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다다다다다다다..'
밖에서 세찬 빗소리가 들려 온다.
'타닥타닥..'
눈 앞에선 모닥불이 활활 불 타 오르고 있다.
어느 새, 밤이 되었다.
그리고, 우린 지금..
동굴 안에서 비를 피하며 고길 먹고 있다.
그것도 곰 고기를···
이 이야긴 저녁이 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짐 칸 안에만 있으니 지루하고, 답답했다.
그래서, 난 말을 몰고 있는 엔비의 옆에 앉았다.
이후.. 별 생각 없이 멍 때리며 주변을 둘러 봤다.
심심한 건 마찬가지 였으나..
적어도 짐 칸 안에 있는 것 보단 훨씬 나았다.
"흐아암.."
'따분하다..'
나는 한 쪽 턱을 괴며 하품을 했다.
'덜컥..'
"이런.. 날씰 보니 한 바탕 내리게 생겼는 걸?
어이! 오늘은 여기 까지인 것 같아!!"
엔비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뒤를 보며 소리쳤다.
"정말 그렇네요..
이제 곧, 뭔가 내릴 것 같은 날씨예요···."
그녀가 짐 칸을 덮은 막을 걷어 내고선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하늘을 올려다 봤다.
'······.'
우린 비를 피할 만한 장소를 찾아
주변을 물색하고 다녔다.
"우웅~!"
수풀 쪽에서 알 수 없는 울음 소리가 들려 왔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난 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
작은 눈..
짧고 둥근 귀..
네 다리..
갈색 털..
'저건..?'
그것은 다름 아닌..
작고, 어린 새끼 곰이었다.
"우웅우웅~!!"
새끼 곰이 수풀 위에 가만히 엎드려 계속해서 울었다.
나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 보다가..
엔비와 그녀를 이곳으로 불렀다.
'······.'
"어머나, 귀여워라!!
이게 뭐람??"
그녀가 새끼 곰을 보더니 어쩔 줄 몰라 하며 즐거워 했다.
"오호라~!
마침, 고기가 다 떨어졌는데 잘 됐군!!"
엔비도 다른 의미로 즐거워 했다.
"어떻게 그런 잔인한 얘길···
농담이라도 그런 얘긴 삼가 주세요~!"
그녀가 엔비를 노려 보며 갈궜다.
"칫.. 오늘 저녁에 고기 먹긴 글렀구만······."
엔비가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 거렸다.
'그런데.. 왜, 여기에 새끼 곰이 있는 거지?'
나는 그것에게 가까이 다가 갔다.
그런데.. 새끼 곰의 발에 덫이 걸려 있었다.
그래서, 우린 그 덫을 제거 해 주기로 했다.
'······.'
"이런이런.. 가여운 것···
내가 곧, 치료 해 줄게!"
그녀가 새끼 곰을 들어 올리며 말 했다.
"이거이거, 짐이 늘어나 버렸구만···
그런데, 니들 혹시 그거 알아??
새끼 곰이 있는 주변에는 항상 어미가······."
'부스럭 부스럭..'
어디선가 발소리 같은 게 들렸다.
그리고,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곳으로 고정이 됐다.
어두운 그림자가 차츰 걷혀 지더니..
이내, 어떤 큰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 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어미 곰이었다.
그것도 매우 성이 난 듯 한 모습의······
"잭!!"
엔비가 나를 보며 다급하게 소리 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미 곰이 그녀를 향해, 돌진 했다.
"꺅!!"
다행히 그녀는 어미 곰을 피해, 옆으로 굴렀다.
"엔비, 어서!"
나는 그를 보며 소리쳤다.
이후 그는 검으로 변했다.
그리고 난 검을 들고, 어미 곰을 향해, 달려 갔다.
그러자, 어미 곰은 몸을 일으켜 세워, 두 발로 선 뒤,
위협을 가하려는 태세를 취했다.
그리곤 내게 오른쪽 앞 발을 휘둘렀다.
'챙~!'
나는 칼등으로 그것을 가까이 막았다.
'······.'
'챙챙챙챙..'
한참 동안 어미 곰의 공격이 계속 되었고,
나는 칼등으로 그것을 막았다.
'이봐, 뭐해?
계속 방어만 하다간 끝이 없잖아!'
"그렇지만.. 그러면 저 곰이···."
'그래서, 지금 처럼 계속 막고만 있으려고??'
"하지만, 그랬다간 새끼 곰에게 돌아갈 장소가······."
'하..??
너 지금, 뭔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잘못하면 우리가 당할 지도 모른다구?
어?? 무슨 말인 지 모르겠어???
만약, 네가 하지 않겠다면
내가 저것을 처치 해 버릴 거야!
그러니, 어설픈 동정 따위는 집어 치우고
어서, 빨리 베어 버려!!'
그 얘길 듣고, 나는 어미 곰을 바라 봤다.
그리곤 그것이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을 때..
그것의 몸통을 빠르게 베어 버렸다.
그러자, 어미 곰은 신음 소릴 내며 쓰러졌다.
'그래, 잘 했어···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뚝뚝뚝뚝..'
비가 한, 두 방울 씩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시끄러워···."
나는 고갤 떨꾸며 말 했다.
'······.'
우린 근처에 있는 동굴을 발견하여
그곳에서 비를 피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아까 베어 버렸던 그 어미 곰은..
현재, 우리의 식재료가 되어 버렸다.
"언제 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그간 사냥도 잘 하고,
시키는 대로 잘만 따르던 녀석이
왜, 이제 와서 그러고 있어?
인생은 말이야..
약육강식이야, 약육강식..
강자가 약자를 먹고,
약자는 강자에게 먹히는···
알아?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안 그럼, 네가 먹힐 지도 모르니깐!!"
내 옆에 앉은 엔비가 식사를 하며 말 했다.
"알겠어···."
나는 낮게 대답했다.
"그나저나, 저건 이제 어쩌지?"
엔비가 잠 든 새끼 곰을 바라 보며 말 했다.
"어쩌긴 뭘 어째요?
홀로 자립 할 수 있을 때 까지
저희들이 책임지고 길러야죠~."
반대편 자리에 앉은 그녀가 엔비를 보며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뭐?? 나 먹고 지내도 바쁜데
저런 것까지 신경 쓰라고???
안 돼, 나는 반대야!"
"그럼, 저라도 하겠어요!"
"흥!!
그러던 지, 말던 지···."
"네, 그럴 겁니다~~."
'이 둘.. 은근히 죽이 잘 맞는 느낌이야······.'
"저기.. 저도 그렇게 하도록 할 게요···."
나는 새끼 곰을 보며 말 했다.
"그래, 그러도록 해~!"
그녀가 나를 보고 웃으며 대답했다.
"흥! 잘 난 부부 납셨군, 그래..
너희들 좋을 대로 하고..
잘 먹고, 잘 지내라!!"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난 당황해서 어버버 거렸다.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는 듯
무덤덤 하게 식사를 이어 나갔다.
그런데, 내가 잘못 본 건 지는 모르겠는데···
어두운 동굴 속..
이글이글 거리며 불 타 오르던 불길 때문인 건 지는 몰라도
그녀의 얼굴이 좀 붉게 달아오른 것 처럼 보였다.
'······.'
꺼진 불..
고요하고 어두운 주변..
좀 잦아든 빗 소리..
식사가 끝난 뒤, 우린 잠 들기 위해, 저마다 자리에 누웠다.
'이제 하루 정도 남은 건가?
이 일이 끝난 뒤,
난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
여전히 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을까???
아니면······.'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를 아쉬움이 막연히 들기 시작했다.
그건.. 이러한 순간순간들에 익숙 해 지고,
적응이 되어 버린 탓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아기 곰이 다 자랄 때 까지
함께 돌 봐 준다고 했는데..
그것도 다 자라고 난 뒤엔 끝이려나?'
궁금했다.
그래서, 난 그것에 관해, 물어 보기로 했다.
"저기, 주무시나요?"
"아니, 아직···."
"이 일이 끝나면 앞으로 뭘 하실 거죠?"
"흠.. 글쎄;;
뭘 하는 게 좋으려나?"
'으음?'
"원래 하던 일이 있지 않으셨어요?"
"하던 일?
아.. 그렇지..
그런 일도 있었지, 참;;
그런데, 다시, 돌아 가서 여관 일이라..
후······."
그녀가 막막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일을 별로 좋아 하진 않으시나 봐요?"
"음? 아니, 일은 즐거운데..
때론 보람 차기도 하고..
그런데, 그 일은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도 아니고,
홀로 분주하고 바쁜 엄말 도와 드릴 생각으로 했던 것 뿐인 걸..
원래 처음엔 엄마랑 아빠 둘이서 운영을 하고 계셨는데···."
"뭘 하고 싶으신데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 채, 여지껏 별 생각없이 막연히 지냈던 것 같아.."
"그랬군요.."
"아! 이건 지금 와서 든 생각인데..
된다면 좀 이리저리 정해둔 곳 없이
자유롭게 떠돌아 다녀 보고 싶긴 해~
맨날 같은 일만 하면서 지냈더니 질리더라구;;"
"인간들은 말이지..
매일 같은 하루하루가 반복이 되는 것 처럼 느끼지..
정작, 그러한 행위들을 자초 하며 반복하고 있는 건
본인들인데 말이야···
그런데, 스스로 자각 하지들 못 하고 지내..
익숙함에 속아선..
어리석게도······."
엔비가 대화에 끼어 들며 말 했다.
"아아, 정말 그랬는 지도 모르겠네요..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그럼, 이제 부터라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지내면 되는 거지~
그게 뭔 지 모르겠다면..
앞으로 차근차근 찾아 나가면 되는 거고..
뭐, 어려울 거 있나?
그러면서 나중에 우리 한테 맛있는 식사나
또, 대접 해 주고 말이야~ 크크크크.."
'본심은 그거였냐..'
"예, 알겠습니다."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녀는 현재 즐겁게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새끼 곰은..
계속 함께 데리고 다니게 되는 걸까요?"
나는 궁금한 걸 계속 물었다.
"흠.. 우선 이 아이가 자급자족 할 수 있을 때 까진
계속 보살펴 줘야겠지?
그런데, 얠 항상 끼고 다닐 순 없으니깐
이 일이 끝난 뒤, 여관에 맡겨 둘 생각이야~."
"아.. 그럼, 곰은 여관에서 기르실 생각인 건가요?"
"맞아!"
'그랬구나······.'
그녀의 대답을 듣자, 맥이 빠졌다.
하지만, 이건 그녀의 맘이고, 선택이니 존중 해 주기로 했다.
"그렇군요..
그러면 이번이 마지막이겠네요?"
나는 아쉬워 하며 말 했다.
"으음? 마지막??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곰을 함께 기를 필요가 없어졌으니.."
"아.. 그런 말이었어?
그런데, 잭은..
이 일이 끝나면 앞으로 어쩔 거야?"
그녀가 내게 물었다.
"흠.. 글쎄요..
아마, 지금 처럼 지내고 있지 않을까요?
이리저리 다니면서······."
"그럼, 식사를 만들어 줄 사람이 필요 하겠네?"
"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저야 좋죠!"
"나두나두!!"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 할 게~~."
"네??
그.. 그게 무슨······."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 일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우리랑 함께 다니겠다는 말이다."
엔비가 차분히 설명했다.
"아.. 정말이신가요??"
"물론 내 멋대로 결정한 거지만~~."
그녀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그럼, 저야, 감사 드리죠!"
"맛난 식사를 만들어 줄 이쁜 아가씨라면
나도 언제든 지 환영이라구!
그나저나, 우리 이제 서로 말 놓아도 되지 않겠어?
편하게들 부르자구!"
엔비가 제안했다.
"그래, 그러자~ 잘 부탁해~."
나는 그녀에게 말 했다.
"나도 잘 부탁해, 잭!
앞으론 누나라고 불러~~."
그녀가 내게 말 했다.
"그런데, 아가씬 이름이 뭐야?"
엔비가 그녀에게 물었다.
"나? 내 이름은 샹들레인데······."
"샹들라?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샹들라가 아니라, 샹들레!!"
"샹들라건 샹들레건 그게 그거지 뭐···."
엔비가 낮게 중얼 거렸다.
"다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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