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응우응.."
눈을 뜨자 동굴 밖에서 빛이 좀 비춰 들어 왔다.
그리고, 빗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으아아!~"
나는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은 뒤, 기지개를 폈다.
그리곤 주위를 둘러봤다.
엔비와 샹들레는 아직 잠 들어 있었다.
"우응우응.."
새끼 곰이 내 앞으로 다가 오며 울었다.
"왜, 그래?
혹시 배 고파서 그렇니??
발은 이제 좀 괜찮고???"
나는 잠긴 목소리로 새끼 곰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그것은 얼굴을 내밀며 애교를 부렸다.
다친 곳은 이제 괜찮은 모양이다.
"우응우응.."
새끼 곰이 동굴 안 쪽으로 들어 가 울었다.
"우응우응.."
'으음?'
나는 새끼 곰을 보며 고갤 갸우뚱 거렸다.
"우응우응.."
'왜, 저러는 거지??'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마치, 자신을 따라 오라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 나, 새끼 곰에게 다가갔다.
이후 나는 새끼 곰과 함께 동굴 안 쪽으로 향했다.
'······.'
이곳은 좀 어둡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까지 캄캄 하진 않았다.
마치, 어디선가 빛이 새어 들어 오고 있는 것 처럼······
그리고, 그 길로 조금 더 나아가니
주변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변이 또렷하게 보였다.
황색 빛 주변..
뾰족한 곳..
뭉툭한 곳..
깎여진 곳..
녹아 내린 곳..
바위.. 돌멩이..
모래.. 암석..
삐뚤 빼뚤..
일관성이란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는..
야생의.. 있는 그대로의..
제 각기, 제 멋대로 꾸며진 현장..
스스로 살아 숨 쉬는 듯 한 아름다움..
그것이 바로 자연..
'······.'
주변을 둘러 보며 어느 정도 나아가자..
꽤, 넓은 내부 현장이 펼쳐졌다.
무분별 하게 매달린 횃불..
넓고 거대한 철창..
큰 바위..
(철창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널브러져 누워 있는 사내..
(바위 앞에 누워 있다.)
나는 새끼 곰과 그곳으로 다가갔다.
'······.'
먹다 남은 음식..
음식물 찌꺼기, 병, 악취..
그는 술에 찌든 채, 뻗어 있었다.
'이 사람을 좀 깨워 볼까?'
나는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
그는 일단 두기로 하고..
철창 앞으로 다가갔다.
'······.'
철창은 꽤, 컸다.
'∩.' 모양의 입구..
(미닫이 식이었다.)
양 쪽에 하나 씩 매달린 횃불..
굳게 잠긴 문..
나는 이번엔 철창 속을 바라 봤다.
그러면서 희한한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
이런저런 사람들..
(누군가는 자리에 앉아 있고,
누군가는 땅 바닥에 드러 누워 있다.
마치, 내가 예전에 시장에서 봤던 동물들 처럼······.)
'그런데, 왜, 여기에 사람들이 들어 가 있는 거지?'
난 잠시 그런 의문을 품다가
아까 잠 들어 있던 사내에게 다가갔다.
'······.'
난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으음.. 뭐야···
잘 자고 있었는데;;"
그가 눈을 뜨더니 잠긴 목소리로 인상을 찡그리며 말 했다.
"저기.. 실례지만 여긴 어디죠?"
나는 그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음? 아.. 여기??
여긴 말이지..
감옥이야, 감옥······."
"그렇군요..
그런데, 저 안에 갇힌 사람들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저 안에 들어 가 있는 거죠?"
"잘못? 큭큭···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말 안 듣거나, 반항 하는 것들..
죄 다 잡아서 저 안에 가둬 놓은 건데?
하핳핳핳.."
그가 재밌다는 듯이 누런 이를 드러 내며 쪼갰다.
'오호.. 그랬단 말이지?'
"저 감옥 문은 어떻게 열어야 하죠??"
"감옥 문?
그거야, 간단한 일이지,
문은.. 이거 가지고 열면 돼."
그가 한 손으로 자신의 목 부근을 가리켰다.
그곳엔 쇠로 된 열쇠가 하나 매달려 있었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저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다 여기 까지 올 수 있었던 거죠?"
"그건 말이지..
요~ 앞에 가면 열차가 하나 있는데
그걸 쓰면 간단한 일이지,
키키키킥.. ZZzzz···."
그는 웃다가 다시, 곯아 떨어졌다.
'고마워요, 문지기 아저씨···.'
'······.'
나는 그의 목에 걸린 열쇠를 조심히 빼낸 뒤,
감옥 문을 따고, 내부로 향했다.
그러자, 하나, 둘 씩 내 쪽을 바라 보기 시작했다.
나는 주위를 둘러 봤다.
이곳엔······
꽤, 많은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잭!"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래서, 나는 그 쪽을 바라 봤다.
낯 익은 얼굴..
세나였다.
"뭐? 잭이라고??"
등 지고 옆으로 누워 있던 프랭키가 말 했다.
"다들 무사해?"
나는 친구들에게 다가 가며 말 했다.
"아니, 정말 잭이잖아?
너도 붙잡혔어??"
프랭키가 나를 보며 물었다.
"아니, 너희들을..
그리고, 여기 갇힌 사람들을 구하러 왔지!"
'웅성웅성..'
주변이 시끌벅적 해 지기 시작했다.
"잠깐!!"
주변이 조용 해 지더니 한 사내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는 내 쪽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
짧고 붉은 머리카락과 짙은 눈썹..
연두색 눈동자..
위엄 있어 보이는 날카로운 눈매..
큰 코..
굳게 다문 입..
입가 주변에 듬성듬성 자란 수염..
황색 피부..
작고 그늘이 진 얼굴..
커다란 덩치..
너덜너덜 하게 헤진 하얀색 반팔 와이셔츠,
노란색 나비 리본 넥타이, 검은색 조끼와 긴 바지..
그를 보자,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이 생겼다.
의상도..
'그게 누구 였더라?'
난 그를 유심히 바라 보며 고갤 갸우뚱 거렸다.
"우릴 구하러 왔다고?"
그가 나를 내려다 보며 물었다.
"네, 맞아요."
"얘야, 네 마음은 고맙게 생각 한다만
다시, 돌아 가거라..
어짜피 지금, 이곳에서 탈출 해 봤자,
저들이 있는 이상,
결국, 제자리 걸음 일 뿐이야.
그러니, 우린 그만, 잊고,
넌 네 삶을 지내도록 하거라.."
그가 내 시선에 키를 고정한 뒤,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말 했다.
"그럼.. 저들을 무찌르면 되지 않나요?"
"뭐? 무찔러??
하하하하하하하!!
재밌는 얘길 하는 구나···
얘야.. 이건 애들 장난이 아니야,
자칫 잘못 하면 위험해 질 지도 몰라..
그러니, 어서, 돌아 가거라."
'흐음···.'
나는 말이 통 하지 않는 것 같아,
우선 한 발짝 뒤로 물러 나기로 했다.
그리곤 새끼 곰과 함께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나는 현장에 도착한 뒤, 잠 들어 있는 친구들을 깨웠다.
그리곤 방금 있었던 일에 관해, 그들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엔비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나를 멀뚱멀뚱 쳐다 봤고,
샹들레는 잠시 뭔갈 생각하는 듯 하더니..
내게 그곳으로 안내 해 달라고 말 했다.
'······.'
나는 친구들과 함께 감옥 내부로 들어갔다.
그러자, 또 다시, 시선이 집중 됐다.
"또, 온 게냐??
이제 그만 잊고 돌아 가라니······."
그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너··· 설마, 샹들레니?"
그가 그녀를 보며 말 했다.
그와 동시에 나와 엔비는 그녀를 바라 봤다.
그녀는 무표정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보고 싶었다!"
그가 갑자기 샹들레에게 달려 들었다.
그러자, 그녀는 자세를 잡더니..
이내, 달려 오는 상대를 향해, 돌려차기를 시전했다.
그건 그대로 그의 얼굴에 직격했다.
이후.. 그는 옆으로 내동댕이 쳐 지며 저 멀리 날아갔다.
(한.. 2 m 정도는 날아간 것 같았다.)
'······.'
주변에서 먼지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비틀비틀 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으··· 얘야, 이게 무슨 짓이니..
간만에 본 아빠가 반갑지 않은 거야?"
그가 맞은 부위를 한 손으로 어루 만지며 말 했다.
"정당방위 같은데···."
"정당방위 아니냐?"
나와 엔비는 그를 보며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아빠??'
"반갑긴요! 아빠가 잡혀 가서
그간 엄마가 얼마나 맘 고생이 심하셨는 줄 알아요?"
그녀가 팔짱을 끼고,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건.. 다 너와 엄마를 위해서 그랬던 거야······."
"그럼, 안 끌려 가게 조심 하셨어야죠!
그간 엄마랑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나참, 눈물 나는 부녀 상봉의 현장이군, 그래..
그런데, 너희들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둘이 싸우건, 지지고 볶건, 어쩌건 별 상관은 없지만..
그런 건 나중에 가서 해도 되잖아!"
엔비가 이 둘을 중재했다.
"아니, 고양이가 말을 하잖아?"
"게다가 사람 처럼 서 있어···."
"시끄럿!!"
'······.'
우린 자리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다시, 말 하지만···
만약, 우릴 구할 생각이라면 접고
그만, 되돌아가는 게 좋을 게다."
"아빠 구하러 온 거 아니거든요!!"
그 얘길 듣자, 아저씨가 샹들레를 보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풋.. 큭큭큭큭..'
웃겼다.
그래서, 나는 고갤 옆으로 돌려 조용히 웃었다.
"에헴, 혹시 염려가 되서 하는 말이라면 걱정 하지 않아도 돼!
우린 이미, 그 녀석들과 한 번 싸워서 이긴 적이 있으니깐..
뭐, 덕분에 애꿎은 마을 녀석들이 화를 입었지만······."
"정말이야?"
"그 녀석들에게 이겼다고?"
"저런 어린 애들이?"
'웅성웅성..'
주변이 시끌벅적 해 지기 시작 했다.
'탁!!'
아저씨가 손바닥으로 자신의 무릎을 강하게 한 번 내리쳤다.
그러자, 주변은 다시, 잠잠 해 졌다.
"그게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너희들이 상대한 것은 일개 부하들일 뿐..
결국, 머릴 굴복 시키지 않으면
이런 일들이 다른 날, 다른 장소에서
또 다시, 되풀이 되고 말 게다..
그리고, 저들의 머린
너희들이 알고 있는 그런 잔챙이들과는 차원이 달라..
그런데도 계속 할 생각이냐?"
"네, 물론이죠!"
그녀가 그를 보며 당차게 대답했다.
'······.'
"하··· 그래, 알겠다.
그럼, 너희들을 한 번 믿고 맡겨 보도록 하마..
그런데, 샹들레···
설마, 너도 따라갈 생각이니?"
"네, 저도 이 둘을 따라갈 거예요!"
"그래? 내 딸, 훌륭하게 자라 주었구나···
그럼, 아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무사히 다녀 오렴, 기도하고 있으마······."
"그러니까, 아빠 구하러 온 거 아니라니까요···."
"이럴 땐 그냥, 좀 넘어 가 주면 안 돼?"
'······.'
대화가 끝난 뒤, 나는 열차가 있는 곳으로 사람들을 안내 했다.
그리고, 새끼 곰은 아저씨께 맡겼다.
'윙~.'
저 너머로 증기 소리가 들려 왔다.
"잭! 무사히 돌아 와야 해!!"
친구들이 열차 안에서 창문을 열고,
고갤 빼꼼히 내밀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 알겠어!
조심히들 돌아 가!!"
나는 그들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이후.. 열차가 출발 했고,
그것은 수평선 너머로 서서히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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