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이야깁니다
벌써 30년전이네요
다니던 학교가 재래시장과 서민층주택가에 있던 터라
수준이 좀 낮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인지 6학년형들이 중학교간 선배를 따라다니며
배운 나쁜짓을 5학년인 저희한테도 강요하고 있었던 때였죠
(예, 술담배심부름,선배보면 90도인사 등등)
하교하고 가던길에 6학년 선배들,중학교선배들 무리와 마주쳤고
90도 인사를 하고 가려했는데 중학교 형들이 부르더군요
그래서 저희들(친구2명포함)도 따라갔죠
학교 뒤쪽 조그만 산에 올라가서는 이유없이 많이 맞았고
신고 있던 저의 농구화와 중학생이 신고있던 냄새나는 신발과 바꿔치기를 당하고
터덜터덜 내려와 집으로 갔었죠
집에 가니 새로 사준지 얼마 안된 비싼 신발이었기에
제가 더러운 신발을 신고 누가봐도 두들겨 맞은상태를 보시고 물으셔서
있었던일을 그대로 말씀 드렸고
그다음날 부터 하교시간에 아부지께서 교문앞에 오셨습니다
오셔서 일단 그 6학년 형들을 불러오라 하셔서 데리고 갔고
6학년형들에게 그 중학생애들의 출몰지역을 물으시고
매일 그쪽을 순찰돌다시피 하셔서 4일째인가
뒷산에서 중학생무리 5명을 찾아내셔서 2명은 도망가고
3명(제신발신은놈포함)을 데리고 학교로 오셨어요
그때 전 수업이 끝나고 청소당번이라 청소중이었는데
친구들이 난리를 치며 저를 부르길래 봤더니
학교 씨름장에서 너네 아부지가 너 찾는다고 빨리 가보라고 해서
창문으로 운동장쪽을 보니 거의 전교생의 3분의1정도가 둘러싸여 있더군요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달려갔죠
중학생2명은 꿇어 앉아 있고 제농구화를 신은 놈은 아부지한테 벌써
따귀를 몇대 맞은 상태같더군요
제가 도착하니 아부지는 기다렸단 듯이 그 중학생놈한테
얘가 내 아들이다 니가 신발을 뺐었으니 알아보겠지 하더군요
그 놈이 고개를 끄덕이니까 "너 내 아들이랑 여기서 싸워서 이기면 신발 가지고 집에가도 된다"
하시고 씨름장 밖으로 빠지셨어요(구경하던 애들은 이미 씨름장을 동그랗게 둘러 싸고 있었구요)
저는 주먹을 있는 힘껏 쥐었습니다 뒤에서는 6학년 형들이 별거 아닌새끼다 죽여라 어째라 난리였구요
맘먹고 붙으려는 찰라에 멀리서 교장선생님,담임선생님,6학년선생님
암튼 선생님들 여럿이 달려오면서 아이고 아버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우는 소리를 하면서 말리시더군요
그래서 싸우진 못하고 그놈들 교무실 데리고 가서 알아보니 이미 중학교는 중퇴했고
부모님한테 전화해도 통화도 안되고 통화된 부모도 감옥 보내던지 알아서 하라고 끊어 버리고
결국은 아부지가 그놈들3명 데리고 저랑 같이 돈까스집 가서 밥사먹이고
용돈 쥐어주고 아부지께서 설교 좀 해주시고 보냈던 아주 오래전 기억이 나서 글 써봅니다
지금은 돌아가신지 3년째 되신 아부지가 많이 생각나는 저녁이네요
글쓰다가 눈물도 찔금 나네요 아부지 만큼은 아니더라도 멋지게 남자답게 살아보려구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로나로 힘든시기인데 다들 힘내시고 화이팅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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