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8살 딸을 살해한 친모(44)가 검찰에 넘겨진 가운데, 범행 이유가 자신과 사실혼 관계인 딸의 친부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서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친부 A씨(46)는 딸의 사망 사실을 알고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지난 15일 경찰 조사를 받은 후 남동생 B씨에게 "딸을 혼자 보낼 수 없다. 미안하다"는 글을 남기고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21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친모는 "A씨가 충격받을 것 같아서 딸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 동생 B씨는 "이 얘기를 듣고 미치는 줄 알았다"고 분노했다.
A씨는 7~8년 전부터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며 가족들을 부양해왔다. 하지만 2~3년 전 상황이 안 좋아졌고, A씨는 택배 배달원이 됐다. A씨 친구이자 직장동료 C씨는 "(A씨는) 전형적인 딸바보였다. 바쁜 와중에도 딸과 영상통화를 빼먹지 않았다"며 "삶의 낙이 일요일에 딸 데리고 돈까스 먹고 놀이기구를 태워주는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출생신고도 못한 딸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경찰서, 법원, 동사무소를 통해 알아봤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사실혼 관계인 친모와 2013년 딸을 낳았지만, 친모에게는 이혼하지 않은 남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딸의 출생신고는 친모와 '법적 남편' 앞으로 이뤄져야 했다.
동생 B씨는 "조카의 출생신고가 안 돼 있다는 것을 안 시점은 다섯 살(2018년) 무렵"이라며 "형에게 빨리 출생신고를 하라고 재촉했지만 친모가 안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친모가 이혼하지 않은 유부녀라는 사실도 지난해에야 알았다고 했다.
친구 C씨는 "친모가 인상도 좋고 (A씨 지인들에게) 선물 주거나 밥값을 결제하기도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 못 했다"며 "딸에게 유기농만 먹인다거나 나중에 영어유치원을 보낸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C씨는 또 친모 권유로 투자 명목의 돈을 건넸다가 받지 못했지만, A씨와의 관계 때문에 고소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B씨는 "형에게 친모와 헤어지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출생신고도 돼 있지 않은 딸 때문에 헤어질 수 없었다"고 했다.
A씨와 친모는 지난해 6월부터 별거에 들어갔다. 친모는 딸을 살해하기 일주일 전쯤 지인들에게 "(A씨와)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셋이 합쳐 지방으로 갈 것"이라고 말하며 직장까지 그만뒀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친모는 딸을 살해한 당일 A씨에게 딸이 라면을 먹는 동영상을 보냈다. 전날에는 딸이 수학 시험 100점을 맞았다며 사진을 전송했다.
B씨에 따르면 친모는 살해 시점 전후에 A씨와 통화하면서 "너 때문에 내가 망가졌다. 딸을 다시는 못 볼 줄 알라"며 신경질적으로 대응했다고 한다. 딸을 살해한 뒤에는 A씨에게 "딸을 지방의 고향 집에 보냈다"고 둘러댔다.
딸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패가 심해 사인을 알 수 없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딸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무연고 시신이 됐다. 경찰의 증명서와 B씨의 확인서까지 쓴 뒤에야 딸의 시신을 화장할 수 있었다.
한편,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지난 20일 딸을 살해한 혐의로 친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는 지난 8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주택에서 딸의 호흡을 막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친모는 딸을 살해하고 일주일 동안 시신을 자택에 방치하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가 지난 15일 "딸이 사망했다"고 119에 신고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