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여 간의 냉전기를 가진 후, 지난 주 월요일에 생활비를 주고...
저녁에 각시에게서 협의 이혼 신청서를 받았습니다...
에휴... 혼자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결국 사인하고 줬네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친권 협의서를 또 책상 위에 올려뒀길래 또 사인해줬네요...
만난지가 어느 새 13년, 같이 산 지 11년, 결혼 생활 10년만에 이렇게 끝난다 생각하니...
심난하고, 시원하고, 착찹하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둘이 잘 살아보겠다고 같은 길을 걸었는 데... 이거 참...
각시는 저보다 연상에 아이가 있어 재혼이었지만, 저는 초혼이었던터라 저희 집에서 반대가 심했지만 그래도 그 때만큼은 서로 의지하며 잘 살아보겠다는 각오가 있어 결혼을 했었는 데요.
아이에게 제가 친부처럼 정을 온전히 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먹고 싶은 거 갖고 싶다는 거 입고 싶다는 거 제가 해줄 수 있는 것들 다 해주려고,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이든 기술이든 뭐든 흥미있어 하는 게 있으면 가르쳐주려하며 아이 본인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아주려고 노력도 많이 했는 데...
각시가 제 지출 내역 중에 돈 아깝다던 종신보험이나 퇴직연금 같은 거 해지하라고 해서 해지도 했었고, 경제권을 달라고 해서 경제권도 줬었고, 제 명의 카드 4개 중에 1개만 있으면 된다며 3개를 맡기라길래 다 맡기기까지 했었는 데...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월급에서 월세, 카드값, 통신비, 유류비 제외하고 남는 돈 모두 각시에게 주었고, 각시도 일을 하는지라 제 돈에 각시 돈까지 생활비로 썼는 데... 가족 외식이나 1박 2일 펜션 같은 곳 가면 카드를 많이 쓰게 되니 생활비를 많이 주지 못했던 제 탓이 크겠죠...
회사에서 상여금 받으면 10원 하나 숨기지 않고, 다 가져다 받쳤고, 이사할 땐 보증금이 모잘라 회사에 얘기해서 퇴직금 중간 정산 받아 채우기도 했고...
각시가 일하고 난 후에 술한잔하거나 너무 피곤해하면서 연락이 오면 몇시가 되었든 태우러도 가고...
부부싸움으로 너무 심하게 다퉈서 가슴 속에 "이게 아닌가... 이혼해야 하나..." 싶어도 마음 다시 다잡고 화 풀어주며 버텼는 데...
막상 협의 이혼 신청서 받으니까 내가 왜 이 악물고 이혼 생각이 날 때마다 다시 마음 고쳐먹으며 버텼는 지 허무하기도 하더군요.
각시도 그동안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이혼을 결심했을거라 생각하고, 사인 다 해주고, 이혼 협의서를 작성해야겠다 싶어 짬짬히 협의서 만들어서 각시에게 줬더니, 자기는 이 조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더군요...
서방 너도 평소 이혼 생각하면서 살았는 데 이런 조건을 거느냐며...
그래서 저는 이혼을 생각했더라도 마음 고쳐잡고 계속 사는 것을 선택해왔고, 당신은 이혼하는 것을 선택하고 행동에 옮긴 것인데 이게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되묻기 시작하면서 또 한바탕 전쟁이 났었네요.
각시는 우리가 정상적인 부부가 맞느냐며, 왜 자기가 저에게서 무시를 당하며 살아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맞벌이 부부인데 왜 자기만 집안일을 다 해야 하는 지 모르겠고, 회사 다녀오는 게 하루의 전부인 저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데, 자기는 왜 늘 참으며 희생만 해야 되냐며... 주변에 유부남들을 봐라, 서방처럼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 지... 강아지들도 자기가 다 키우고, 거기다가 생활비는 왜 깎았느냐며...
어차피 이혼하기로 한 거 그냥 참았어야 했는 데, 또 저는 조목조목 다 반박을 했었네요...
우리는 정상적인 부부 아니다. 나는 월급에서 무엇이 어떻게 결제되고 어떤 게 고정으로 나가서 이만큼 남아서 당신에게 준다는 걸 공개해왔지만, 당신은 당신이 얼마를 버는 지 생활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저축은 하고 있는 지 일체 알려고도 하지 말고 묻지도 말라고 했었다... 이게 정상적인 부부라고 보느냐...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아이가 보고 있으니, 절대 각방은 안된다고 했던 게 각시라고, 그런데 막상 다투고 나면 각시 당신이 각방 쓰고 심지어 외박도 하고 내가 출근을 하든 퇴근을 하든 눈길조차 안주던 게 각시라고... 왜 말을 반대로 하느냐고...
나는 직장인이라 아침 7시에 나가서 저녁 8~9시에 집에 오고, 당신은 가게라서 저녁 7시에 나가서 밤 12시에 문 닫고 오는 데, 시간적으로보나 무엇으로보나 각시가 더 여유롭지 않느냐... 가게 하면서도 일요일마다 꼬박 꼬박 쉴 때, 나는 당신이 어느 순간부터 생활비를 최소한 "이만큼"은 줘야 된다고 해서 부족하면 채울려고 주말에 알바를 구해서 일을 하든 무엇이라도 해서 돈을 벌려는 데 같은 맞벌이가 될 수 있겠느냐고...
기념일이나 당신 생일 때 받고 싶은 선물을 내가 받지도 않는 용돈, 어쩌다 생기는 꽁돈들 한푼 두푼 모아서 꼬박 꼬박 챙겨줄 때, 나와 상의 없이 안마의자 사고, 뭐 사고 뭐 사고 할 때... 나는 게임기 하나 갖고 싶다고 했더니 너무 허락을 안해줘서 2년 동안 생일 선물 바라지도 않을테니 사달라고 했더니 허락해줄테니 내 돈으로 사라고 해놓고선 내가 무엇을 그리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았느냐고... 저녁에 게임기 3~4시간 켜놓기만 하고, 실제로는 1시간도 겨우 했던게 다인데...
강아지들도 당신이 밥 주고, 산책 시켜줘서 혼자 키웠다고 말하는 데, 빗질 발톱관리 눈물자국관리 등등은 나 아니면 아무도 안했다고...
생활비에서 대출금 원금 상환하려고 돈을 좀 모으려고 깎은 게, 그것 때문에 이혼 서류 내미는 게 내 입장에서는 더 어이가 없다고...
치아가 좋지 않아 치과 치료가 필요하다가 해서 회사에 얘기해 500만원 가불받아서 줬더니 주식이나 하고...
자기를 사랑하기는 하느냐고 묻덥니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한 지붕 아래에서 한 이불 덮고 여태까지 잤을리가 없다 했었죠...
협의 이혼 신청서를 찢으면서 그럼 없던 걸로 하자길래, 제가 그랬습니다.
"아니... 난 이번에 당신이 이혼 서류 들이밀면서 오만 정이 다 떨어지고 있다고... "
각시에게는 가슴에 못이 박혔겠죠...
그 날 밤, 제 품에 팔베게 해달라며 안겨 들어오길래 "놓으세요" 라고 말하며 등 돌리고 잤습니다.
며칠 전에는 문자가 왔더군요...
자기는 아직도 저를 사랑하고, 자기가 스트레스를 받아 공복혈당이 다시 130을 넘겼고, 새벽마다 잠 못자고 컴퓨터방(건조기, 옷걸이, 게임기가 있는 창고형 컴퓨터방입니다) 들어가서 시간 보내는 거 보면 눈물이 나는 데, 우리 관계가 다시 회복되지 않는 것 같고,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답장은 안보내고 있습니다. 머리 좀 식히고 냉정하게 저를 돌아보고 확실하게 결정을 내려 답장을 보내려고 합니다.
갑갑해서... 제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 데... 혼자 사무실에 앉아있다보니 이 글로 인해 욕을 먹으면 제 잘못을 한 번 더 돌이켜보고, 위로를 받으면 지금 제 자신이 정말 옳은 길로 가고 있는 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괜히 긴 글을 써서요...
잘잘못 따지지 마시고 님 남은 인생 행복 하게 살 생각만 하세요.~~
그렇잖아도 답장에 가슴에 못을 박아 미안하지만, 더는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고 힘들어하지 않게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작성만 해놓고... 전송을 못누르고 있네요ㅎㅎ;;;
일방 통행도 안됩니다.
저도 잘난거 없지만. 와이프분은 너무 주변과 자신을 비교하는거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들긴 하네요.
맞다 생각하는길을 잘 찾으시길요. ㅜㅜ
더는 진흙탕 싸움이 되지 않게, 잘 고민해보고 판단해야겠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서로의 입장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 다 서운한 거 그때그때 말하고 조금씩 고쳐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쌓이면 더 해결이 힘들어지죠.
너무 곪았나봐요. 다시 대면하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내일엔 답장을 보내야겠네요.
비온뒤 땅이 굳듯... 잘 해결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계속 각시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ㅎㅎ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옛날의 좋았던 기억이든 나빴던 기억이든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회상한대요.
아주 나중에 옛시절을 돌아봤을 때
그 추억이 좋은거였으면 좋겠어요.
누구도 그 추억을 대신 할 수 없고
오로지 자신만 생각 할 수 있으니
본인이 행복하다 싶을 결정을 하시는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어지러울땐
마.음.가.는.대.로.^^
마음가는 대로 ~ ^^ 괜찮은 판단 같아요.
저도 홀가분할런지... 정말 고심 중입니다 ㅎㅎ
여자들 할말없으면 무시한다,해준게 뭐냐고 하죠..
제꾀에 지가 빠진것같군요.
일단 헤어질결심이면 더 잘해주세요.그리고 헤어지면 됩니다.
품에 겨들어오면 얼씨구 받아줄줄 알앗나보네요.
싸우고 집나가 외박하는 여자 이건 진짜 아닙니다.
다른건 몰라도 집나간 여자는 제 기준에선 빵점짜리...
살던 안살던 버르장머리 단단히 고쳐야겟네요....
일단 마음은 서류 받은 뒤로 정리하는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어요.
정도 안가고... 눈길도 안가죠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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