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편의점 하나가 있다.
점주인지 알바생인지는 모르겠지만 황혼이 깃든 노년의 신사가 카운터를 본다.
나는 필요한 물건을 둘러보고 가격을 확인하고 그 가격이 합당하다고 생각되어 물건을 집어 카운터로 가져간다.
노신사는 물건을 포스에 찍고 내가 내민 카드를받아 금액을 긁고 다시 카드를 돌려준다. 나는 돌려받은 카드와 구매한 물건을 집어들고 편의점을 나왔다.
내가 행한 구매의 절차와 노신사가 행한 판매의 절차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편의점을 들어갈 때 부터 다시 빠져나올 때까지 데면데면한 계산원이 불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좀 더 친절하게 대해달라고 강요할 순 없었다. 내가 구매한 물건 가격에 칠절함의 값까지 포함되어 있던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친절함을 공짜로 얻고 싶었지만 그는 그러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때문에 나는 조금 더 떨어져 있지만 친절함을 공짜로 서비스하고 있는 인근의 다른 편의점을 이용한다.
그곳의 젊은 계산원은 내가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친절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나갈 때 역시 밝은 목소리로 친절함을 서비스한다. 심지어 아무것도 사지 않고 빈손으로 나올 때도 그는 나에게 공짜로 친절함을 나누어주곤 한다.
친절함엔 가격이 없다. 가격이 없기 때문에 마음먹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공짜로 퍼줄 수 있다. 나는 합리적인 소비자인지라 같은 물건이라면 조금이라도 싼 곳에서, 같은 가격이라면 뭐하나라도 덤으로 받을 수 있는 곳에서 구매를 하곤한다. 그리고 내가 간 두 번째 편의점은 내가 많은 물건을 사든 싼 물건을 사든 덤으로 아낌없이 친절함을 주기에 나는 이곳에서의 구매를 더 선호한다.
이 값도 메길 수 없는 친절함이 더 놀라운 것은 장사를 하는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꼭 거래관계가 아닌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주고 받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고가의 선물을 하는 것은 큰 마음을 먹지않고서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친절함을 선물하는 것은 아무런 비용없이도 가능한, 정말 마법과도 같은 일이다.
내일 운전대를 잡을 때 나의 친절함을 낯선 누군가에게 선물해보자.
그는 나의 선물을 받고도 조금의 고마움도 느끼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 친절함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의 멧돌과도 같으니까. 계속 선물하다보면 누군가 한 명쯤은 나의 선물에 고마워하고 감사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물어뜯는데서 오는 희열보다 감싸주고 베푸는 데서 오는 행복감이 더 크다는것을, 머리만 알고 있을 게 아니라 몸소 실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
나능 안친절하면서 친절을 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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