모두가 준중형 SUV가 된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같은 매체에서 쓴 다른 기사에는 이들 모델을 '프리미엄 미드 사이즈 SUV'라고 표현했다. 참고로 준중형과 미드사이즈는 차급이 다르다. 또 볼보의 엔트리 SUV XC40에 대해서도 어떤 곳은 소형 SUV, 또 어떤 매체는 콤팩트 SUV라는 표현으로 차종을 표시했다. 소형 SUV와 콤팩트 SUV 역시 다르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표현하는 ‘콤팩트’는 차종 분류상 C세그먼트, 준중형을 의미한다. 이처럼 같은 자동차를 두고 매체마다 체급 분류가 다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헷갈리기 십상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 지역마다 다른 자동차 차종 분류 ‘동급에서 가장 큰 사이즈’라는 표현을 가끔 보게 되는데 여기서 동급은 바로 같은 차종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기아 K5와 르노삼성 SM5는 같은 급이고 미니와 아우디 A1 역시 같은 급이다. 그런데 이 차급 분류는 북미와 유럽, 오세아니아가 다르고, 유럽 중에서도 다시 유럽 대륙과 영국이 서로 조금씩 달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을 비롯해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유럽에서 사용하는 세그먼트 방식을 가져다 쓰고 있다. ◆ 흐름과 맞지 않는 승용자동차 분류법 그렇다면 왜 유럽식 세그먼트 표현을 가져다 사용하는 걸까? 우리나라에도 자동차 관리법상 차종 분류 기준은 있다. 경차, 소형, 중형, 대형 이렇게 크게 4가지이다. 하지만 이 분류법으로는 정확하게 차종을 분류하기 어렵다. 차의 크기가 다양해지고 있고 엔진 배기량도 크기와 상관없이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관리법에는 1,600cc 이상 2,000cc 미만의 엔진이 장착된 경우 중형차로 분류하고 있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형(D세그먼트)의 경우에도 1,600cc 이하 엔진을 장착하는 자동차들이 있다. 폴크스바겐 파사트는 중형이지만 1,400cc 미만 엔진도 장착이 되며 포드 몬데오의 경우 3기통 999cc 터보 엔진이 들어 있다. 만약 현행법을 기준으로 한다면 두 차는 각각 소형과 경차로 분류될 것이다. 물론 이런 점 때문에 길이(전장)와 너비(전폭), 그리고 높이(전고)라는 추가적 기준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점점 다양해지는 크기의 자동차를 정확하게 분류하기 힘들다. 결국 준중형과 준대형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며 차급이 좀 더 세분됐다. 일부에서는 없는 기준을 현대차가 억지로 만들었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용어만 만들었을 뿐 유럽에 있는 C세그먼트와 E세그먼트를 가져온 것일 뿐이다. ◆ X3는 준중형인가 중형인가?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X3의 적절한 차급은 무엇인지 짚어보도록 하자. 일반적으로 언론이나 업계 등은 전장, 그러니까 차의 길이를 세그먼트 분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유럽의 경우 대략 4,600mm 이상일 때 중형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기준으로 볼 때 X3는 어디에 속할까? BMW X3 전장 : 4,710mm 기아 스포티지를 뺀 나머지는 모두 전장이 4.6m를 넘는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모두 D세그먼트, 즉 중형 SUV로 분류할 수 있다. 스포티지의 경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준중형(C세그먼트)로 분류하면 된다. 따라서 이 기준대로라면 X3나 XC60은 중형 SUV이다. 볼보 XC40은 어떨까? 볼보 XC40 전장 : 4,425mm 일반적으로 현대 투싼이나 기아 스포티지 등은 준중형 SUV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운전자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XC40 역시 소형(B세그먼트) SUV인 코나보다는 준중형인 투싼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차의 길이가 그걸 증명한다. 티구안과 X1, Q3나 GLA 등과 경쟁하기 위해 나왔고, 티구안 등은 유럽에서도 이미 준중형(콤팩트 클래스)으로 분류되고 있으니 XC40을 B세그먼트로 분류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 여전히 정리 안 된 포털 사이트 그렇다면 이런 차종 분류의 모호함은 일부 매체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자동차 정보 취득의 주요 창구가 된 주요 포털 사이트 자동차 섹션 역시 사용자들에게 계속해서 혼란을 주고 있다. 중형 X3와 경쟁자들 경우를 예로 보자. 볼보 XC60 전장 : 4,690mm / A포털 자동차 : 중형, B포털 자동차 : 준중형 같은 모델이라도 중형, 준중형으로 포털에 따라 차급이 다르다. 오히려 준중형으로 분류된 X3보다 전장이 짧은 5008의 경우는 양대 포털 모두 중형으로 분류를 해놓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E세그먼트로 분류되는 준대형급 세단도 상황은 비슷하다. BMW 5시리즈 전장 : 4,936mm / A포털 자동차 : 중형, B포털 자동차 : 중형 유럽 기준으로 E세그먼트인 4개 모델, 그리고 D세그먼트인 쏘나타 등 5개 모델에 대한 양대 포털의 차종 분류 결과도 역시 혼란스럽다. 쏘나타를 제외하면 나머지 4개 모델의 길이 차이가 크지 않았음에도 5시리즈와 CTS는 쏘나타와 같은 중형 취급을 받는 것이다. 심지어 휠베이스는 두 수입차가 더 길기까지 하다. ◆ 우리의 차급 분류, 독일처럼 할 수 있을까? 앞서 전장으로 세그먼트를 구분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유럽도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를 보면 결코 그렇게 차급 분류가 간단한 것이 아니다. 우선 독일 연방자동차청과 자동차 산업협회, 그리고 수입자동차 협회 등에 있는 전문 인력들이 차급 분류를 위해 모이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차의 크기(보통 전장과 전고), 차의 무게, 배기량, 성능(최고속도), 트렁크 공간(용량과 변형 타입), 좌석 수, 1열 좌석의 높이, 휠베이스, 차량의 뒷모양, 그리고 기본 판매가 등의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세그먼트 분류를 한다. 생각한 것보다 세그먼트 분류 과정이 복잡하고 체계적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제대로 된 기준이 없다. 따라서 신차를 등록하는 단계에서 차급을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세우고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는 게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이는 잘못된 정보를 주거나 감춤으로써 소비자가 제대로 된 소비를 할 없게 하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는 길이기도 하다. 별 것 아니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신경 쓰고 관리할 만큼 이제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과 문화가 커졌다는 것을 언론과 포털, 그리고 자동차 업계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볼보 XC60 전장 : 4,690mm
현대 싼타페 전장 : 4,700mm
아우디 Q5 전장 : 4,663mm
푸조 5008 전장 : 4,640mm
기아 스포티지 전장 : 4,480mm
현대 투싼 전장 : 4,475mm
현대 코나 전장 : 4,165mm
BMW X3 전장 : 4,710mm / A포털 자동차 : 준중형, B포털 자동차 : 준중형
현대 싼타페 전장 : 4,700mm / A포털 자동차 : 중형, B포털 자동차 : 중형
아우디 Q5 전장 : 4,663mm / A포털 자동차 : 중형, B포털 자동차 : 준중형
푸조 5008 전장 : 4,640mm / A포털 자동차 : 중형, B포털 자동차 : 중형
현대 그랜저 전장 : 4,930mm / A포털 자동차 : 대형, B포털 자동차 : 대형
캐딜락 CTS 전장 : 4,965mm / A포털 자동차 : 중형, B포털 자동차 : 중형
기아 K7 전장 : 4,970mm / A포털 자동차 : 대형, B포털 자동차 : 대형
현대 쏘나타 전장 : 4,855mm / A포털 자동차 : 중형, B포털 자동차 : 중형
준중형/ 준대형 이런 말장난 하지말고
작은데 가격 좀 나간다고 억울해 하지들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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