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여론조사는 한편의 드라마다. 그만큼 극적이다. 여론조사 신봉자들은 그것을 ‘예술’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날이 갈수록 그 중요성이 높아가는 것은 ‘예측’의 과학성 때문이다.
대선 투표일이 임박해 옴에 따라 후보자의 지지도에 대한 관심도가 한껏 높아지고 있다. 선거법에 선거기간중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궁금증을 더한다. 하지만 후보를 낸 각 정당은 여론조사를 계속해 그것을 선거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대선기간에도 조사결과 발표를 허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마지막 본 여론조사는 선거 공고일 하루전인 지난달 26일 조사한 결과가 전부일 것이다. 그런데 의문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그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이다. 예를 들면 ‘지지율’은 뭐고, ‘당선가능성 척도’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왜 비례하지 않는가 하는 것들이다.
여론조사에서 최고의 가치는 지지율이다. 신뢰도만 확보한다면 그것은 다른 어떠한 조사 항목보다 우위에 있다. 지지율이 표본 오차 범위인 ±3%(1000명 조사)내에 있다면 몰라도 10% 정도 앞서 있다면 당선 가능성의 확률은 그만큼 더 높아진다.
그러면 여론조사 때마다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당선가능성은 도대체 뭘까. 학자들 간에도 이론이 있다. 별게 아니라는 학자도 있고, 지지율의 보조 자료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다수는 당선가능성은 지지율과 관계없이 특정한 형태의 ‘실체’가 있다는 의견이다.
다수 의견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나는’ A후보를 지지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B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응답할 경우, 실제로 A후보 지지 비율이 높다면 매스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그것을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다시말해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은 ‘자신의 의견’을 물은 것이고,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으냐 즉, 당선 가능성에 대한 것은 자신을 포함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한 지각’까지를 고려한 것이다. 이것이 당선가능성의 ‘실체’이다.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응답자 자신의 의중과 다른 사람이 그럴 것이라는 ‘추측’과 ‘오지각’도 반영한 대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주위의 환경이고 나아가 ‘여론’이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15대 대선 후보 등록마감 하루전인 11월 25일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 실체를 짐작할 수 있다. 전국 유권자 4514명(오차범위±5)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김대중 후보의 지지율은 36.8%로, 이회창 후보의 34.1%보다 2.7% 앞섰다. 미세한 오차다.
당선가능성의 척도는 김 후보 52.9%, 이 후보가 28.9%로 두배 가까이 높다. 김 후보는 대선에 대한 여론조사가 시작된 후부터 이날까지 지지율과 당선가능성에서 다른 후보에게 추월 당한 적이 없다. 지지율과 당선가능성의 척도가 정비례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좀 다르다. 선거 공고일인 26일까지의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노무현 후보는 크게 보아 이회창 후보를 2차례 앞섰다. 노 후보는 지난 3, 4월 노풍(盧風)때 이 후보를 지지율면에서 10% 이상 앞섰고 단일화후 이런 현상이 다시 나타났다. 반면 당선 가능성은 이 후보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26일 조사(미디어리서치)도 노 후보가 지지율에서는 5.6% 앞섰지만, 당선가능성은 이 후보가 두배 높았다. 이 후보는 지지율면에서 노후보에게 두번 밀렸고, 당선가능성은 이 후보가 줄곧 높았다. 다른 여론조사도 비슷할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지지율과 당선가능성이 앞서 가면서 두가지 모두가 정비례 곡선을 그려내는 것이다. 만약 지지율은 앞서 가는데 당선가능성이 낮거나, 당선가능성은 높은데 지지율이 낮다면 여기에는 분명 ‘이상 기류’가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검증해 내지 못한 그 어떤 불확실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어느 한쪽이라도 기울면 그것은 불안한 싸움이다. 하지만 지지율이 먼저다.
/이상우 논설위원
예전 대선때 난 분석기사입니다. 지지율과 당선가능성 둘 다 우세해야 안정적으로 선거를 가져갈 수 있는데 이게 어긋나면 불안하다는거죠. 끝에도 나와있지만 지지율이 먼저입니다.
출처: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2120601010737259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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