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보 단상 3355 - 고은
고규석의 마누라 살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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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촌구석 마누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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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고 버둥쳤다
광주 변두리
방 한 칸 얻었다
여섯 가구가
수도꼭지 하나로
물 받는 집
방 한 칸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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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식모살이
식당 허드렛일
방직공장 3교대 근무
닭장사
가릴 것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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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죽어간 세월
조금씩
조금씩 나아졌다
망월동 묘역 관리소 잡부로 채용되었다
그동안 딸 셋 시집갔다
막내놈 그놈은
펜싱 선수로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 걸고 돌아왔다
늙어버린 가슴에 남편 얼굴
희끄무레 새겨져 해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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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중항쟁 증언록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 중
"그래 차라리 날 쏴라. 서방 잃은 여자가 뭐가 무섭겄냐?"
악에 받친 여인의 기세에 눌린 것인가? 이숙자 씨는 군인들을 밀치며 바리케이드를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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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뒤편으로 돌아설 때 흙에 반쯤 덮인 옷가지들이 보였다. 남편의 것이었다. 놀라 맨손으로 흙을 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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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알아볼 수도 없게 심하게 짓이겨진 채 두 손을 뒤로 묶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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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동안 그리 애타게 찾아도 없던 사람이, 그래서 살아있어 줄줄만 알았던 사람이, 흙구덩이 속에 묻혀있었다. 남편이 확실하단다. 확실히 고규석이라는 사내란다. M-16 소총에 의한 흉부관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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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넷의 그녀는 다섯 아이의 어머니이고, 몸도 가누지 못하는 노모가 자신의 어깨를 누르고 있는 가장이었다. 살아야 했다. "자식들을 훌륭히 키우는 것만이 그놈들한테 내가 할 수 있는 복수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빨 앙다물고 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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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일을 했다. 지금은 일용직 근로자로 망월묘역 관리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어떤 경우데도 쓰러질 수 없다는 어머니의 강한 마음은 아이들을 굳건히 길러냈다. 딸 셋은 모두 출가시켰고, 아들 둘도 대학에 다닌다. 아버지란 말도 모르고 자란 네 살짜리 코흘리개 막내는 지난 1998년 아시안 게임에서 펜싱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어머니 앞에 섰다.
그의 마음 속에도 어머니의 한이 깃들어 있을까요?
정말 영화같은 큰 그림을 그린 걸까요?
아니면 그저 생활고에 시달려 출세하고 싶었던 청년이었을까요?
솔직히 망상같긴 한데 그래도 그게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네요.
이제는 세상이 달라져야 하지 않나? 내가 한 말이 천리에 친구에게 전달되는건 몇초면 충분하다.
박씨는 좀 거리가 있지 않나요?
자세한 설명을 좀....
연장선에 있는건 사실이지만....
518로 묶는건 무리가 있는거 아닌가요?
그리고 욕부터 하시다니....
애국하자
당신죽음 헛돼이말자
자의든타의든 하늘이준 기회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져야 하지 않나? 내가 한 말이 천리에 친구에게 전달되는건 몇초면 충분하다.
전형적인 배신자입니다.
큰그림을 그릴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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