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겨울 어느 날...
입대 후 첫 휴가를 나왔다.
신림동 근처의 고등학교를 다녔던 탓에 신림동과 봉천동 인근에는 동기는 물론이거니와 선후배들이 득시글거렸고,
그 중 한 선배가 신림사거리(우린 여길 신사리라 불렀다)에서 술 한잔 살테니 나오라 했고, 난 신이 나서 선배와
신사리 어느 2층 호프집에서 한 잔 기울이고 있었다.
선배는 군 면제였기에 나의 짧지만 그에게는 재미있었을 군 이야기를 그를 위해 신나게 풀고 있었는데
우리 옆자리에 앉은 커플들의 언성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자연히 선배와 나의 시선은 대화 중에도 그 커플에게 살짝살짝 넘어가고 있었고 그러던 중 남자가 여자의 뺨을
갑자기 올려쳤다..
짜아아악~~~
쨍~!!!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남자가 일어나며 여자의 뺨을 올려칠 때 옆에 놓여져 있던 물컵이 그의 팔에 닿아
여자의 뺨 맞는 소리 바로 다음 컵 깨지는 소리가 나자 호프집 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 커플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짜아아악~~~~~~
이번엔 여자가 벌떡 일어나며 남자의 뺨을 받아 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육탄전.
나는 그 커플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데다가 나 또한 그 때는 피가 끓어 오르던 시기였던지라
여자를 때리는 남자를 용서할 수 없었기에 일단 둘 사이의 몸싸움을 뜯어 말린 뒤 남자의 멱살을 잡고
호프집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나무 계단 아래로 비가 내리더라.
난 남자에게 물었다.
뭐냐고... 뭔데 여자를 때리냐고... 미쳤냐고...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남자가 갑자기 날 끌어 안더니 꺼이 꺼이 울기 시작한다.
"우리 XX이 임신했대요..."
뭘까... 애인이 임신했는데 뺨을 때리다니...
난 그에게 물었다.
"여자가 임신했는데 더 잘해줘야지 뺨은 왜때립니까...."
남자는 나를 더 세게 부등켜 안더니 계속 울기만 한다.
그리고 잠시 후 그가 내게 한 말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저 씨가 없어요...."
지금이야 막장드라마도 너무 많고 주변에 싸이코패스도 많고 불륜이야 그 보다도 훨씬 더 많지만
그 당시엔 그 남자가 내게 던진 말을 순간 이해하기도 힘들었고 저 젊은 커플에게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내 스스로가 받아들이기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내게 반쯤 몸을 기대어 울고 있는 남자의 옆 나무 계단 아래에는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때 받은 충격이 너무 커서였을 까, 내 기억은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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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게시글 가운데 어떤 여자가 자신의 남편의 아이일 확률이 높다는 글을 읽고 갑자기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전여친이 임신했다고..ㅋㄷ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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