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동사'..한겨울엔 따뜻하게
김준 선임기자 입력 2017.12.03 21:53 댓글 4개
[경향신문] ㆍ하이브리드차 배터리 관리 겨울을 맞은 자동차 배터리는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불안하다. 기온이 내려가면 언제 방전이 돼 주차장에서 돌덩이처럼 굳어버릴지 모른다. 일반차는 충전이나 교체가 어렵지 않지만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는 배터리가 고장나면 십중팔구는 공장 신세를 져야 한다. 자동차에 생명을 주는 배터리, 겨울철에도 얼어붙지 않게 관리하는 요령은 없을까. ■ 하이브리드차 배터리는 고전압·고출력 같은 배터리라도 시동을 걸거나 카오디오를 작동시키는 배터리와 하이브리드차의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배터리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 전압부터 다르다. 시동용 배터리는 12볼트(V)다. 하이브리드차량용 배터리는 이보다 훨씬 고압인 270V에 맞춰져 있다. 재료도 다르다. 시동용 배터리는 납산(산화납)을 사용한다. 이와 달리 차량 주행용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많이 사용한다. 일부 업체에서 니켈수소 배터리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납산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와 출력이 높아 작은 몸집으로도 큰 에너지를 저장하고 발생시킬 수 있다. 자동차 실내 공간 확보와 경량화를 위해 배터리 중량과 부피는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여야 하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같은 친환경차에 적용되는 고전압 배터리는 수십개의 배터리셀을 직렬 또는 병렬로 연결해 만든다. 셀로 연결하면 큰 용량을 확보하는 데도 용이하다.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72개의 셀로 구성돼 있다. 아이오닉 전기차는 192개로 셀이 더 많다. 그만큼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중량과 부피가 작고 출력만 높다고 최고의 주행용 배터리로 평가받지는 않는다. 자동차는 제품 특성상 오랜 기간 부품 품질이 저하되지 않아야 한다. 1년쯤 사용하면 ‘맛이 가는’ 스마트폰 배터리와는 달리 충분한 내구성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최근 배터리 제조와 메인터넌스 기술이 발전해 하이브리드차의 배터리 내구성은 차량 수명만큼 길어졌다. 일반 자동차의 시동용 배터리는 5년 정도가 적정 수명이라면 하이브리드차의 주행용 배터리는 10년·20만㎞ 또는 그 이상의 보증기간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배터리 평생 보증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 하이브리드 배터리 어떻게 관리?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에 사용되는 고전압 배터리는 납산 배터리보다 방전되는 양이 적어 겨울철에 차량을 오래 세워두어도 크게 방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대차 아이오닉은 고전압 배터리 하나로 시동과 주행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겨울철 방전 사고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겨울철 저온은 성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부분의 배터리는 온도에 민감한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20~40도에서 최고 효율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온도가 내려가면 출력 저하가 생기기 시작해 영하 10도에서는 대략 최대 효율의 60%, 영하 20도에서는 40% 이하까지 떨어진다. 배터리 내부에서 전기 반응을 일으키는 분자들의 반응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게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다. 특히 차량 주행을 위해 큰 힘을 발생시켜야 하는 하이브리드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는 온도 관리가 필수다. 이런 이유로 친환경차는 배터리 온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승온장치(히터 시스템)’를 갖추고 있다. 이와 반대로 배터리는 장시간 고온에 노출돼도 안전성과 내구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별도의 냉각장치가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기존 공냉식에서 수냉식 방식으로 배터리 냉각 시스템이 진보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가 평소와 달리 굼뜨게 달린다면 승온장치와 냉각장치 고장을 의심해볼 수 있다. ■ ‘스톱 앤드 고’ 기능 차는 AGM 배터리 온도 못지않게 배터리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게 적정 충전량이다. 하이브리드차는 40% 수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10~20% 수준에서 차가 자동으로 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한다. 그러나 외부 충전이 꼭 필요한 전기차는 충전량이 너무 낮은 영역에 이르면 원활한 주행이 안된다. 늘 40~80% 정도의 충전량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어떻게 관리하면 적정한 충전량을 유지할 수 있을까. 가능하면 야외 주차장보다는 상온에 가까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건물 내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는 것이 좋다. 날씨가 너무 추울 경우 주행에 앞서 차량의 온도를 올릴 수 있도록 웜업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전압 배터리에 감전되거나 폭발 사고를 걱정하는 하이브리드차 운전자들이 종종 있는데,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과충전 시 전류를 자동 차단하거나 고강도 분리막을 사용해 배터리 셀 사이의 이상 반응을 막는 이중삼중의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고전압 배터리를 사용하는 차량은 판매 국가별로 낙하와 과전압 등 10여 가지 안팎의 성능 평가를 통해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다 자동차업체 연구소에서 이보다 많은 항목을 추가로 점검하고 있어 감전 등의 안전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출시된 차량은 차가 멈추면 엔진이 꺼지고 출발할 때 켜지는 ‘스톱 앤드 고’ 기능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 이런 차의 배터리는 스타트 모터를 자주 돌려야 하고 순간 시동력이 높아야 한다. 따라서 배터리를 교체할 때는 흡수성 유리섬유 격리판을 사용해 충전시간이 짧고 출력을 높인 AGM(Absorbent Glass Material) 배터리를 사용해야 한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ㆍ주행용은 270V 고압, 웬만해선 고장 없으나 온도 관리는 ‘필수’
ㆍ영하 10도에선 효율 60%로 하락…충전 잘 해주고 웜업도 도움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