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에보...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그 이름 하나에
흥분하고 또 흥분하는지 알겠지?
랠리의 매력에 푹 빠진
나에게는 먼나라 얘기 같던
람보르나 빼라리...
나에게 란에보란
미래의 과학자와 대통령을
꿈꾸는 아이의 그것과도 같은
열망이자 소중한 드림이었는데
얘들이 왜 그렇게
말리고 또 까대는지
지들은 타보기는 하고
머라하는건지
허구한 날 반복되는
레퍼토리에 솔직히 오기도 생겼어
몇 년을 망설이고 미루다
어젯밤에는 정말 잠이 오지 않더군
홀딱 밤을 새고는
뭐에 홀린 듯 ktx 첫 차에 몸을 실었어
결혼 후 봉인돼왔던
드라이빙 본능이
통제불능 상황을 넘어
이젠 정말 더 있으면 미추어버릴 것 같아
앞뒤 안가리고 행동에 옮기기로 했어
최대한 침착하자 다짐을 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서 5층 버튼을 눌렀어
물론 경제적인 사정을 고려해서
중고차로 구입을 결정했지
보배에서 눈도장을 찍던 란에보가 있었는데
어느 틈에 실제로 그 녀석 코 앞까지 와버린거야
정말 환상적이었어
몇 해전인가 조수석에 잠시 얻어탔던
7기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비록 중고였지만
10기의 포스는 그야말로 후덜덜 그 자체였지
그래도 최대한 딜러에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어
곧 있을 서류작성 때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나는 테이블에 펼쳐진 서류들을 응시하면서
잠시후 넘겨받을 란에보 키를 상상하며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어
그때였어
매장의 사장이란 자가 다가와
나에게 말했어
'천만원만 더 쓰시면 m3도 가능한데
굳이 란에보를 고집하시네요'
어이가 없었어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도 아니고
어따 m3를 란에보에다가 비교해?
m3 랠리 나가?
비웃음을 숨기고 한마디 더할려고 하는데
사장이 말을 자르는거야.
'시승 한 번 해보세요
전주인이 저랑 잘 아는데
차에 미친 놈이라 상태는 장담드려요
위탁이라서
눈치도 보이고 얼른 뺄려구요'
허...
장난하나?
얼른 나에게 란에보 키를 다오!
하는 생각도 잠시
사실,
동호회 나가서 애들이 m3, m3 하는 거
별로 좋게 듣지는 않았지만
내가 뭘 알아야 반론이라도
펼칠 수 있다는게 내 지론인지라
한 번 앉아나 보자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피더군
못 이기는 척하고 키를 받아 나왔어
그닥 관심이 없던 차였기에
구형 318과 320d 사이에 주차되어 있는 것도
사실 몰라보겠더군
시동을 걸었어
엑셀을 밟으니 카랑카랑하는 것이
승질은 있겠더라
하지만 난 무성의하게
엑셀만 몇 번 쳐보고 기어노브만
만지작 거렸지
누가 유리창을 똑똑 노크하더군
사장이었어
'길 건너 공장에 911 가져올 거 있는데
같이 가시게요. 아직 팩스 안왔어요'
조수석으로 옮겨 앉았어...
근데 뭐?
사장 새끼가 쳐 돌았나!
아직 꽃중년인 나를
저승사자 제물로 바칠건가
주차장을 미친듯이 쪼고 내려오네?
내가 소싯적 간뎅이 부은 것들하고도
배틀 몇 번 뛰어봤는데
야...
인간적으로 좁은 주차장에서 이거는 미친 짓이잖아아아아아
나의 비명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사장은 네 번의 코너를
도쿄드립 주차장 찍듯 내려와
어느새 우리 둘은 도로에 나와 있었어
오줌지렸다 개객끼야
절대 사장 오른팔뚝에
살짝 비치는 잉어꼬리를 봐서가 아니라
나도 차 좀 탔다~하는 차부심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난 말했어
'쫌 괜찮네요'
하얗게 질린 얼굴이 보일새라
창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센스는
그 격동의 순간에도 잊지 않았지
길 건너 공장에 911 가지러 간다던데
유턴구간은 왜케 또 멀리 있는거야
신호 세개를 지나쳐서야 보이는
180도 화살표가 이날 따라
천사의 눈썹으로 보이더군
유턴을 하고도
사장의 분노의 질주는 계속되었어
다시 신호 세개를 지나치는 동안
커다란 오이를 도마에서 난도질하듯
칼질을 해대는데
'ㅆㅂ 인자 좀 내려주라'
난 솔직히 겁이 나기 시작했어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이 급한 척
난 건물 뒤로 뛰어갔어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물어도
도데체가 진정이 되지 않았어
개객끼, ㅆㅂ새끼...
연거푸 두 까치째를 겨우 물고는
그제서야 진정이 좀 되더군
후~
후우우우우우...
응삼이...도 무섭군
전화벨이 울렸어
핸드폰을 꺼내들었지만
도무지 떨려서
통화 아이콘이 슬라이드가 되지 않았어
가까스로 슬라이드를 해서
전화를 받으려고 했는데...
이것도 알람이네 시발
조낸 리얼한 꿈이다
조낸 리얼한 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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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가 높아서인지
여러사람 꿈도 찰지네요^^
추천하면 1등 되십니다.
2, 7, 19, 37, 41,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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