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학보사 기자를 시작으로 언론인을 꿈꾸며 스펙을 쌓았습니다.
지금도 메이저 언론사 입사는 힘들지만, 우리 때(2000년대 중)는 언론고시라고 부르며 여러 언론사마다 정해놓은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다들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기자를 '기레기'라고 부르면서 기자를 얕잡고 부르잖아요.
현재 언론인의 삶을 살아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언론인이 되고 싶어 준비했던 사람이니 관심을 더 갖게 되고, 'why'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보통 기레기라고 하는 부류는.
1. 찌라시 언론사가 외국 기사를 번역기를 돌리고 기사를 퍼나르는 기자라고 스스로 세뇌하는 기레기도 있고요.
2. 메이저 언론사에 입사해서 기업, 정부 및 공공기관 등 기자실에 배정받고 보도자료를 받아 그대로 기사를 쓰는 기레기도 있습니다.
3. 홍보대행사와 가깝게 지내며 의뢰사와 대행사가 준비하는 행사에 참석해 선물 등을 받고 기사를 써주는 기레기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자동차 홍보대행사에 접근해서 자신이 유명 블로거 또는 어느 소속 기자라고 말하면서 시승기를 잘 써줄테니 자동차를 빌려달라고 하는 기자인지, 뭔지 정체모를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기레기 중에 최고는 단연 정치꿈나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언론사에서 짬을 먹으면, 웬만한 기업인, 정치인과 나름 가깝게 지냅니다.
짬을 먹을 동안 기업인이든 정치인이든 많이 만나보고 그들에 대한 기사를 썼으니까요.
그러니까 짬먹은 비즈니스 추구 짬기자들이 생겨나면서 편파적이거나 우호적인 기사가 나오는 거 같습니다.
기업을 상대한 기자들은 나중에 홍보 쪽 자리를 차지하거나, 홍보대행사를 만들어 담당했던 기업의 일감을 받아오려고 하거나.
정치를 상대한 기자들은 정치 꿈나무가 되겠다는 각오로 어느 당이든 국회의원에게 붙게 되죠.
오래전에는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당연한 수순이었다면, 미디어의 힘이 쎄지고 중요성이 부각된 이후부터는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이 생기기 시작했죠. 이는 이전 국회의원을 언론인을 정치에 입문시켜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국회의원은 언론인을 키워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사를 쓰게 만들고, 언론인은 그런 정치인 비위를 맞춰주고 라인을 타게 되죠. 그럼 시(도/구)의원 자리를 얻고 국회에 입성하는 수순을 밟게 되죠.
잠깐 국회출입할 때 쉽게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국회의원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상대. 그리고 그 인사를 받는 상대는 기자.
"기사 잘 좀 써주세요." 유일하게 허리를 굽히면서까지 인사하는 상대가 기자. 그만큼 미디어의 힘이 쎄지면서 자기가 많이 (긍정적으로) 노출돼야, 더욱 국민들이 알아줄 것이란 생각. 틀리지는 않지만, 이를 이용하려고 하는 홍보성 플레이.
언론인들의 정치입문을 막을 수는 없겠죠.
그런데 어느 정도의 제재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합니다.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이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면, 이 자체가 편향되고 누군가에게 또는 어느 당에게 우호적인 내용물로 쏟아질테니까요.
기자들이 모두 기레기는 아니지만.
기자들에게 데스크를 놔주는 기업, 정치 등 곳곳이 있으면 기자들이 아니고 보도자료만 주어먹는 기레기가 되겠죠.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오늘날에는 날지 않고 토사물만 주워먹는 것처럼, 기자가 데스크에 갇혀 있으면 기자가 가지고 있어야 할 사명감과 책임감도 언젠가 사라지겠죠. 그럼 질 좋은 기사는 사라질 것이고, 언론사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뿌려주는 먹이가 많은 곳에 달라 붙겠고요. 그러고보면 자업자득이네요. 본질을 잊고, 개개인의 욕심으로 가득차 버린 언론사. 제대로 된 선장이 항해를 잘 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회사 내 인권도 많이 좋아져서 선장이 선원들에게 쉽게 나무라지도 못하고. 다시 생각해봐도 자업자득.
오늘은 일이 손에 안 잡히고 하여, 글을 쓰는데.
일이 손에 안 잡힌 이유가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이유 때문이었네요.
두서 없는 글 그리고 개인적인 견해이니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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