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원 홈페이지 청원으로 올라온 글인데, 읽어보니 한숨 밖에 안나오네요...
https://petitions.theminjoo.kr/232230012WCE3PF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자 정부가 코로나 치료제를 추가 수입하기로 신속히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산 약물 구매 기관인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용 먹는 항바이러스제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머크(MSD)의 라게브리오를 추가구매하기로 했다고 한다.질병청은 확진자 증가세 추이를 봐가며 추가 구매 물량을 순차적으로 들여올 예정인데 일부 물량은 이달 안에 들어온다고 한다. 질병청 자료에 따르면 7월 23일 기준 팍스로비드 재고량은 34만명분, 라게브리오는 10만3천명분이다.방역기관인 질병청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라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코로나 치료제를 추가 구매하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코로나 치료제 시장에서 퇴출이 불가피하게 된 라게브리오를 또다시 구매한다는 점이다.머크는 유럽연합(EU)에 냈던 라게브리오의 의약품 허가 신청을 지난 6월 자진 철회함으로써 사실상 퇴출이 불가피해진 약물이다. 라게브리오는 팍스로비드처럼 노인 등 고위험군용 먹는 코로나 치료제로 출시돼 미국을 시작으로 한국·일본 등 세계 25개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지만, 출시 이후 줄곧 낮은 효능 때문에 `물약’ 논란에 시달렸다. 팍스로비드가 코로나 환자의 입원 및 사망 위험을 89% 낮춘다는 임상 결과를 냈지만, 라게브리오는 30%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병용금기약물이 많은 팍스로비드(37종)의 보완제(劑)로 라게브리오(1종)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하지만 라게브리오는 출시 당시부터 이어진 물약 논란에 결국 발목이 잡혔다. 2022년 12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게 효과가 없다’는 유럽 연구진의 임상연구 결과까지 나오자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올해 2월 라게브리오 의약품 승인 금지를 권고한 것이다. 이에 머크는 품목허가를 받기가 어렵다고 보고 허가 신청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라게브리오 제네릭(카피약)을 생산, 개발도상국에 공급할 계획이었던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이 제네릭 생산 계획을 철회했다.미국이나 유럽에서 퇴출되는 약물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시기적 간격이 있더라도 퇴출이 기정사실화 되는 게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그만큼 미국 FDA나 유럽 EMA의 판단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그런데 우리 보건당국은 사정이 급하다고 이미 퇴출 수순이 진행 중인 `물약’을 다시 구매하기로 했다고 하니 한 마디로 기가 찬다.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 발생 이후 예방용 백신과 치료제 수입에 그동안 무려 10조원 넘는 돈을 썼지만, 잘못된 수요 예측 등으로 인해 상당 물량이 폐기 처분되고 있다.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청은 `국고 낭비’란 비난과 책임을 피하기 위해 수입 약물의 유효기간을 예사로 연장하면서 라벨링까지 새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보다 훨씬 엄격히 지켜야 할 의약품의 유효기간을 고무줄처럼 늘리고선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식이다. 여야가 이번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이런 보건당국의 비상식적 행태를 소상히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국고는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는 돈이다. 명분이 합당한 사안에 합리적으로 아껴서 사용하는 것이 세금을 내는 국민에 대한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라게브리오는 이미 수명을 거의 다한 약물인 만큼 대체제를 시급히 찾아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시오노기제약의 조코바란 자국산 먹는 항바이러스제를 대체제로 확보해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긴급사용승인된 조코바는 지난 6월 현재 일본내 처방 점유율이 60%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기존 치료제를 대체하고 있다.라게브리오 대체제 유력 후보로는 우리나라에도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제프티가 있다. 현재 세계에서 팍스로비드나 라게브리오를 대체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는 제프티와 조코바밖에 없다. 더욱이 제프티는 긴급사용승인을 받기 위해 3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긴승용 대규모 임상을 통해 팍스로비드, 조코바를 훨씬 능가하는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했다. 병용금기약물이 30종을 넘는 팍스로비드와 조코바와 달리 제프티는 아예 없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약 등을 복용 중인 노인들이 안심하고 복용 가능한 약물이다. 1인분에 200달러 이하로 예상되는 약값도 가장 매력적이다.하지만 라게브리오의 대체제를 찾아야 할 질병청과 식약처는 제프티의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놓고 몇 달째 뚜렷한 입장 표명없이 시간만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환자 증가를 이유로 기다렸다는 듯이 라게브리오 추가 구매 방침을 밝혔으니 항간에서 `제약 이권 카르텔’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것은 보건당국이 사실상 자초하는 셈이다.“우리는 세계 최초, 최고라는 (국산)약 좋아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승인된 약물이 가장 좋다” 보건당국의 한 간부가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식약처와 질병청 일부 공무원들이 국산신약이나 제약주권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이 대목에서 실감할 수 있다. 이런 말을 했다는 그 간부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느 나라 공무원입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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