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뚤귀뚤귀뚤귀뚤..'
우린 잠에 들기 위해, 포대를 깔고 자리에 누웠다.
불은 꺼져서 어두웠고 주변은 적막했다.
그리고, 밤이 되서 그런 지..
매미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또, 별과 달이 뜬 까만 밤 하늘 아래..
'사아아아..'
여름 내음을 품은 바람이 저 너머에서 불어왔다.
습하면서도 미지근한 향기와 함께…….
"이제 하루 정도 남은 건가..?"
나는 하늘을 보며 중얼 거렸다.
"아마, 빠르면 내일 오전 쯤, 도착해 있을 걸?"
머릴 맞대고 있는 샹들레가 하늘을 보며 대답했다.
"내일이면 이 지긋지긋한 노숙 생활도 이제 끝이구나..
크흐.. 고생했다, 나……."
마찬가지로 머릴 맞대고 있는 엔비가
홀로 감상에 젖은 채, 감탄스러워 했다.
(누운 위치로 보면 'ㅗ.' 이런 모양..
아니, 저기서 약간 더 비스듬하게 'ㅅ.'
이런 모양 일 것이다.)
"엔비, 넌 여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어?"
나는 몸을 뒤집어 그를 보며 물었다.
"흠.. 우선 목욕탕에서 씻고,
그 다음에는 배 불리 먹고,
푹신푹신한 침대 위에서 푹~~ 잘란다."
엔비가 한가로이 대답했다.
'별 거 없구나..'
정말 별 거 없었다.
"샹들레 너는?"
나는 이번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물었다.
"글쎄.. 우선 목욕탕에서 씻고,
그 다음에는 배 불리 먹고,
푹신푹신한 침대 위에서 푹~~ 자고 싶은 걸?"
"뭐야, 나 따라 하기냐!!"
"그게 뭐, 어때서~
내 마음인데 뭘~~."
'역시 이 둘.. 쿵짝이 잘 맞는 것 같다.'
"하핫.. 나도 그래야겠어!"
'…….'
'맴맴맴맴..
맴맴맴맴....'
눈을 뜨자 주변에서 매미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자리에 앉은 뒤,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래도 어제와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난 것 같다.
'부스럭 부스럭..'
"하아암.."
엔비가 일어났다.
"일어났어?"
난 그를 보며 말 했다.
"어! 어휴..
오늘도 매미가 기승을 부리는구만…
이봐! 저것들 시끄러운데 다 잡아 먹을까?"
엔비가 날 보며 제안했다.
"뭐? 매미를 잡아먹어??"
"왜? 튀겨도 먹는 걸..
게다가 먹을 게 없으면..
저런 거라도 잡아 먹어야지……."
'먹을 게 없는 건..
아니, 없나?'
현재 식량이 거의 다 바닥이 난 건 맞다.
"어우, 그래도…
곤충을 잡아먹는 건 좀;;"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뭐? 그런 식으로 치면
생선을 잡아 먹는 것도 마찬가지 아니야?"
'그런.. 가....?'
나는 호기심에 한 번 그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
'맴맴맴ㅁ....'
엔비가 날카로운 꼬챙이로 매미를 있는 힘껏 찍었다.
그렇게……
그는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 마다
찍고, 찍고, 찍고, 찍고, 또, 찍고..
어느 새, 통 안엔 매미시체로 한가득 해 졌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주변이 조용~~ 해 졌다.
"오예!"
엔비가 양 손을 하늘로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지난 번 다람쥐 때도 그렇고..
이 녀석.. 사냥은 타고 난 것 같다.
'…….'
매미 사냥이 끝나고..
엔비는 잡은 재료들을 꼬챙이에 꽂아 굽기 시작했다.
난 가만히 서서, 그 장면을 지켜봤다.
"자, 다 익었으니 이제 먹어."
엔비가 내게 구운 매미구이 꼬챙이를 건네줬다.
나는 일단.. 그걸 받아 들이긴 했는데..
차마 입이 벌어지진 않았다.
"어이! 그거 안 먹을 거야?
그게 뭐던 지 간에 뜨끈뜨끈 할 때 먹어야,
맛있는 법이라고!!"
그가 다른 꼬챙이에 매미를 꽂으며 말 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일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나는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곤 그것을 내 입 안에 넣었다.
약간 탄 맛..
바삭바삭하고..
담백하고..
고소하고..
맛이 있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닌..?
"뭐야.. 잘 만 먹네!
어때? 먹을 만 하지??"
엔비가 매미를 꼬챙이에 꽂으며 물었다.
'아..'
저 장면을 보니 비위가 상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엔비의 말 대로 배가 고프면
이런 거라도 잡아 먹어야지….
'부스럭 부스럭..'
샹들레가 일어났다.
"어우.. 더워;;
뭐야, 또.. 뭐, 잡았어?"
샹들레가 눈을 비비며 우리 쪽으로 다가오면서 물었다.
"너도 이것 좀 먹을래?"
엔비가 '그것.' 을 그녀에게 들이댔다.
"이게 뭐야?"
샹들레가 그것을 보며 물었다.
"으음.. 이게 뭐냐면…
단백질 덩어리다!"
"단백.. 뭐?"
그녀는 주저않고 그것을 받아 입 안에 바로 넣었다.
"으음.. 꼭 튀김 같네..
과자 같기도 하고……."
"그치? 맛있지??"
"뭐, 나쁘지 않네…."
"그래그래.. 여기 더 있으니깐 와서 먹어!"
"그래, 잘 먹을 게..
그나저나, 오늘 따라 숲 속이 조용하네…."
난 그 장면을 보고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
즐겁게? 매미를 시식한 뒤, 우린 갈 길을 나섰다.
"이상하군…."
엔비가 팔짱을 끼고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 거렸다.
"뭐가 말이야?"
난 건너편에 자리에 앉은 그를 보며 물었다.
"매미가 원래 이른 시간대에는 잘 안 울 거든??"
"그러게.. 이런 적은 또, 처음인 것 같아.."
말을 몰던 샹들레가 엔비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날씨도 그렇고..
이렇게 금세 더워지고 푹푹 찌다니……."
"그러게 말이야,
벌써 매미가 나올 시기도 아닌데……."
'무슨 말인 지 모르겠으니..
그냥, 가만히 있어야겠다.'
나는 이 둘의 대화를 그저, 조용히 들었다.
"음? 저건??"
엔비가 앞쪽을 보며 말 했다.
그래서, 나도 앞쪽을 바라봤다.
'······.'
눈 앞에 널찍한..
그것도 아주 널찍한 평지가 보였다.
초록색 원형 잔디..
공연장 무대..
"여긴 또, 어디야?"
나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
"여기? 라이팅 시티 중앙 광장인데..
아.. 잭, 넌 지난 번에 자서 못 봤나 보구나…."
그녀가 날 보며 대답했다.
'지난 번?'
우리가 처음 길을 나섰을 때 이야길 하는 것 같다.
우린 중앙 광장에서 북쪽으로 향했다.
(처음 평지가 보인 시점으로 치면 왼쪽이다.)
'…….'
음식점들이 보였다.
여길 봐도 음식점..
저길 봐도 음식점..
오른쪽에는 일식, 중식..
왼쪽에는 한식..
아무래도 지난 번 그 코너들과 이어지는 구도인 것 같았다.
(이곳은 다섯 번째 코너라고 부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다섯 번째 코너를 지나자..
여섯 번째 코너 오른쪽에는 레스토랑..
왼쪽에는 카페.. 베이커리..
패스트 푸드.. 북 스토어..
일곱 번째 코너에는 포차.. 술집.. 바.. 이자카야 등..
그리고, 여덞 번째 코너에 들어서자..
숙박업소가 차례대로 보였다.
이곳에 오면서 느낀 점인데..
이곳은 뭔가 식물의 줄기처럼..
쭉~ 펼쳐져 나가는 그런 구도였다.
길이 양쪽으로 휘어져 나 있었다.
마치, 나뭇잎 처럼..
'…….'
"으아~! 도착했다!"
엔비가 마차에서 내리며 기지개를 폈다.
"그럼, 난 뒷 정리 좀 하고 들어갈 게..
먼저, 들어 가 있어!"
그녀는 마차를 이끌고 여관 뒤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엔비와 함께 여관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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