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교대생활
때는 90년대초 초겨울
끌려가다시피한건 아니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신교대로 향했다.
계절이 늦가을을 넘어서인지 쌀쌀하기도 춥기도 했다.
연병장에 쭉 모여 있었는데 주특기생을 뽑는다며 운전면허증 있는 사람은 왼쪽으로 모이란다.
아는 형들한테 들은 풍월이 있어 수송부운전병이 편하다고 해서 면허증도 있겠다해서 그쪽으로 서 본다.
그런데 대구로 6주간의 교육을 가야 한다고 한다.
들은말이 있었다.
군대는 모나게 생활하지 말라고.
그래, 그냥 보통으로 가자.
다시 일반병들이 있는대로 발길을 돌리니 1소대부터6소대로 나눴는데
패잔병들만 모아논 6소대로 집합체가 된다.
쉽게말해 하나같이 다 띨띨하게 생겼다.
거기다가 다른소대는30여명인데 6소대는 40여명이나 됐다.
진짜 낙오자들만 모아놨다.
어찌어찌해서 내무반장(조교)에 의해 내무반이 지정되고 입실하게 됐는데 옷과 군화,총기등
개인물품을 받고 박스하나주더니 입고온 옷,신발은 다 담으란다. 집으로 보낸다고.
그렇게 낮이 지나고 저녁이되자 개인 신상명세서란걸 주더니 자기가 자라온 생활담을 다 쓰란다.
자기 성격이며 학교생활, 이성교제 등등.
다음날이되자 기본적인것을 조교가 알려주는데 뭐가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연병장을 데리고 다니면서 교육장소며 여기서 받을 훈련은 이러이러한것이 있다 등등.
또 하루가 별것도 없이 지나가는듯 했다.
저녁시간이 되자 내무반장이 침상에 일렬로 세우더니 나한테 오더니 선임을 하란다.
군대는 모나게 하지말란말을 되새기고는 안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한바퀴 돌더니 안경낀 애한테 가더니 갸한테 선임을 하라한다.
" 예, 알겠습니다. "
또 다시 나한테 온다.
이번엔 서무계를 하라한다.
초지일관 평범하게 가자는 생각으로 " 안하겠습니다 "
그말 끝나기가 무섭게
" 대가리박어. "
원산폭격으로10여분이나 지났을때쯤 고통이 밀려온다.
깡으로 버텼다.
" 어쭈, 깡다구 있는데 ? 다리 관물대 올려 "
힘들어 죽겠는데 다리를 관물대로 올리란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데 초겨울에 환기시킨다고 문을 다 열어놔 추운데도 땀이 비오듯 한다.
30분을 채우고서 기상, 다시한번 말한다 서무계 하라고.....
"예 , 알겠습니다 . "
사람이 고문에는 못당하나보다.
그렇게 신교대 생활이 시작됐는데 서무계란 것이
교육일정 나오면 그걸 행정실에서 받아다가 내무반에 게시하고
불침번 순서 짜는거,
이 두가지가 주 임무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불침번을 짜는데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번호를 정했는데 가끔 환자들이 나왔다.
먼저 얘기했듯이 우리 6소대는 낙오자들만 모인 소대라고....
주로 감기가 많았다.
그러니 불침번에서 제외를 시켜야 하는데 그러면 다른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가.
아~~~어떡한다 ? 내가 이려려고 서무계를 했나 자괴감이 든다.
불침번 시간표 짜서 내무반장한테 검사도 받아야는데..
어쩔수 없다.
소대원들에게 얘기하고는 아픈 애들은 초번에 먼저 세운다.
그런데 불만있는 사람이 없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찌저찌 1주일이 지났다.
2주차기간이다.
아침부터 총검술을 한단다. 비도 아닌 눈도 아닌 진눈깨비가 내리는데...
판쵸우의라고 주는데 비옷이란다.
내가보기엔 큰 보자기에다 가운데 구멍뚫어 모자하나만 달아놓은것 같은데..
입고보니 무슨 방사능검사요원도 같다.
지급을 받고 집합이 떨어져 뛰쳐 나가는데 서무계는 남으란다.
우리 내무반장이 상병이었지만 그나마 서열 3위였다.
내무반에서 대기타고 있는데 창밖을 보니 그 추위에
판쵸우의를 입고 총검술 그걸 훈련하고 있다.
아무것도 안하고 구경하다1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내무반장이 들어와 하는말..
무슨 서류같은거 한다발과 초코파이를 주더니 서무계끼리 모여 그걸 정리 하란다.
정리래봤자 10여분만에 끝내고 서무계6명이 모여 잡담이 시작된다.
그런데 두 놈은 우리와는 다른세계다.
오페라 뭐가 좋느니 재즈는 뭐가 좋느니...페르귄트조곡은 너무 슬프다는둥
아 씨 ~~~~
나는 뽕짝이 젤 좋던디...
어쨋든 2주차부터가 진짜 교육이었는데 힘든 훈련이 있을때마다 서무계란 보직으로 열외를 받았다.
그러다보니 소대원들한테도 미안함이 밀려온다.
그때부터 내가 해줄수 있는게 뭔가하고 생각해본다.
그래서 생각했던거.
불침번에서 제일 짜증나는게 막차 전에 불침번 서는거..
새벽 4시부터5시니까 불침서고 자려고해도 40분있다가 기상해야하고 그래서 잠도 안오고.
제일 싫어하는거..
그걸 내가 일주일에 3번을 스스로 섰다.
어떤때는 막차 안깨우고 연짱으로도 섰고.
그래야 덜 미안해서.
내무반장이 나에게만 몰래준초코파이를 40명이서 40조각을 내서 나눠먹는다.
난 그때 처음 알았다. 초코파이가 40조각이 날수 있다는걸...
그 계기로 소대전체가 이젠 진짜 전우같은 정이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어느날 저녁이 됐는데 내무반장이 편지꾸러미를 가지고 오더니
서너명한테 호명을 하고 편지를 나눠준다. 부모님한테 온 편지같다.
그리고는 순서대로 한통씩을 준다.
위문편지란다..ㅋㅋ
어떤이는 초딩의 편지를 받고 또 어떤이는 고딩의 편지를 받는다.
복불복이다.ㅎㅎ
그런데 내 앞에서는 건너뛰고 다른사람한테 간다..
잉 ?
왜 나는 안주는겨 ?
한통씩 돌린담에 십여통이 남았는데 그걸 다 나한테 준다.
다 내꺼란다.....
알고봤더니 여동생이 고등학교를 다니고있었는데 어찌어찌해서 십여명이 나한테 편지를 쓴 것이다.
내무반장 왈
받았으면 주는게 인지상정이라고 답장을 해야 된단다.
편지한통 쓰기도 힘든데 12통을 쓸려면...
이건 고문중에 고문이다.
그때 불현듯 생각난게
소대원들에게 여자친구 만들고 싶은사람 내가 소개해 준다고 꼬드긴다.
손든이가 대 여섯명.
그래도 내가 한장 쓰더라도 5장이 부족하다.
그때 눈 마주친애가 내 바로앞 안경....그래 선임이다.
사실 처음들어왔을때 신상명세서를 썻다고 했는데 그걸 내무반장이 나한테 정리해 놓으라는걸
내가 정리하면서 다 읽어버렸다.
그걸 읽으면서 배를잡고 웃은내용도 있다.ㅋㅋ
선임이라는 애는 국문과 재학중에 입대를 했다.
SOS를 외쳤다.
국문과라 다르긴 다르다.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는데...
우리가 한통쓰려고 삐질대고 있을때 6통을 써서 나한테 건넨다.
그 보답으로 불침번을 빼줬다.
물론 내가 대타로 뛰었고...
다들 잘 됐으려나...
어느덛 마지막주가 되었다.
총검술을 배웠으니 이제 연결동작으로 이어나간다.
연무16계동작이던가 ?
그걸 퇴소식날 부모님께 보여드리는 거란다.
말이 총검술이지 이건 부모님에게 보여주기식으로 배워서 것멋만 잔뜩 배운꼴이다.
디데이 5일전
리허설 한다고 학교에서도 그렇듯이 키큰놈 순서대로 서라고한다.
내가 큰키는 아닌데 40명중에 6번째인가 서게 된다.
그런데 내무반장 하는말...
" 서무계, 너는 나와.. 너가 연무16계동작 알어 ? "
잉?
그러고 보니 그 힘든 훈련을 하나도 안받았네 ..
당연히 모르지요...
그러한 이유같지않은 이유로 나는 자연히 연무16계에서는 빠지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퇴소식날
아침부터 부모님들 맞을 준비에 분주해진다.
애들은 그때까지도 순서 안잊어버리려고 북치고 장구치구 연무계동작만 연습한다..
아~~~~~~~~~
그런데 젠장할......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ㅋㅋㅋ
보여드리려 한 총검술이 물건너간다.
어짜피 나는 그자리에 서지도 못하지만....
강당으로 집합..
비좁은 곳에서 200여명의 인원과 부모님들로 꽉 들어찬 강당은 그야말로 출근길 시내버스 같았다.
교육대장의 장엄한 연설이 끝나고 빨간옷의 군악대가 선물이라고 음악을 들려준단다.
애국가를 연주? 할때는 강약을 맞춰 하더니 이젠 최고의 데시벨로 뿜어제낀다..
곡목은 민해경의 " 보고싶은 얼굴 "
신교대교육이 끝난안도의 마음과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군악대의 장엄함,,
콘서트홀을 안가봐서 모르겠지만 역시 음악은 귀로듣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새기는거라고...
그렇게 신교대 생활이 끝이났는데.......
마지막으로 오판한게 하나가 있었다.
끝난게 아니라 이게 시작이었다는것을............
너무 순수했음
담편 기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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