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비가 내리는 군요…
요즘 극심한 가뭄으로 전국이
난리라는데…
이번 내리는 비로 가뭄이
다소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물론… 봄비라 그런지 그리 많은 양이 내리는 것 같지는 않지만요…
거의 눈팅 위주로 정보만
취득해 가는 유령회원인지라 의미 있는 글들은 잘 안 올렸었는데…
오늘은 예전 제가 겪었던
훈훈했던 기억을 더듬어 회원님들과 공유하려 합니다…
비도 오고 하니까….
때는… 1997년 7월 어느 날…
24살의 나이에 느즈막이 군 입대를 결심하고 영장 신청해 받아 놓고서는 전국 이곳 저곳을 떠돌며 2년 2개월 사회와의 안녕을 준비하던 시절…
입대일은 7월 21일이었고 입대 직전 일주일간은 집에서 쉴 요량이었으니, 굳이 날짜를 따져보아야 한다면 아마도 7월 10일 언저리 정도가 아니었나 싶네요.
당시 아버지를 제외한 우리
가족 모두는 서울에 있었고, 아버지께서는 운영하시던 사업체 때문에 창원에 내려가 계셨기 때문에 나는 그 7월 10일 즈음에 아버지께서 계시던 창원으로 내려가 사회에서의 마지막 며칠을 아버지와 함께 보내고
올 생각이었습니다.
창원행 직전 여정은 경남
남해의 상주 해수욕장이었기에 기차 대신 버스를 이용해 창원으로 향했습니다.
예전부터 마산-창원-진해가 마창진이라 불리며 한 동네나 다름없다는 말을 아버지로부터
많이 들었었는데 진짜 마창진이 한 동네라는 건 그 때 알게 되었습니다.
창원행 버스에서 내렸을
때는 이미 해가 져 도시는 어둑어둑했고, 24살 어린(?) 나이에
밤 늦은 시간에 처음 마주하는 동네에서는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어색함 때문이었을까요…
분명 창원행 버스에서
내려 아버지께서 계시던 “도계동”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고
믿었는데…
분명 내가 예전에 갔을
때의 아버지께서 사시던 도시속의 도계동으로 가는 버스라 믿었는데…
버스는 어째 도심을
벗어나 논과 밭을 지나 가로등도 몇 개 안 보이는 시골길을 내리 달리고…
승객들도 하나 둘 씩 내려
어느 덧 버스안에 남겨진 이는 버스 기사님과 나 둘 밖에 없고…
아… 버스 노선이 바뀌었나 보구나…
아니면 이 버스 내가 잘못탔나
꽤나 돌아가는구나…
나는 계속해서 이런 생각만
했지 절대 내가 탄 버스가 창원의 도계동을 가는 버스가 아닐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덧 버스는 여러 대의
버스가 있는 사이로 들어가 정차하고, 버스 기사님은 시동을 끄고 열쇠를 가지고 내리시며….
“이봐 학생…. 다 왔어….”
………….
아… 그 때의 황당함이란…
아무튼 잠시 혼미해진 정신을
가다듬으며, 버스 앞문으로 내리시려는 기사님께 여기가 혹시 창원 도계동 아니냐고 묻자 기사님께서는….
“허허…. 여긴 도계동이 아니라 호계동이야….”
Ohhh….. my…. Goddesssssss….
도계동이 아니라 호계동이라니….. ㅎㅎㅎㅎㅎ
“아저씨… 그럼 여기서 도계동 가려면 몇 번 버스 타야해요..…?”
“여기서 이 시간에 도계동 가는 버스 없어…”
…….
아 젠장… 아버지께 간다고 돈도 많이 안 가져왔는데….
잠시 동안 어찌할 줄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는 나를 본 기사님은 버스와 땅에 반반씩 걸쳐 있던 다리를 모두 버스 쪽으로 옮기시더니 말 없이 버스에 시동을 거셨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아저씨께서 시키시는 대로 일단 아저씨 뒷 자리에 앉았고 기사님께서는 오셨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 돌아가셨다.
그리고는 한참이 지나 약간은
낯익은 동네 풍경이 펼쳐지는 듯 했고, 기사님께서 말씀하시길…
“여기가 도계동이야…
내 차는 호계동 가는 막차였고… 학생… 그 시간에 택시타도
도계동 못가…”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아… 지금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이 아저씨…. 나를 위해 이 버스를… 마치 택시처럼 여기 도계동까지 몰고 와주신거네…..
진짜 눈물이 펑 터져 어찌할
줄은 모르겠는데….
이 분께 감사의 표시는
해야겠고….
그 때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 때 가진 전 재산(물론 얼마인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몇 천원밖에 안되는… 정말 얼마 안되는 돈이었다는…)을 버스 요금통에 내고 정말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그리고
가장 정중하고 감사함을 잘 표시할 수 있는 말투로 “감사합니다!!!!!!”
하고 뛰어 내렸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그 버스가 몇 번 버스였고, 아저씨 성함이 어떻게 되고…
뭐 이런 정보들 구해서
나중에라도 그 분께 큰 사례는 못하더라도 인사 정도는 제대로 드렸어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그 때는 너무도 경황이
없어서…
ㅠㅠ
벌써 20년 가까이 지난 일이지만….
그 때 그 기사님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제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한 은인 중 한 분….
비도오고….
갑자기 그 분 생각 나길래….
끄적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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